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세상을 담는 그릇 '살아있는 문화재'가 되다
[창간특집] 세상을 담는 그릇 '살아있는 문화재'가 되다
  • 박철홍
  • 승인 2019.10.1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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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년 창간호를 통해 본 경남일보
1909년 10월 15일 우리나라 최초의 지방신문인 경남일보가 창간됐다.

창간호는 지난 2003년 4월 10일 진주시 수곡면 사곡리 지명당 하세응 종가 집에서 고문서를 정리하다 발견돼 약 100년만에 세상에 공개됐다. 그동안 창간호를 찾지 못해 창간 25일 뒤에 발행된 1909년 11월 5일자 제2호를 통해 창간취지 등을 유추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창간호를 소장하고 있던 지명당 11세손 하원준 씨는 “경남일보 창간호는 우리 고조부인 극재 공이 구독했던 신문이다”며 “그동안 집안의 서재 속에서 잠자던 것을 2003년 4월 10일 경상대학교 고문헌 조사팀이 고문헌을 정리하던 중 발견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고 말했다.

경남도 유형문화재인 경남일보 창간호는 현재 국립진주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창간호 발간까지의 과정

1908년말부터 시작된 신문 간행 논의는 1909년 초에 이르러 본격화됐다.

울산의 대지주 김홍조를 비롯한 경남의 실업가와 유지들이 진주에 모여 신문사 설립을 위한 임시사무소를 설치했다. 임시사무소 소장은 진주의 재산가 김기태가 맡았다. 경남관찰사인 황철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나섰다.

신문사 형태는 주식회사로 하고 자본금은 3만원으로 정해 1주에 50원씩 총 600주를 발행하기로 했다.

이같이 회사의 형태와 자본금, 모금방법을 확정하고 창간준비 업무를 수행할 임시사무소를 설치한 신문사 주역들은 신문 발간의 취지와 중요성을 천명하며 주식모집에 참여를 촉구하는 설립발기문을 대내외에 공포했다.

황성신문은 1909년 2월 17일자 잡보 ‘대한우일보’로 경남의 유지들이 경남일보사 설립을 발기했다는 내용을 즉각 보도했다. 발기소식과 발기문을 게재한 황성신문은 2월23일자에 ‘대(對) 경남일보 창립에 충고함’’이라는 제목의 장문의 논설을 실어 격려했다.

경남일보의 창간준비는 그해 6월들어 상당히 구체화됐다. 7월에 제정된 악법 ‘광무신문지법’에 의해 발행지를 관할하는 관찰부를 경유해 내부대신 청원을 거쳐 허가를 얻게 됐다.

경남일보사에 대한 내부인가는 1909년 8월 19일에 있었다. 경남관찰부를 경유해 2개월여만에 정부의 발행허가가 나온 것이다. 이후 신문사 발기 주역들은 자본금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면서 신문발간에 필수적인 인쇄시설 확보를 서둘렀다.

인쇄시설은 서울 교동에 있는 우문관이 보유하다 팔려고 내놓은 시설을 매입하기로 했다. 경남관찰사 황철과 신문사 발기를 주도한 김영진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

발기인들은 인쇄시설이 확보되자 신문 편집을 주관할 필진을 물색했다.

편집을 주관할 주필에 위암 장지연을 초빙했다. 위암은 경남일보주식회사의 설립 발기부터 진주에 교분이 있는 지인들이 주축이 돼 신문발간을 준비하고 있음을 알고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던 중이었다.

위암이 주필직을 정식으로 수락한 시기는 신문발행의 내부인가와 인쇄시설 확보 등 신문창간이 무르익어 가던 1909년 8월하순이나 9월초로 추측된다.

경남일보는 10월 12일 창간을 눈앞에 두고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주총에서는 주필에 초빙된 장지연 선생을 크게 환영하고 자본금 확보를 위한 주식모집에 관한 일과 신문사의 운영방향을 확정·의결했다. 창간의 최종점검도 있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이로써 경남일보는 1909년 2월 주식회사 설립발기문을 대내외에 공포하고 임시사무소를 설치하면서부터 실질적인 준비활동을 시작한 이래 8개월여 만인 10월 15일 당시 경남의 수부인 진주군 진주면 성내 1동에서 역사적인 첫 발을 내딛었다.


