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제4부, 부패할 수 없는 권력
언론 제4부, 부패할 수 없는 권력
  • 경남일보
  • 승인 2019.10.1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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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객원논설위원·수필가)
절기는 한로를 지나 상강 즈음이니 그야말로 만추(晩秋)다. 이 계절이면 붉게 물든 단풍을 보고 떨어져 땅에 뒹구는 낙엽을 보며 지난 시절을 회상하기 마련이다. 20대 기자생활로 시작하여 45년째 신문사 주변을 맴돌았으니 필자의 추억거리는 당연히 그 시절일 수밖에 없다. 3공화국 끄트머리 그 격동과, 군화소리 요란했던 5공, 그리고 문민시대와 민주화가 자리잡아 가던 시절, 좌우와 진보 보수로 갈라진 요즘의 중심에는 항상 언론이 있었고 그의 곧은 소리로 우리사회는 발전해온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담론을 잃지 않고 늘 제시하며 가야할 길을 개척해 온 것이 언론이다. 탄압을 무릅쓰고 해고와 갇히기를 반복하면서도 언론은 저항하고 갈 길을 걸어 왔다. 때로는 휘어질지언정 결코 부러지지 않았고 진실을 고집해온 결과 정권은 유한했지만 언론은 아직도 건재하다. 산업화와 민주화가 거세게 싸우는 가운데서도 산업화는 결실을 거둬 세계적인 경제대국이 되었고 핍박받는 중에도, 짓밟히고 갇혀도 민주주의는 마침내 화려하게 꽃피워왔다. 그 중심에 언론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작금의 언론행태를 보면 지난 시절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여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언론이 입법 사법 행정에 이은 제4부로 일컬어지는 것은 3부를 감시하고 그들의 잘못을 비판하며 가야 할 길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듣지 못하는 대중의 목소리를 전하며 날카로운 비판을 서슴치 않는 본연의 모습으로 민주주의는 발전했고 가야할 길을 걸으며 판단의 가늠자 역할을 해온 것이 언론이다.

항상 정의의 편에 서고 진실을 말해야 제대로 된 언론이다. 정론직필(正論直筆)과 춘추필법(春秋筆法)으로 사파현정(邪破顯正)해야 하는 것이다. 권력을 감시하는 기능을 부여받아 제4부라 하는 것이다.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면 소금이 맛을 잃은 것과 다름없고 권력에 맛을 들이면 뱀의 독보다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수많은 언론매체가 생겨나면서 빛을 잃은 언론행태가 비일비재한 것은 걱정스런 현실이다. 권력에 기대어 그들의 편에 서고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기운 보도와 논조로 대중의 소리를 외면한다면 이는 언론의 길이 아니다. 언론사, 언론의 주체가 기울고 편파적 성향을 가져도 언론인은 항상 바른 가치관을 갖고 정도를 걸어야 언론이라 할 수 있는데도 요즘의 편향성은 매우 심각하다. 저항하고 진실에 굴복하지 않는 기자정신이야말로 참 언론의 길임을 망각하고 있는 행태를 걱정하는 것이다. 우리의 언론은 서슬이 시퍼런 감시와 억압속에서도 행간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 권력을 나무라고 미래를 직시하는 통찰력으로 개척자적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언론은 통제가 없는 한껏 자유를 만끽하는 전성시대인데도 권력에 기대고 그들의 입맛에 맞추는 나쁜 습성에 물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권력은 유한해 언젠가는 소멸하고 새로운 권력이 나타나지만 진실과 정의는 영원하다는 것을 망각하지 않는다면 언론이 가야할 길은 명확하다.

입법, 행정, 사법 3부가 뭉그러지고 제 역할을 못해도 언론은 항상 살아있어야 한다. 절대 부패해선 안될 권력, 제4부가 바로 언론이다. 어두웠던 시절,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것은 언론이 명맥을 유지하며 바튼소리를 내“b았기 때문이다. 언론의 가장 큰 역할은 감시기능이다. 부패를 감시하고 거짓을 배척하며 진실을 말하는 언론이 있는 사회는 살아있다. 거기에 시대적 담론을 외면하지 않고 담아내며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한다면 그 사회는 미래가 있다. 그러나 언론이 정권과 권력에 기대고 진영논리에 매몰되면 사회는 병들고 국론은 분열되어 절망에 빠져든다. 지금이야말로 기자정신, 언론의 혼이 절실한 시대이다. 조국사태는 그런 우리사회의 행태에 대처하는 언론의 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 언론도 한번쯤 오늘의 자신을 진단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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