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모(전 경남일보 국장)
인류의 가장 큰 위협은 무엇일까. ‘미사일’ ‘핵’과 같은 낱말들이 매스컴을 뒤덮을 때 품었음 직한 의문이겠다. 나는 핵무기일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물론 이밖에도 예상되는 응답은 많을 거다. 전염병, 소행성 충돌, 지진과 쓰나미 같은 자연재앙….
최근 영국에서 노벨상 수상자 50명에게 이런 문항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인구· 환경 문제를 든 이가 가장 많았지만 눈길 끄는 뜻밖의 대답도 있었다. 최근의 책 ‘사회성이 고민입니다’(장대익)에 보면 두 명이 AI 곧 인공지능을, 한 명이 페이스북을 들었다는 거다. 인류는 어쩌면 AI에 의해서 또는 페북의 ‘좋아요’를 누르다 멸망할지도 모른다고 한 것!
비록 소수지만 석학들이 인류 최대의 위협으로 이걸 꼽은 건 놀랍다. 폰과 호모사피언스로 합성한 ‘포노 사피엔스’란 신조어가 말해주듯 21세기 인류의 삶은 이미 이 두 가지 속에 깊이 빠져 있다. 엄청 유용하고 편리해 삶의 일부가 된 AI와 SNS로 인류가 멸망한다? 와락 으스스해진다.
페이스북뿐 아니라 오늘날 SNS 플랫폼은 수없이 많다. 나는 종종 유튜브로 가요를 즐긴다. 요즘 유튜브를 켜면 초기화면에 좋아하는 노래들이 클릭 대기 중이다. 뒤늦게 인지했지만 언제부턴가 내 폰에는 좋아하는 노래와 가수들 영상이 줄줄이 뜬다. 또 가끔 들르는 온라인 서점은 로그인 즉시 내 취향의 분야 책과 저자들이 고대 기다리고 있다. 책이 사람을 읽는 시대라더니 빈말이 아니다.
얼마 전 ‘조국 사태’ 검증이 한창일 때, 주요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가 큰 논점이 됐었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 몇 건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 조작 의혹을 제기하던 야당이 관련 회사를 항의 방문했던 거다. 일부 집단의 조직적인 ‘좋아요’ 몰빵 누르기 운동으로 검색어 순위가 조작된다는 주장이었다.
생각컨대 그런 일은 야당 말대로 건전한 여론 형성을 해치는 민주주의 훼손일 성싶긴 하다. 하지만 드루킹의 매크로처럼 차단시킬 법적 근거는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운김에 휩쓸려 엄지척 ‘좋아요’ 를 생각없이 마구 누르는 건 결코 좋은 게 아니다. 지구온난화처럼 인류를 시나브로 파멸시켜 가는 재앙의 밑거름 일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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