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증편향의 폐해
확증편향의 폐해
  • 경남일보
  • 승인 2019.10.0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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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갑(가야대학교 교수·대외협력처장)
이유갑 교수
이유갑 교수

10월로 접어든 요즘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나뭇잎과 파란 하늘을 보면서 ‘가을은 참 예쁘다’라는 말이 실감나고, ‘가을 가~을, 오면 가지 말아라’라는 노랫말이 떠오르기도 한다. 가을은 봄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아름다운 계절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믿음 혹은 신념으로 살아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신념이 지나쳐서 확증편향이라는 고집스러움으로 자리 잡게 되면 어떻게 될까?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이란 객관적인 자료를 보여 주어도 이것을 무시하고 자신의 원래 입장을 도무지 바꾸지 않으려는 고집을 가리키는 심리학 용어이다.

객관적인 증거를 무시하고,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하는 일종의 선택적 사고라 할 수 있다. 이 확증편향이 사람이나 지역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굳어지면 감정적인 편견이 생기게 되고, 차별행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폐해가 생기게 된다.

누군가가 꼭 같은 행동을 해도 평소에 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평가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사회심리학 연구의 결과들을 소개한다. 던칸(Duncan)이라는 미국의 심리학자는 흑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심한 미국에서 백인이 흑인을 밀치는 장면을 본 백인들은 대부분 장난치고 있다고 판단한 반면에 흑인이 백인을 밀치는 행동은 폭력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미국 애리조나 대학 심리학과 제프리 스톤(Jeffry Stone) 교수의 연구 결과 역시 흥미롭다. 대학생들에게 농구 시합의 라디오 중계방송을 들려준 후, 한 농구 선수의 경기 내용을 평가하라고 했는데, 이 선수가 흑인이라고 알려주었을 때에는 대학생 청취자들이 아주 좋은 평가를 하였지만, 백인이라고 알려 주었을 때에는 나쁜 평가를 하는 결과가 나왔다. ‘흑인이 백인보다 농구를 더 잘 한다’는 대학생들의 평소 생각이 확증편향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연구의 결과들은 중요한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나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판단하는 합리적인 삶의 태도를 가지기 보다는 자신의 지나친 신념이나 고집 때문에 고정관념에 빠져서 편견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차별적인 행동을 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는지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대상이 누구이든 상관없이 꼭 같은 잣대를 가지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 할 때 진정 용기있는 사람이라는 세상의 평가를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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