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학교다움·교사다움에 대하여
[교육칼럼] 학교다움·교사다움에 대하여
  • 경남일보
  • 승인 2019.10.1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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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택(前 창원교육장)
임성택
임성택

이른바 ‘조국 사태’에 대한 국민적 관심 중 하나는 ‘특권적 지위를 이용하여 대학 입시에 성공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의 반증일 것이다.

한편, 학업 중도 포기자가 늘어난다는 언론 보도도 있다. 학업 포기는 학교생활 부적응에 의한 경우도 적지 않지만 조기 유학이나 홈스쿨, 검정고시 등 상급학교 진학에 유리한 방법을 찾는 것에 다름 아닌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국 사태’나 학업 중도 포기가 공교육에 던지는 메시지를 읽어야 한다. 만약 상급학교 입시에 졸업장이나 검정고시 합격을 요구하지 않고 학력만으로 선발한다면 우리나라의 공교육은 하루아침에 주저앉고 말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학교는 이대로 가도 괜찮은가?

다시 말하지만 ‘조국 사태’의 핵심은 자녀의 입시를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였으며, 평범한 가정은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인맥으로 만들어진 성공이라는 것이다. 아이가 공부하여 얻은 결과가 아니라 부모가 함께 만들어준 입시 성공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며, 일부 기득권층이 누려온 공공연한 비밀이었으며,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교육환경을 정작 입시제도가 일조하고 있었던 것이라는 데에 대한 평범한 국민의 허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입시제도가 잘못되었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수시와 정시 모집으로 구분하는 대학입시, 학교생활종합기록부를 입시에 반영하는 현행 제도는 학교교육의 정상화에 크게 기여하는 제도라고 평가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안타까워하는 것은 입시 제도를 운용함에 있어서 학교다움과 교사다움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는 데 있다.

학교생활기록부가 대학입시에 제대로 된 기능을 하려면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에 의한 교사의 평가가 절대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 보듯 가정이나 사회에서 만들어낸 스펙을 학교는 검증하지 않고 대서(?)한 정도의 기능만 했다. 학교가 교육적 관심을 가지고 그 스펙의 진위와 수행능력을 확인하고 평가했더라면 이 지경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스펙을 입시원서에 기재한 학교와 교사에게도 일단의 책임을 지게 하였어도 이렇게 되었을까? 학교다움이나 교사다움의 교육적 권위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지도 않았고, 교육적 양심으로 지도한 흔적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해당 학교와 교사들은 자기 학교의 실적이나 제자의 진학 성공을 위해 편법적 방법을 안내하거나 조장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정치적인 논쟁은 언젠가는 잠잠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 기회에 교육당국은 교육다움의 제 자리를 찾아가는 진통으로 받아들이고 학교다움과 교사다움의 본래 모습을 만드는 일에 힘써야 한다. 학교가 아이들의 상급학교 입시에 필요한 하나의 통과 과정일 뿐이라는 인식이 고착된다면 공교육은 입시전문 교육업계를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아이들은 학원이나 과외에 매달릴 것이고 인터넷 등의 교육사업은 날로 번창할 것이다. 학부모는 더 많은 교육비를 써야 할 것이고, 학교 교육을 중도 포기하는 아이들은 더욱 늘어갈 것이다. ‘조국 사태’가 온 국민을 짜증나게 하지만, 이 짜증나는 논쟁이 학교다움·교사다움의 제 자리를 찾아가는 발전적 과정으로 삼아 신뢰받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계가 뜻을 모았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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