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딜레마
변호사의 딜레마
  • 경남일보
  • 승인 2019.10.1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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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법무법인 진주·변호사)
박선영 변호사
박선영 변호사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정지용의 향수에서는 꿈 많은 어린 시절의 무모하면서 순수한 꿈을 ‘함부로 쏜 화살’이라고 표현했다. 장래 희망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열두 번도 변하는 것이 어린 시절의 꿈이다. 그러나 자라면서 꿈은 점점 흐려지고 마침내 꿈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어린 시절 나의 꿈은 막연히 법조인이었다. 자라면서 구체적인 그림이 필요했고 ‘정의로운 판사’ ‘사회에 공헌하는 변호사’ ‘약자 편에 서서 정의를 실천하는 변호사’ 등이 그려졌다. 그러나 변호사가 된 후 마주한 현실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변호사란 직업이 겉으로는 화려하고 선망의 대상이 될는지는 모르지만 실제로는 사건 자체보다 의뢰인과의 관계에서 스스로에게 실망하거나 좌절하는 경우도 많다. ‘변호사’는 말 그대로 일반인이 가지고 있지 못한 법적 전문성으로 공적인 대상(형사)이나 사적인 대상으로부터 의뢰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의뢰인의 사적 손실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여 변론해야 한다. 하지만 공적인 정의와 사적인 의뢰인의 자기방어권 행사 사이에서 명백한 대립이 일어날 때 많은 시간을 고민하게 된다. 특히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이 명백한 증거자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한다든지, 폭행이나 성범죄의 경우 상대에 대한 죄책감이나 미안함을 전혀 가지지 않은 의뢰인을 만날 때 그러하다. 그래서 ‘좋은 변호사’와 ‘정의로운 변호사’가 동일한 의미는 아닌 것이 되고 직업에 대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한 사건에서 의뢰인은 반복된 범죄를 계속 저지르다가 구속된 사람이었다. 이 의뢰인은 재범의 위험성이 매우 높고 의뢰인 역시 자신의 의지나 힘으로는 도저히 바꿀 수 없는 거대한 범죄의 유혹 속에 갇혀버린 것 같았다. 의뢰인이 석방되려면 의뢰인의 범죄에 지친 가족들을 설득하여 피해자들과 합의를 하여야 한다. 하지만 의뢰인이 사회로 나가 재범을 하는 경우 누군가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고민했다. 좋은 변호사는 이들도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정의로운 변호사는 다수의 안전을 위해 이들을 격리하는 쪽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은 의뢰인을 한 번 더 믿어보는 것을 택했다. 의뢰인의 가족들을 설득하여 피해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했고 의뢰인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의뢰인이 이번을 기회 삼아 달라진다면 나는 의뢰인에게는 좋은 변호사가 사회에는 정의로운 변호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이런 고민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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