예술과 권력의 관계
예술과 권력의 관계
  • 경남일보
  • 승인 2019.09.1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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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경남작가회의 회원)
전점석

2018년도 경남예총 기관지 ‘경남예술’ 발간사에는 ‘올해도 예술인과 지속적인 소통과 공감을 위해 애쓰고, 사회적으로 예술과 예술인의 가치가 인정받아 경남이 더 빛날 수 있기를 바라며 달려왔습니다. 가장 낮을 때, 가장 높을 수 있으니 나를 낮추고, 경남의 예술인이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라고 썼다. 그렇다. 예술과 예술인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누군가는 열심히 뛰어야 한다. 예총과 민예총은 대표적인 예술단체이다. 그 중에서 경남민예총의 이사장은 2014년 박종훈 교육감후보 공동선대위원장, 2017년 민주당 경남도당 입당, 2018년 김경수 도지사후보 지지선언 등을 하였다. 예술단체의 대표가 여야 정치인과 친분을 쌓거나 정당가입, 후보 지지선언을 하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인 신념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문제이다. 시정, 도정에 참여하여 올바른 문화예술정책 수립을 위해 노력하는 것 역시 경남예술의 발전을 위해 대단히 필요한 일이다. 정치인과의 친분이나 문화행정에의 참여는 논쟁거리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이 ‘예술과 정치’가 아니다.

4년 전이었다. 2015년 9월 2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하는 경남예총 회장을 TV 지역뉴스에서 보았다. 그 당시 예총 회장은 대호산악회 회장이면서 ‘박종훈 경남교육감 주민소환추진운동본부’ 공동대표였다. 기자회견에서 “교육감 한 사람만 물러나면 경남교육은 정상화된다”고 하였다. 기자회견 뒤 경남선관위에 ‘박 교육감 주민소환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를 신청했다. 3개월이 지난 12월 22일, 개인정보를 이용해 박 교육감 주민소환청구인 서명부에 2500여명의 허위 서명을 기재하는 현장을 급습한 경남선거관리위원회 단속반에 의해 적발됐다. 이런 일이 있은 지 보름 만에 ‘박종훈 경남교육감 주민소환추진운동본부’는 주민소환 청구인 서명을 포기했다. 서명운동을 중단하면서 2016년 6월 23일, ‘경남도지사 주민소환투표 서명부 진상규명위원회’의 이름으로 창원지방검찰청에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의 공동대표와 청구인 서명부 작성에 참여한 수임인 48명을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위반 등으로 고발하였다. 피고발자는 대부분 평범한 주부였는데 생전 처음 당하는 경찰조사 과정에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경남예총 회장이 이러한 과정에 참여한 것이 개인의 부귀영화를 위한 것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역정치권의 권력자인 도지사를 돕는 것이 경남예술의 위상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활동했을 것 같다. 이러한 일들은 특정인에게만 국한하여 예외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심지어 오래 전에는 문화예술인이 독재 권력의 나팔수, 심부름꾼 역할을 했을 때도 있었다. 따라서 경남예총, 경남민예총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예술과 권력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권력과 예술가의 관계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인물이 18세기의 화가 최북(崔北)이다. 그는 거문고의 명인이고, 예술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던 이요(李橈)의 집에 자주 드나들었다. 이요는 영조 때의 종친인 서평군으로 당대의 권세가였다. 어느 날 바둑을 두다가 이요가 자꾸 한 수만 물리자고 하자 최북은 바둑판을 쓸어버리고는 “즐기려고 두는 바둑을 자꾸 물리면 1년이 가도 끝날 때가 없을 겁니다”하고 다시는 서평군과 바둑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천재 화가 김홍도가 국가에 소속된 도화서(圖畵署)의 화원이어서 일정한 보수를 받고 왕실과 사대부를 위한 그림을 그린 체제 내의 예술가였다면, 최북은 도화서에 소속되지 않은 자유로운 신분이어서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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