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위기와 산업위기의 끝은 언제일까
고용위기와 산업위기의 끝은 언제일까
  • 경남일보
  • 승인 2019.10.0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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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부용(객원논설위원·경남연구원 연구원)
경남도내 주요 제조업 중심지가 고용위기와 산업위기지역으로 지정된 지 1년 반을 넘기고 있다. 다양한 대책과 노력을 경주하지만 아직도 통계상으로 본 위기 상황은 계속되고 있고 위축된 경기한파는 도내 전 산업, 전 부문에 광범위하게 걸쳐져 있으며, 도민들의 꿈을 담아야 할 마음은 여전히 공허하고 활기로 가득차야 할 삶의 터전에서는 빠듯하기만 하다.

약 40여 년 간 우리가 일구었던 고도 경제성장과 근래에 중국이 높은 성장세를 이끄는 이면에는 자유무역체계의 틀 속에 세계적 실수요와 공급부족간의 괴리를 제품의 질과 기술과 열정으로 메운 측면이 강하다. 경남경제 발전배경도 이와 유사한 환경에 도민의 땀과 노력, 도전과 장인정신과 역동과 정열이 뒷받침되어 가능했다. 20여 년 전 IMF외환위기와 10여 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국 시도 중 경남만이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런데 세계적인 외환과 금융위기는 글로벌 경기위축의 거대한 전조이자 시그널이었다. 여기에 혁신적 첨단기술과 가상물리시스템(CPS)을 활용한 미래형 기술시대의 급격한 도래가 예견됨에도 신기술의 개발이나 이의 제조업종 접목과 활용, 적응과 계발을 하지 못하면서 지역경제 추락은 날개 잃은 모양새가 되었고 주력업종 본거지들이 위기상태로 전락한 것이다.

경남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네 개의 기초지자체가 고용과 산업위기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지정과 함께 다양한 대책과 수단이 강구되지만 한계와 고통은 여전히 크다. 1년간의 지정과 다시 한 해의 추가 연장을 위해 기준에 맞는 계량화 작업과 논리개발을 수행했던 필자도 지정 자체가 오히려 경기둔화에 이은 도민 심리위축과 퇴행적 지역발전을 가져오지나 않을까 하는 이른바 낙인효과(stigma effect)를 우려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현재까지의 결과로는 더 여실해진 걸 감출 수가 없다.

첨단기술 접목이 더딘 전통산업이 밀집하고 지식기반이 미약하며 이전·흡수도 힘든 수도권에서 먼 산업집적지들 대부분은 산업과 고용위기가 빈번해질 가능성이 크다. 국토동남권의 기계, 조선, 철강, 자동차 중심지들은 한국판 러스트벨트화가 진행되기에 더욱 그러하다. 도내 기계조선업의 타격에서부터 군산과 울산동구의 조선과 자동차, 목포와 영암 등지의 조선업이 그랬다.

지식산업에 비해 전통제조군은 상대적으로 노동집약형에 가깝다. 우리나라 조업환경에는 나쁜 습성이 있다. 경영위기가 닥치면 바로 인력감축으로 이어지는 점이다. 전통업종들은 주로 대기업과 협력형 중소기업군으로 집적하는데 중소기업에서 경영이 힘들면 바로 실업으로 이어져 고용대책이 먼저 강구되고, 연이어 대기업에서의 조업축소나 중단이 발생하면 그 때가 되어서야 산업위기지역을 지정하는 형태의 뒷북형이다. 위기의 발생원을 사전에 예측해서 차단해야 하고 그럼에도 닥치게 되면 원인을 찾아 치유함이 대책의 근본이어야 함에도 말이다.

차제에 정부는 업종별 위기를 사전에 감지하게 하여 사전경고음을 울림으로써 위기원인을 먼저 대비토록 해야 한다. 산업과 고용위기를 산업부와 고용부에서 나누어 따로 지정하지 말고 동시 지정과 결합시책을 펼침으로써 빠른 치유와 시너지로 이어야 한다. 아울러, 사후적 ‘위기지역’ 명명으로 인해 힘들고 서러운 곳으로 낙인찍는 대신 사전적 의미인 (가칭)산업생태혁신지역으로 이름을 바꿔서 주민과 종사자 공히 긍정의 힘으로 산업혁신과 지역발전에 기대와 진취적 노력을 할 수 있는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를 거두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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