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의 경제이야기] 350년 전통의 가양주-경주교동법주
[김흥길의 경제이야기] 350년 전통의 가양주-경주교동법주
  • 경남일보
  • 승인 2019.09.2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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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학교 명예교수
 
경주교동법주

술(酒)은 에탄올 성분 1% 이상을 함유하여 마셨을 때, 취기를 느끼게 하는 음료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술의 역사를 더듬어보자면, 약 9,000년 전에 메소포타미아에서이미 맥주를 만들어 마셨고, 포도를 빚은 와인은 고대 그리스 시대에 지중해 연안 곳곳에서 생산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술을 만들어 마신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 술에 관한 공식적인 최초의 기록은 삼한시대 자료에서 찾을 수 있다. 「제왕운기」 동명 편과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 대무신왕 11년 편에 ‘맛 좋은 술’이라는 의미의 지주(旨酒)라는 단어를 통하여 우리 선조들이 술을 즐겨 마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술은 기본적으로 누룩을 발효시켜 만들었는데 이는 서양의 술과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이는 부분이다. 옛날 우리나라의 술들은 송나라 등에 알려져 중국의 문인들까지도 즐겨 마시면서 찬사를 할 만큼 뛰어난 양조기술과 높은 질을 자랑했었다. 고구려와 신라의 술은 동아시아 전역에 명성이 높았고 백제는 일본에 술을 빚는 법을 전해 주었다.

술은 크게 발효주와 증류주로 나뉜다. 발효주는 곡물이나 과일의 즙을 효모를 이용하여 발효한 술이다. 발효주는 대개 1~8%의 알코올을 함유하며 함유량이 높아도 12% 정도이다. 효모가 생존할 수 있는 최대 알코올 함유량이 13%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막걸리, 청주와 포도주, 맥주, 러시아의 크바스 등이 발효주들이다. 반면, 증류주는 일단 양조된 술을 다시 증류해서 도수를 높인 술이다. 우리나라의 소주를 비롯하여 위스키, 브랜디, 프랑스의 꼬냑, 중국의 고량주, 러시아의 보드카 등이 증류주에 속한다. 우리나라에는 전통적으로 지역별로 다양한 민속주들이 제조되어 왔는데, 1988년에 8대 전통 민속주를 지정하였다. 경주교동법주, 김천의 과하주, 안동 소주, 지리산 국화주(함양군), 전주의 이강고, 당진의 면천 두견주, 서천의 한산 소곡주 그리고 원산지가 평양인 김포의 문배술이 그러하다.

중요무형문화재 제 86-3호로 지정받은 교동법주는 경주 최부잣집에서 대대로 빚어오고 있는 가양주(家釀酒 - 집에서 빚은 술)로서 유래는 최씨의 10대조인 최국선 선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왕의 음식을 관리하던 사응원 참봉에서 물러나 낙향 한 후에 대소사와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술을 만들었는데, 이 술이 교동법주의 원조가 되었던 것이다. 이 후 이 술은 350여 년간 경주 최부자 집안의 며느리들을 통해 전해져 내려왔다. 빚는 시기와 방법이 딱딱 정해져 있어 법주(法酒)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1500년 전 중국최고의 농서인 제민요술 및 서유기에 기록되어 있는 법주 및 신라의 비주라 일컬어지는 술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조선조 때부터 ‘조선의 국주(國酒)’라 불릴 만큼 유명하였고, 고종 때는 진상품으로 오르기도 했다. 1998년부터 매년 주최하는 ‘술과 떡 잔치“에 매년 출품돼 국내는 물론 외국인으로부터도 인기품목으로 인정을 받아왔다.

토종찹쌀과 100년 넘은 구기자나무 뿌리가 드리워진 집안 우물물로 죽을 쑤어 토종밀로 빚은 전통누룩과 섞어 밑술을 만들고, 다시 토종찹쌀로 찹쌀 고두밥을 지어 덧 술을 하여 100일 동안 발효/숙성시켜 내보낸다. 100일 동안 최씨의 손길과 정성이 함께한다 하여 ‘백일주’라고도 불린다. 법주 만드는 일이 이만큼 섬세한 일이라 술 담그기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석 달 열흘은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생산량은 하루에 900㎖들이 20병 정도다. 교동법주는 미생물이 살아 있는 약주여서 온도에 민감해 술은 대부분 겨울에 빚고, 여름에는 술을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원래 도수가 19도나 되어 주세법상 판매할 수 없었는데, 이후 16~17도로 도수를 내려 판매해오고 있다. 전통주의 단맛은 원료인 밥에서 나오는 단맛이고, 또한 오랜 세월 동안 궁합을 맞춰왔으므로 한식 반주에는 최고일 수밖에 없다. 특히 교동법주는 일본의 사케와는 달리 회와 곁들이기보다는 육포나 전과 궁합을 맞추는 것이 추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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