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힘
가족의 힘
  • 경남일보
  • 승인 2019.09.1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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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법무법인 진주·변호사)
박선영 변호사
박선영 변호사

우리나라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진 적이 있는 중국 작가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라는 책을 읽으면 자신의 피를 뽑아 팔아서 가족을 위하는 허삼관의 처지가 참 안타깝고 눈물겹다. 가족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있을 법한 일이다. 변론을 맡다 보면 허삼관 같은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바로 가족이다.

고향을 떠나 홀로 낯선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한 청년이 도박에 빠져 돈이 필요하자 인터넷 카페에 물건을 팔겠다고 글을 게시하고, 물건을 사겠다는 사람들에게 돈만 입금 받고는 물건을 보내지 않는 수법으로 수백 건 사기 범죄를 저질러 구속되었다. 피해 금액만 수천만 원이 넘는 상황이었다. 청년의 어머니는 모두 자신이 아들을 잘못 키운 탓이라며 빚을 내서라도 피해자들에게 배상하고 아들 대신 용서를 빌겠다며 계속 눈물을 흘렸다. 청년이 배상해야하는 금액을 솔직히 말씀드리니 어머니는 그만한 큰돈은 없다며 며칠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나는 어머니가 이 사건을 수습하다가 더 큰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생각에 빚을 내실 생각이면 말리고 싶다고 하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신은 일해서 돈을 갚으면 되지만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배상하지 않으면 이 일이 평생 상처가 될 것이고 아들도 잘못을 깨닫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결국 그 어머니는 돈을 구했고 백 명 가까운 피해자에게 일일이 전화를 해서 피해를 배상하였다. 피해자들과의 통화를 하면서 아들교육을 그렇게 시켰냐며 불같이 화를 내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지만 어머니는 자신이 당연히 감내해야하는 것이라며 용서를 해 준 사람들이 많아 다행이라며 그제야 환한 얼굴로 웃으셨다. 그 청년은 어머니의 노력 덕분에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석방되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손을 잡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아마 이 청년은 지금쯤 성실히 사회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서 진 빚과 자신을 대신하여 피해자들에게 한 사죄의 의미를 잘 알 것이기 때문이다.

가족의 힘은 대단하다. 마약에서 벗어나지 못해 여러 번 처벌받고 교도소를 들락거리던 아버지가 딸의 눈물에 참회를 한 후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고, 아들이 아버지의 잘못을 수습 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뛰어다니기도 한다. 또 형님의 잘못을 용서 받기 위해서 대신 먼 거리의 피해자를 찾아가 잘못을 빈 동생도 있고, 결혼한 여동생이 오빠를 대신해 어렵게 돈을 마련해 사건을 해결하기도 한다. 가족이기에 그 마음은 숭고하고 아름다우며, 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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