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바오’에서 바라본 경남
‘빌바오’에서 바라본 경남
  • 경남일보
  • 승인 2019.10.0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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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호(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객원교수·前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오동호
오동호

빌바오(Bilbao),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중심도시로 세계인이 찾는 핫 플레이스다. 행정을 하는 공무원들에게는 지역혁신의 메카로, 건축과 미술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살아있는 학습현장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자에게는 순례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휴식의 순례도시기도 하다. 스페인 ‘북쪽 순례길’(Camino del Norte)을 걷는 순례자는 국경도시 이룬에서 출발해, 휴양도시 산 세바스티안과 대학살의 비극이 서려있는 게르니카 마을을 지나 일주일 정도 걸어서 도착하는 곳이 빌바오다.

필자도 작년 가을 3개월간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빌바오에 며칠간 머문 적이 있다. 시간이 빠듯한 순례자가 며칠이나 머문 이유는 순례의 고단함을 잊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빌바오를 좀 더 공부하기 위해서이다. 8년 전, 울산광역시 행정부시장 재임 때 빌바오를 방문해서 양 시간의 교류협정도 맺은바 있다.

그러면, 빌바오를 찾아 무엇을 배우려고 한 것일까? 바로 ‘도시의 흥망성쇠’를 알기 위해서이다. 도시는 탄생해서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한다. 빌바오가 딱 그렇다. 빌바오는 바스크 지방의 주도(州都)로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최고의 중화학산업도시였다. 스페인에서 가장 살기 좋다던 이 도시가 몰락의 길로 갈 것이라고는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도시는 붕괴되기 시작해 항구와 공장은 폐쇄되고, 실업률은 35%에 이를 정도로 황폐화됐다.

도심을 통과하던 깨끗한 네르비온 강은 오염의 대명사가 되고, 바스크인의 자존심은 과거의 영광으로 끝나 보였다. 그러나 1990년부터 대반전이 시작된다. 지방정부는 지역상공인 단체와 합심해 ‘빌바오 재건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시작한다. 핵심 과제는 ‘네르비온 강 살리기’와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였다. 네르비온 강 살리기는 철저히 시민 참여로 이루어져 지금은 수영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는 빌바오 도시재생의 금자탑이다. 다들 무모하다고 봤지만, 마케팅 전문가인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의 조언이 기폭제가 됐다. “빌바오에는 에펠탑이 없잖아요!” 이 한 마디로 제대로 된 랜드 마크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유려하면서도 뭔가를 꿈꾸는 듯,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이 미술관이 한 해에 130만 명을 끌어 모아 빌바오를 유럽 최고의 문화창조도시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이를 행정학자들은 ’빌바오 효과‘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빌바오가 경남에게 주는 시사는 무엇일까? 우리 지역은 한 때 ‘웅도경남’(雄道慶南)으로 불리면서 조국의 산업화를 견인해 왔다. 지금은 주력산업의 부진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제, 경남의 일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혁신의 방향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서부경남의 혁신’이다. 경남의 반쪽을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진주혁신도시와 항공우주산업, 지리산과 남해안은 큰 자산이다. 남부내륙고속철도는 큰 물줄기이다. 이를 제대로 활용해서 서부경남을 부흥시켜야만 한다. 둘째는 부산과 울산, 경남을 통합하여 또 하나의 서울을 만들어야 한다. 양극체제로 가야 국가균형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유럽연합과 같이 우선 경제부터 통합시키고, 장기적으로는 행정구역까지 통합시켜 나가는 일대 혁명이 필요하다. 셋째는 ‘경남의 대항해시대’를 개척해내는 리더십의 발휘다. 역사의 구비마다 걸출한 리더가 등장한다. 지역혁신의 시대정신을 제대로 구현해내는 강건한 리더 말이다.

그래도 답이 잘 나오지 않는다면, 지역혁신의 길을 빌바오에게 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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