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한글, 반도체 그리고 다음은?
‘직지’, 한글, 반도체 그리고 다음은?
  • 경남일보
  • 승인 2019.09.1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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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훈(박사 인공지능컨설턴트·AI윤리학자)
안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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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인쇄는 한국에서 건너온 기술에서 비롯된 것이다.” 2005년 ‘서울디지털포럼’에 참석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이 말은 국내·외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고어는 “스위스 바젤 인쇄박물관에서 1377년 제작된 ‘직지심체요절’이 금속활자로 인쇄된 가장 오래된 서적이며, 한국이 구텐베르크의 1455년 인쇄술 발명을 78년 앞당겨 세계사를 다시 쓰게 되었음을 알게 됐다”고 했다.

직지심체요절은 고려 말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 기술을 활용해 상·하 두 권으로 인쇄됐다. 현재 하권만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다. 정보통신 혁신기술 발전의 뒷이야기로 인터넷과 스마트폰 그리고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제 등의 기술들이 외국에서 상용화되기 이전 이미 한국인들에 의해 맨 처음 시도됐던 기술들이라고 한다. 인류역사를 바꾼 100대 사건 중 1위로 인정된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역시 우리의 ‘직지’에서 시작됐다는 것은 21세기 대한민국이 세계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음이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20세기 초 36년간의 일본 식민지였음에도 좌절치 않았고, 또 한국전쟁을 통해 폐허가 됐어도 자존심 잃지 않고 한강의 기적을 이뤄 세계 11위 경제력을 갖추게 됐다. 안타까운 것은 외국의 선진기술을 배우는 과정에서 우리 의식 속에 깊이 심어져 있는 ‘외국 선호사상’이다, 기술 뿐 아니라 대학교수 채용에서도 외국학위 소지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해온 것만 봐도 그렇다. 인문학, 기초학문 분야를 소홀히 해왔으며, 혁신기술을 창조해내는 개인의 역량을 무시해온 것을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

2014년 구글이 아시아 최초 ‘캠퍼스 서울’ 설립계획을 발표하면서 선다 피차이 부사장은 “앞으로 세계를 뒤흔들 중요한 아이디어가 서울에서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인사치레가 아니라 금속활자를 비롯한 한글의 창제, 인터넷과 반도체 기술 등 모든 것을 종합해 한국인의 저력을 인정한 말이다. 지난 8월 팩션 소설 ‘직지’를 발표한 소설가 김진명은 “직지를 비롯한 한글과 반도체 같은 것들은 지식과 정보를 기록하고 전파하는 장치인데 우리가 세계적으로 앞서 있는 것”이라고 했다. 목판본 ‘다라니경’, 팔만대장경, 금속활자본 ‘직지’, 한글, 반도체 기술 그리고 다음 세계를 뒤흔들 아이디어로 무엇이 나올까? 분명히 나올 것이다. 바로 이 순간 열악한 환경에서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개인과 중소기업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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