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선((사)한국부인회 진주지회장)
10월 4일 개천예술제의 백미인 가장행렬을 보기위해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나섰다. 교통이 통제된 거리에는 이미 많은 시민들이 줄지어 자리 잡고 있었다. 가장행렬은 시가지를 거쳐 중앙광장 앞에서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이는 순서였다. 심사위원 뒤쪽 일반석에 자리를 잡았지만 순식간에 많은 시민들이 몰려 연로하신 분들께 자리를 양보하고 뒤쪽에 서서 봐야했다.
태풍이 지나간 쾌청한 가을 하늘아래 축제를 즐기기 위해 줄지어서 있는 시민들의 모습은 여유와 평화가 깃든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었다.
오래 전 흑백사진 같은 기억 속에는 친정어머님과 시골 친척 분들을 모시고 가장행렬을 본 적이 있다. 그때 옆자리에 계신 시골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손수 싸오신 알밤과 땅콩, 그리고 찐빵을 주셨는데 그 맛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늘 가장행렬을 할 때가 되면 그 어르신들의 따뜻한 인정과 천진난만한 아이들처럼 활짝 웃으시며 박수를 아끼지 않던 그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당시만 해도 볼거리 문화가 부족했던 터라 인근 시군에서 개천예술제 구경이 최고의 문화 관광이었고 예술제 구경 다녀 온 것이 시골 사랑방에서는 화제 거리고 큰 자랑거리였다.
당시 촉석루 북문에서 출발해 인사동 광장을 거쳐 중앙로타리에 이르기까지 관람객에게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열심히 춤을 추었다. 손주를 업은 할머니 역할이었는데 중간 중간 환호와 박수 소리에 힘입어 자신도 모르게 광대처럼 뛰고 춤추었다.
올해 가장행렬은 참가 인원이 3000명이 넘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홍콩 백파이프, 한독 문화교류회, 피노키오, 아프리카 댄스, 태권도,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의 독도 지킴이. 여고동창생의 결혼은 필수, 푸르미 이야기 등 활기찬 가장행렬이 진행됐다.
그러나 2시간이 넘도록 진행되는 동안 시민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지켜보는 것을 보면서 역시 개천예술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외국팀들의 이색적인 예술과의 어울림도 흥미로웠는데 글로벌 시대에 맞는 이벤트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더 많은 외국인들이 참여하고 진주의 문화예술 또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길 희망해본다.
다양한 문화와 역사 인물 애국심 고취 등, 교육적 가치가 높은 가장행렬을 더 많은 시민들이 동참해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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