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전 日총리 ‘사죄의 정석’
하토야마 전 日총리 ‘사죄의 정석’
  • 박준언
  • 승인 2019.10.13 2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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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그만하라고 할때까지…”
김해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
지난해 합천 원폭 피해자를 찾아 사죄
한·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가 지난 11일 김해와 부산을 찾아 ‘일본이 한국에 사죄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2015년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과 지난해 합천 원폭 피해자를 방문해 무릎을 꿇고 사죄한 데 이어 올해도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피해자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을 몸소 실천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지난 11일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이 자리에는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과 고재순 사무총장이 마중 나와 의전을 맡았다. 헌화와 묵념을 마친 하토야마 전 총리는 노 전 대통령이 잠들어 있는 너럭바위로 이동해 주변을 한 바퀴 돌고 부엉이바위를 향해 재차 묵념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방명록에 ‘개혁파 노 전 대통령님의 영령이 국민 곁에 편히 잠드시길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남긴 그는 “노 전 대통령 영령이 국민 곁에 있는 것 같아 감사드리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이곳에 와서 노 전 대통령이 시민들에게 얼마나 사랑받는지 알 수 있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봉하마을 일정을 마친 하토야마 전 총리는 곧 바로 부산대학교로 이동해 ‘통일 한국의 미래와 평화 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는 강연에서 ”폭력을 행사한 사람은 잊어도 피해자는 그 아픔을 결코 잊을 수 없다“며 ”전쟁 피해자가 더는 사죄하지 않아도 된다고 할 때까지 가해자는 사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아베 일본 총리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만을 거론하며 현재 북미 관계 등에서 소외되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취해야 할 전략은 북미 평화조약이 체결되도록 해 일본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한·일 간 경제 보복 문제를 불러일으킨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도 “1965년 한·일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 문제가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어 “한·일 정부가 백색국가 제외 철회와 경제 보복 조치 중단 등 수출 관리 문제를 적극 협력해 개선해야 한다”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탈퇴 문제도 미국 중재 하에 냉철하게 판단하고 북한의 도쿄올림픽 참가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12일에는 부산 남구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방문했다. 2015년 12월 개관한 역사관은 일제에 의해 자행된 강제동원의 참상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조성된 곳으로 일본 고위 정치인 출신 인사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안타까운 역사 기록을 마주했을 때는 두손을 모아 기도하고 짧게 묵념하며 애도를 표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7층 옥상에 마련된 추모공원 내 추모탑 앞에서 헌화하며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그가 준비한 화환에는 ‘역사의 교훈이 미래를 만든다’는 내용으로 역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에 일침을 가하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그는 “당시 2000만명 밖에 없던 조선인 중 약 800만명에 달하는 분들이 일제에 동원돼 군인, 군속, 노동자로서 고생하고 목숨까지 잃게 됐다”면서 “과거에 저질렀던 역사를 제대로 직시하자는 의미에서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인이 이 역사관을 방문해 겸허하게 역사 진실을 봤으면 좋겠다”면서 “무한 책임으로써, 전쟁범죄의 가해자로서 많은 상처를 입힌 데 대해 역사의 사실을 보기 위해 왔고, 역사에서 많은 것을 배우면서 미래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1분가량 짧은 소감을 말하면서 ‘사죄드린다’는 말을 세 차례나 언급하기도 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2009년 9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제93대 일본 총리를 지낸 대표적인 친한·진보 정치인이다. 2015년 8월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방문해 추모비에 무릎을 꿇고 일본 식민지배에 대해 사죄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합천의 원폭 피해자를 찾아 무릎을 꿇었다.

박준언기자

 
봉하마을 찾은 하토야마 전 총리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가 11일 오후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죄하는 일본 전 총리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12일 오전 부산 남구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방문해 옥상에 설치된 추모탑에서 참배하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전 총리가 지난 11일 부산대에서 ‘통일 한국의 미래와 평화 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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