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잡아주는 것보다 잡는 법 가르치는 교육·복지
고기잡아주는 것보다 잡는 법 가르치는 교육·복지
  • 경남일보
  • 승인 2019.10.0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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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논설고문)
“자녀에게 고기를 잡아주면 한 끼 밖에 못 먹지만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 평생을 먹고 살 수 있다”는 이스라엘 탈무드의 속담이 있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기존 지식을 그대로 전해주기보다 잡는 방법과 지식은 창조하는 능력인 지혜를 심어주어 세상을 살아가는 자생력을 길러 주는 의미’라 한다. 속담은 자녀교육과 회사사원교육에서 자주 인용되는 명언이다. 국민들이 스스로 해야 하는 주체적 즉, 자발적 학습 혹은 자기 주도적 일이 가장 효율적이라 한다.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시험치고, 문제 풀이만 많이 시킬 것이 아니라 인격적 삶의 과정인 공부의 동기, 삶의 즐거움 등을 인문학적, 철학적 배경을 밑바탕으로 교육이 진행되어야 진정 한 인간으로서 온전한 교육이 전달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영국 속담도 있다. 짐 운반, 장거리여행 등에서 말에게 물을 마시게 해야 할 때 말이 물을 마시려는 욕구가 없어서 마시지 않으려고 하는 난감한 상황을 통해 세상사의 유사한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외적인 억압이나 통제보다도 행동 주체의 자발적 욕구나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더 중요함을 ‘말에 물을 마시는 일’의 관계를 통해 빗대어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말의 조련사들은 말에게 물을 마시게 하기 위해서 미리 소금을 조금 먹인다고 한다. 그러면 말이 갈증이 유발되어 ‘물을 마시게 된다’는 것이다. 이때 말에게 소금을 주는 행위는 ‘물을 마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행위’와 같다.

잡아주는 고기를 받을 것이냐, 고기 잡는 방법인 낚시법, 어업방법을 배울 것이냐를 물을 때 대부분이 편안한 잡아주는 쪽을 많이 선택한다. 과거의 주입식 암기 교육은 스스로 공부하는 ‘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이 아닌 “잡아주는 교육”이었다. 말을 학생교육에 비하면 물가로 끌고 가는 교사, 부모 등을 포함한 학습 환경과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학생을 교실에 앉아 있게 할 수는 있지만, 정작 학생이 학습할 의욕이나 동기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면 학습 활동의 과정과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한 일이다. 교사가 말에게 미리 소금을 먹여서 물을 마시게 하는 것처럼 학습동기를 ‘유발’해서 학생이 더욱 학습에 몰입하게 하는 일은 학교 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좋은 교사라면 보다 좋은 많은 고기를 잡아 학생들에게 먹이는 직업이 아닌 어떻게 큰 고기를 많이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방향이 옳다.

우리는 이미 4차 산업시대에 살면서 인공지능이 기반이 되어 각종 기계공작물을 사람의 통제 없이 사물의 의사결정에 의하여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사이버(Cyber)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유효기간이 지나버린 낡은 컴퓨터, 깔리지 않는 와이파이 등으로 컴퓨터와 인터넷 장비가 가정마다 설치된 초고속 인터넷망이 따라갈 수 없는 실정이다. 하드웨어적인 요소의 미비로 현장 교사들은 창의적인 교육과 고기 잡는 방법을 적용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일도 있다.

“앞으로 복지는 고기를 잡아주는 남미형 포퓰리즘 코스를 그대로 밟아가는 망국병(亡國病)이 될 수 있는 무차별 현금살포보다 고기잡아주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시스템으로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금복지를 남발했던 프랑스, 북유럽 등도 선별 복지로 전환하고 있다. 알바형 일자리 등 현금 지원에 맞춰진 국가복지정책의 초점을 ‘취업 유도’ 기조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무분별한 현금 복지를 막자”는 전국 지자체 특위가 공식 출범했다. “근로 능력이 있는 수급자가 일정 기준 이상의 소득을 얻게 되면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므로 근로를 통해 빈곤을 해결하기보다 당장의 지원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현금지급의 단기형 일자리는 정부가 “정책효과 등에 힘입어 청년고용이 개선되고 있다”고 자평한 것과는 정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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