◇창간호의 편집

창간호는 타블로이드판(63㎝×46㎝) 4개면으로 1개면을 6단으로 나눠 1단 36행에 1행 13자로 국한문 혼용체이다. 1면과 4면은 붉은색 잉크로, 2면과 3면은 검은색 잉크로 각각 인쇄됐다. 특히 1면과 4면은 요즘의 컬러인쇄에 해당하는 붉은색 글자로 인쇄해 당시 원시적 인쇄여건 하에서도 창간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1면은 제호와 외보, 현행법령, 지방민권자치제, 삼강의 일사 △2면은 사설, 본보발간 취지, 자보로 중앙정계와 수문쇄록 △3면은 박영효를 비롯한 각계 각층의 축사 △4면은 관보, 농업계, 공업계, 상업계, 교육휘보 등이 실려 있다.

1면의 외보는 ‘안봉선 항의설’과 ‘일·청 협약과 미국’이라는 제목으로 워싱턴 발 기사와 런던발 기사를 게재했다. 일본이 청나라의 문호개방에 관한 포츠머스 조약을 위반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같은 외신 보도는 지방에 있지만 지방에만 머무르지 않고 세계소식을 아우르는 전국지를 표방했기 때문이다.

2면의 창간사(발간 취지)는 ‘대저 신문사라는 것은 문명을 개도(開導) 복리를 증진하는 기구다. 그런 까닭에 신문사가 많이 생기면 사회의 문화는 넓힐 수 있으며 인민의 행복이 날로 증진할 수 있으니 신문사의 흥망성쇠로서 나라의 쇠퇴와 융성, 백성의 현명함과 어리석음을 예측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경성에서 콜레라퇴치가 있었다는 사회뉴스, 학부대신과 탁지부대신의 인사기사 등도 실려 110년 전의 지역사회상을 생생히 알 수 있다.

중앙 소식 외에 지방 소식을 취급하는 ‘수문쇄록’의 ‘남강으로부터 구 해창 해안까지 수도 개척’이라는 기사를 보면 당시에도 진주를 비롯한 남강 하류지역의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 사천만 쪽으로 방류하는 수로를 뚫어야 한다는 논의와 시도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3면은 창간을 축하하는 각지 명사들의 축사로 전체 면을 가득 채웠다.

4면은 맨 위에 관보를 배치해 인사사항을 게재하고, 그 아래 농업계, 공업계, 상업계 순으로 개요을 각각 연재하기 시작했다. 교육휘보란에는 2건의 교육계 동향이 적혀 있다. 맨 끝자리에는 신문의 정가와 광고료, 발행·편집인 등을 밝히고 있다. 신문값은 1매 1전(1개월 30전)이며 발행·편집인은 김홍조, 인쇄인에 이준기, 인쇄소·발행소는 진주군 성내1동 경남일보사로 명기하고 있다.


◇창간호의 문화재적 가치

경남일보 창간호는 지난 2009년 8월 6일 경남도 유형문화재 제482호로 지정고시 됐다.

지정 사유를 살펴보면 ‘경남일보는 한국인에 의해 발행된 최초의 그리고 유일한 지방지라는 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 신문에는 구한말 일제 초기 진주를 비롯한 경남지역 내의 변화, 발전 상황이 투영되고 있어 상당한 사료적 가치가 있다. 이 자료는 현재 유일하게 남아 있는 창간호로서 유형문화재로 지정하여 보존·관리하고자 한다’고 적혀있다.

창간호는 우리나라 언론역사상 최초의 주식회사로 출범한 신문사인 동시에 최초 지방신문, 지방에서 최초로 근대 활판 인쇄시설을 갖춘 출판 겸 인쇄소이다. 우리나라 ‘최초’라는 3가지를 기록하며 출발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와 신문 역사, 지방사 연구의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으며 지방신문의 역사를 다시 쓰는 계기가 됐다.


박철홍기자 bigpen@gnnews.co.kr


경남일보 창간호.
경남일보 창간호.

 

 
국립진주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경남일보 창간호(맨왼쪽).

 
경남일보 창간호 발견 후 재인쇄 한 지면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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