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라는 한 배를 탄, 주민자치회와 지방의회
지방자치라는 한 배를 탄, 주민자치회와 지방의회
  • 경남일보
  • 승인 2019.09.2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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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경남사회적가치지원센터장)
이수경
이수경

우리 사회는 지난 30년 동안 정치적, 제도적 민주주의를 힘들게 만들어 왔다. 하지만 정치적, 제도적 민주주의는 여전히 약자들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고 우리의 삶과도 분리돼 있다. 시민적 토대 없는 민주주의는 매우 허약하고 시민사회 토대가 튼튼할 때 강한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말에 수긍한다면, 그 민주주의는 자치원리에 기반 한 시민민주주의일 수밖에 없다.

1998년 국민의 정부 100대 정책과제로 읍·면·동 기능 전환이 선정되면서 시범실시 과정을 거쳐 2002년 읍·면·동 기능 보완 대책이 마련되고, 이어 2003년부터 전국적으로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실시와 주민자치위원회 활동의 시작이 본격화되었다. 2013년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주민자치 강화 기반이 마련되어 전국의 31개 읍·면·동이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주민자치회로 전환되고, 주민 안전 분야와 복지 분야로 시범사업이 실시되었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며 전국의 주민자치위원회를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는 지금에 이르렀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자치와 시민민주주의에 대해 여전히 비판적이다. 중앙집권제를 대놓고 주장하진 않지만, 다양한 이유를 들어 실제로는 반대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실제 권한을 부여할 만큼 자치 역량이 성숙해져 있는가에 대한 의견, 지역 의회가 주민자치를 실질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제도인데 별도 시민들의 권한이 왜 또 필요한가에 대한 의견,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일들에서 자치가 비효율적이며 결과에 대한 책임성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의견 등이 반대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주민자치회는 권한과 관할범위를 고려할 때 지방의회를 대체하는 기구라기보다는 보완하는 제도이다. 민주주의는 숙의와 양보의 학습이 필수적이다. 우리는 그동안의 선거를 통해 간접민주주의는 발전시켰지만, 참여와 숙의를 통한 주민자치에는 소홀했다. 주민자치는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마을의 문제를 숙의를 통하여 결정하는 직접 민주적 제도이기 때문에 주민자치는 간접 민주제의 결점을 보완하는 장점을 지닌다. 결국 주민자치회는 참여와 숙의 등을 통한 민주주의를 학습하는 장으로서 지방의회의 발전에 기여한다.

또한 선거라는 제도는 지역의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성을 절차적인 것이지 내용적인 것이 아니기에 지역이 시민활동, 시민참여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대표성은 민주주의를 충족하지 않은 것이며, 시민의 통제가 가능하지 않은 대표성이란 사실상 민주주의에 미달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도 자치와 직접 참여라는 시민적 토대는 훨씬 강조되어야 마땅하다.

그리고, 현재의 주민자치의 역량 부족이나 효율성 결여 등의 이유를 드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권한의 부여 없이 역량은 성숙할 수 없고, 스스로 조직하고 자치하는 경험에서 지혜는 축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시민의 일상을 획일적으로 틀 짓는 것, 복잡한 현실 조건을 명확한 결정으로 단순화하는 것이 바로 관료적 비효율이다. 민주주의는 누군가가 대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독점적인 이해관계가 구조화되면 될수록 민주주의는 취약해질 것이다. 권한을 대폭 분산시켜 사회의 신뢰를 높이는 것,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자주성을 확립해나가는 과정에서야말로 진정한 자치분권과 지방자치가 자리 잡을 수 있다.

서울특별시가 추진한 주민자치회 사업에 참여했던 서울형 주민자치회나 기존 주민자치위원회의 활동 실적이 그러한 사실을 적절하게 입증하고 있다. 사업을 실행하지 않은 지역과 사업에 참여한 지역과의 주민자치의 차이가 발생함은 물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업에 참여했던 주민자치회 내에서도 숙의 민주주의가 성숙하고 있다.

몇 년 동안 서울특별시에서 마을계획과 주민총회를 통해 만들어 온 주민참여가 전국의 주민자치회 전환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주민자치회는 지역의 일을 행정과 자치회가 분담하는 구조를 만들고, 자치와 참여의 통로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새로운 시민의 흐름, 혁신의 흐름을 묶어낼 수 있다면 민주주의의 지역적, 시민적 토대를 강화시킬 것이며, 지방의회와 주민자치회가 자치의 상호 융합의 형태로 발전해 나아가 지방자치의 발전에 획기적인 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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