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 복지에서 정신적 복지로!
물질적 복지에서 정신적 복지로!
  • 문병기
  • 승인 2019.10.0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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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제 ((전)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 행정학박사)
하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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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양인의 전통적 관념에서 볼 때 보살펴 주어야 할 대상은 누구인가? 주지하다시피 환(鰥) 과(寡) 고(孤) 독(獨)이다. 환(鰥)은 나이 들어 처(妻)가 없는 남자, 과(寡)는 나이 들어 남편이 없는 여자, 고(孤)는 부모가 없는 아동, 그리고 독(獨)은 자녀가 없는 남자나 여자를 말한다. 이는 촌락 공동체 사회에서 가족들로부터 보호받기 힘든 사람에게 공적구제 또는 상호부조를 실시한데서 비롯되고 있다.

이러한 개념은 맹자(孟子)의 왕도정치 이념에서 유래하여 중국에서 오랫동안 관용되어 왔고, 우리나라에서도 옛날부터 구호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되어 왔다. 맹자는 주(周)나라 문왕(文王)의 예를 들면서, 임금이 어진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런 사람들을 돌보아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우리나라는 고구려 시대부터 국가가 어려운 사람들의 생활을 돌보았다는 기록이 있고, 특히 민간 상호간 계(契) 또는 두레와 같은 토착적 지역 복지가 행하여져 왔다는 것이 차별화되고 있다.

이러한 취약주민 관리의 중요성이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에 지역적 차원에서 부각되고 있는 배경은 무엇인가? 우선 관내 취약주민들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한다는 사회복지의 기본적 취지를 달성하기 위한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런 관점 외에도 지방자치제 실시와 더불어 지역 주민들의 주인정신이 부각되고 공동체 정신으로 하나가 되어, 관내 주민들이 고루고루 인간으로서 품위를 지키는 지방자치단체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관념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체계가 정비되어 있기 때문에 특수한 복지 사각지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끼니를 잇기 힘들 정도로 궁핍한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물질적 복지정책과 더불어 정신적 또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복지체계로 나아가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추진하는 시책으로서, 관내 주민의 존엄성을 지켜주면서 다 같이 손잡고 나아가는 정신적 복지시책은 무엇일까? 우선 관내에서 정신적 취약 주민들이 누구인가에 대한 공감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신적 복지시책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필자는 한글을 깨치지 못한 비문해(非文解) 세대들에 대한 한글 교육이야말로 가장 공감을 받는 시책이라고 믿고 있다. 비문해 세대를 통상적으로 문맹자(文盲者)라고 일컬어 왔는데, 어르신들 중에서도 할머니들이 많겠지만 다문화 가정의 세대원들도 경우에 따라서는 포함될 수 있다.

세상의 설움 중에서 눈 먼 설움보다 큰 설움이 또 있을까? 생각을 한번 해보자! 소위 ‘컴맹’도 문맹자 아닌가? 오늘 날 컴퓨터는 대중적 통신수단인데 이를 잘 다루지 못하면 한글을 모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컴퓨터에 능숙한 사람은 미숙한 사람의 설움을 잘 모른다.

“이제는 읍내에 목욕하러 갔다가 마을로 돌아오는 버스를 알고 탈 수 있기 때문에 같은 동네 사람을 찾아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노래방에서 글씨를 따라 박자에 틀리지 않게 노래도 자신있게 부를 수 있다. 회원들 이름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마을 부녀회 총무도 맡을 수 있다.” 이것이 필자가 민선 남해군수 재임 중에 대대적으로 실시한 한글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전해주는 절절한 반응들이다. 한글을 아는 보통 사람들은 비문해자들이 이런 설움을 그간 참고 살아왔다는 것을 이해나 하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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