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남북군사합의서’ 군사 포기 각서?
'9.19 남북군사합의서’ 군사 포기 각서?
  • 경남일보
  • 승인 2019.09.1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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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 교수)
남북평양선언 1년, 미사일 도발만 늘고 이산가족 상봉은 깜깜이다. 북한에 대한 신뢰의 수준에 걸맞는 차분한 대북 정책이 현실적인데 정부 출범 초기부터 정권 차원의 대북 올인 정책을 펼치다 보니 국정 영역에 균형감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북한에 관한 한 서두는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이제 많은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하고 있는 만큼 임기 절반의 시점에서 국정균형감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이제, 국정 균형감 회복해야
정확하게 1년 전, 2018년 9월 18일부터 20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이 가진 남북정상회담, 이른바 ‘9.19 평양공동선언’이 있다. 이 선언은 ‘군사적 긴장 완화’, ‘남북 협력 증대’, ‘이산문제 해결’, ‘문화교류 확대’, ‘한반도 비핵화’ , ‘김정은 서울 답방’ 등 총 6개항에 구체적 실천 사항 13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 선언의 근간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다. 이 ‘판문점 선언’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고 남북 관계 개선과 연내 종전 선언,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남·북·미 정상회담 개최 추진이다. ‘판문점 선언’ 이행 합의서에 대한 부속 합의서를 채택하여 군사 공동 위원회를 가동한다는 ‘군사분야’, 그리고 이를 근거로 하여 체결된 ‘9.19 남북군사합의’의 요지는 ‘남북 상호간 적대행위 전면 중지’다. 그런데 이러한 9·19 남북군사합의’의 경우 그 정당성과 합리성을 둘러싸고 한국의 내에서 격론이 벌어졌으며, 한미 양국 정부와 군사 전문가 집단에서도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군사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올 들어 10여 차례에 걸쳐 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를 시험발사하고, 남북군사합의준수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더 가관인 것은 ‘9·19 남북군사합의’에 명시된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는 조항과 ‘쌍방은 어떤 경우에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조항에 어긋난다는 지적은 하지 않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군사합의에 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조항이 없기 때문에 군사합의 위반은 아니다’는 입장을 우리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혀 도리어 한국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용인해 북한에게 운신의 폭을 넓혀 준 모양새다. 피아(彼我) 구분이 안 되는 이상한 정부의 입장 표명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기뻐할 국가를 묻는 야당 의원 질의에 ‘북한이나 중국, 러시아가 될 것’이라고 답한 적이 있다. 분명 이념을 달리하는 국가들이 좋아하는 결정을 한 바, 이러한 결정과 국방장관 본연의 정체성을 우리가 어떻게 조화시켜 이해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부분이다. ‘9.19 남북군사합의’는 이행이 담보되지 않은 합의다. 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약속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합의서 작성 과정에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들에 주의를 소홀히 한 결과다.


이행이 담보되지 않은 합의는 문제
남북관계 설정의 큰 틀이지만 논의 자체를 타부시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개념정의를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풀어 나가야 한다. ‘9.19 남북 군사합의’에 대해 예비역 장성이나 군사전문가들은 군사포기각서에 가까운 불완전한 합의이며, 도리어 안보 불안감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남북군사합의 각 조항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구체적 상황의 빈틈을 점검해야 하며, 그 연장선상에서 합의내용의 불이행에 대한 대응 조치도 남북이 다시 논의해야 한다. 남북 정상의 공허한 선언적 성명에 대한 박수와 환호, 그 미련은 접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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