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비워야 나라가 산다
버리고, 비워야 나라가 산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10.0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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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객원논설위원)
정영효
정영효

작년 이맘때 쯤이다. 본보 경일시론(2018년 9월 10일자)에서 “문재인 정부가 ‘足食(족식), 足兵(족병), 民信之矣(민신지의)’를 실현하는 정부가 되어 줄 것”을 당부했었다. 공자가 설파했던 국가경영의 기본원칙 대로 경영되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공자는 2500 여년 전 “국가경영의 기본원칙은 국민을 먹여 살리고(足食), 군비를 확충해 국가 보존과 국민 보호에 힘쓰며(足兵),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民信之矣)(논어, 顔淵 7)”이라고 했다. 이 원칙은 동서고금에 걸쳐 국가를 경영하는 지도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하고, 실천해야 하는 가르침이 되고 있다.

1 여년이 지난 지금 공자의 가르침이 무색하다. 1년 전 그때만 해도 정치권이 공자가 설파한 대로 나라를 경영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이 있었다. 우리나라 상황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감이 있었다. 그리고 1년이 흘렸다. 착각이었다. 나라 상황이 그때 보다 나아지지 않았다. 더 나빠졌다. 정치권이 민생과 국민의 뜻을 외면한 채, 1 여년간을 철저하게 자기와 자기편만 챙겼다. 정치는 물론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의 현재와 미래가 어둡고, 불투명하다. 경제성장율은 갈수록 추락하고, 고용의 질은 더 나빠졌다. 소득양극화는 더 심화됐다. 먹고 살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서민의 아우성이 더 높다. 대다수 경제지표가 하강국면이다. 상승 국면에 있는 지표를 찾기 힘들다. 수출과 내수경기 역시 호전될 기미가 없다. ‘足食’이 더 힘들어졌다. 또 북한이 핵실험은 하지않지만 툭하면 미사일을 발사한다. 남북한 관계가 지금 당장이라도 대결국면으로 치닫게 될 것 같이 위태위태하기만 하다. 특히 한일관계는 역대 최악이다. 미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증액 압박이 높다. 미국이 과연 우리와 혈맹 관계인지도 의문이 든다. 게다가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도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足兵’ 역시 1년 전 보다 더 불안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民信之矣’가 가장 최악이다. 대통령과 중앙정부, 국회 등 정치권에 대한 신뢰는 더 추락했다. 심지어 국민 개개인들의 불신이 1년 전 보다 더 깊어졌고, 갈등·대립도 더 격화됐다. 청와대·정부·여당·진보세력과 야당·보수세력 간 정치권 대결이 조국사태에 의해 국민으로까지 확대됐다. 대한민국이 완전히 둘로 쪼개졌다. 국가가 파탄의 길로 치닫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오히려 이러한 상황을 부추기고, 선동한다. 정쟁을 확대 재생산하고, 국민 편가르기에만 열심이다. 이 때문에 국민 모두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사고에 휩싸여 상대를 더 이상 인정하지 않는 의식이 만연하다. 리더층 끼리도, 리더층과 국민들 끼리도, 국민들 끼리도, 내편이 아니면 무조건 ‘틀렸다’고 하고, 무조건 ‘나쁜 사람’이라며 적대시한다. 최근 조국사태가 이같은 상황을 더 부채질하고, 고착화시키고 있다. 국가 망조다. 게다가 이를 사욕과 권력 챙기기에 이용하는 못된 정치꾼도 판을 친다. 정말 나쁜 정치꾼들이 많다. 공자는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신뢰만은 잃어서는 안된다고 가르쳤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民信之矣’를 찾을 수 없다. 최근 잇딴 보수와 진보세력의 소모적 집회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足食’도, ‘足兵’도, ‘民信之矣’도 안되고 있다. 특히 ‘民信之矣’가 더 심각하다. 어쩌다 대한민국이 이런 지경까지 됐는지 통탄스럽다. 나쁜 정치꾼들이 ‘足食, 足兵, 民信之矣’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자기와 자기편만 챙긴 탓이다. ‘足食, 足兵, 民信之矣’를 위해 자기편은 물론 자기 마저도 과감히 버리고, 비우는 통큰정치를 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도, 국민도, 나라도 산다. 이대로 가면 모든 것이 끝장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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