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 엿보기[14] 밤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토박이말 엿보기[14] 밤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 경남일보
  • 승인 2019.10.0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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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일하시는 분께서 지난 한바람(태풍)에 밤이 엄청 많이 떨어져 주운 거라며 삶아 오신 밤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철이 철인만큼 이 무렵 가장 많이 맛볼 수 있는 것이 밤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래서 오늘은 밤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몇 가지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밤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 어떤 밤보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밤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이 까주는 밤입니다. 밤이 맛이 있긴 하지만 참일 까는 게 힘이 들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까 주는 밤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밤은 여느 열매와 달리 잘 익었다는 것을 겉으로 똑똑하게 보여 줍니다. 밤을 주우러 갔다가 떨어지는 밤송이에 맞아 엄청 아팠던 적도 있습니다. ‘밤송이’는 ‘밤알을 싸고 있는 두꺼운 겉껍데기’를 가리키는 말로 ‘꽃송이’와 짜임이 같은 예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밤이나 상수리 따위가 아주 잘 익어 저절로 떨어질 만큼 된 것이나 그런 열매를 ‘아람’이라고 합니다. 밤이 잘 익어서 저절로 떨어지는 것을 ‘아람이 불다’라고 하지요. 그래서 흔들지도 않았는데 밤나무 아래에 가면 밤송이 채 떨어진 것도 있고 ‘알밤’도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알밤’은 ‘밤송이에서 빠지거나 떨어진 밤톨’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아람’과 ‘알밤’이 비슷한 말이라고 말모이 사전에서 풀이를 하고 있는데 말밑을 따져 보면 ‘알밤’이 ‘아람’이 되었다고 하는 분도 있답니다.

밤을 먹으려면 밤송이에서 알밤을 꺼내서 다시 단단한 겉껍질을 벗겨야 합니다. 그러면 그 속에 또 다른 얇은 껍질이 나오지요. 이처럼 ‘밤이나 도토리 따위의 속껍질’을 ‘보늬’라고 합니다. 맛있는 밤의 알맹이를 감싸고 있는 보늬는 그 맛이 아주 떫답니다. 떫은맛으로 여린 알맹이를 지키려고 하는 보늬의 마음이 아이를 돌보는 어머니 마음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또이름(별명 또는 호)으로 보늬를 많이 쓴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 해 새로 나온 밤’은 ‘햇밤’이라고 한다는 것은 다들 잘 아실 것입니다. 그리고 낱낱의 밤알을 ‘밤톨’이라고 합니다. 머리를 짧게 깎은 사람을 보고 ‘밤톨 같이 시원하게 깎았다’고 하기도 하고 야무진 사람을 보고 ‘밤톨 같이 야물고 단단하다’라고 하기도 합니다.

다람쥐가 볼에 밤을 넣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입 안에 밤을 문 것처럼 살이 볼록하게 찐 볼’을 ‘밤볼’이라고 한답니다. 둘레에 있는 아기들을 보면 이런 ‘밤볼’을 가진 아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밤볼’이라는 말을 모르면 쓸 수가 없지요. 앞으로는 토실토실 밤볼을 가진 아이에게 “밤볼이 참 예쁘구나!”라고 말해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창수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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