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일보
  • 승인 2019.09.1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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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선(한국부인회 진주지회장)
정영선 진주지회장
정영선 진주지회장

집안에 거미가 보였다. 난감하다, 우리 집이 자연친화적인가, 아니면 오랫동안 방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거미는 갈 곳을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 헤매고 있었다. 항상 닫아놓는 방충망을 뚫고 어떻게 들어 왔을까. 거미는 긴 다리를 더듬으며 자꾸 어두운 곳으로 숨었다. 살고 있던 곳, 살아야할 곳, 익숙한 곳에서 떠난 일탈이 얼마나 무서운 것 인지를 모르고 순간적인 실수를 한 것 같았다. 순간, 거미 처리 문제로 망설였다. 미물이지만 내 집에 들어온 것을 함부로 처리 할 수 없어 고민 끝에 자연으로 되돌려 주기로 했다, 휴지로 조심스럽게 잡아본 거미는 제대로 먹지 못했는지 무슨 껍데기를 만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거미를 휴지에 싸서 베란다 난간에 놓아주었더니 거미는 11층이나 되는 높은 곳에서 떨어져 시야에서 사라졌다.

우리가 살면서 여러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살아온 일상에서 함부로 벗어나는 모험은 경계해야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체득하고 있다.

바른 길과 좋은 환경을 두고 도박 같은 모험을 선택했다가 허방에 빠져 낭패한 적이 있다. 산행을 하면서 어설픈 지름길로 가려다가 길을 잃어 무척 고생했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그 일로 인해 나는 산행을 할 때 절대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길을 따라 차근차근 오르내리는 버릇이 생겼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멋있고 아름다운 산이 눈앞에 있다고 해서 지름길을 택하거나 당장 큰 계곡을 마음대로 건널 수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지나친 욕심과 욕망으로 인해 동료와 가족들이 불행해지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경험은 지혜이기 때문에 적어도 생사가 걸린 문제나 특히 가족의 안위가 걸린 문제는 좀 더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며 또 선택한 길에는 반드시 책임질 줄 아는 성숙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지혜는 지식을 능가한다는 말처럼 가족과 건전한 사회를 위해 우리는 자존을 버릴 때도 있고 옷깃을 여미고 돌아설 때도 있다. 생존의 법칙 앞에 나약할 수밖에 없는 기성세대들이 늘 고민이고 마음 아프다. 물론 좋은 길만 있을 수 없다, 때론 울퉁불퉁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휘몰아치는 거센 물살에 휩쓸리기도 하지만 또 내일이 있기에 새로운 길을 꿈꾸며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손쉬운 곳 가까운 곳에 있다고 해서 바로 갈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길을 알고 가야하고, 그 길이 아니라면 안전하게 돌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미물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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