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 경남일보
  • 승인 2019.10.1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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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정(진주YWCA사무총장)
고명정
고명정

두 아들 방을 정리하다가 아이들 8∼9살 때 일기장을 보게 되었다. 두 녀석 특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일상들과 기발하고 재미난 표현들에 계속 웃음 지으며 한참을 읽어 내린다. 젊은 엄마는 당시 교육열이 한창이었는지 맞춤법을 바로 한다며 아이들 문장에 빨간 펜 자국을 많이 남겨놓았다. 그것은 그대로 두었으면 백배 더 좋은 아이들 문장 속으로 들어가는 방해꾼이 되었다.

이제 와보니 그 안에는 보물 같은 이야기들이 가득 차있다. 아이가 하루를 온 몸으로 살아내고 또박또박 눌러쓴 그날들의 기억 속에 한참을 여행하고 돌아오니 딱 이 말이 떠오른다.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세 아들이 낳은 손자, 손녀를 가까이 보며 자신의 육아에 대한 성찰과 젊은 엄마들에게 해주고픈 이야기를 담은 여성학자 박혜란 선생님의 저서명이기도 하다.

일기장 속 아홉 살 건희가 말을 건다. 엄마는 우리를 키우며 잘한 것도 있고 좀 잘 못한 것도 있지만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하는 것 같다.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한 곳은 서울에서도 아이 키우기에 그리 좋은 환경이 아닌 왕십리였다. 매일 자연을 접하는 육아를 하고픈 나에게 엄청난 좌절을 안겨준 동네다보니 날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자연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 숙제 같은 일상이 되었다. 가만히 있어도 흥미를 가지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별 관심이 없는 것은 강요하지 않은 것 같다.

자기 전 옛이야기 책을 수없이 읽어준 밤들 덕분인지 청소년이 된 아들이 더 이상 엄마를 필요로 하지 않아도 섭섭하지 않은 것 같다. 육아 중인 후배엄마들을 만나면 이런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싶다.

태어나자마자 사는 법을 익히느라 바쁜 우리 아이들에게 무한한 정보력으로 무언가를 끊임없이 제공하느라 분주하지 말자고. 엄마와 아이가 동지가 된 것처럼 과업을 설정해두고 목표를 향해 스케줄을 소화하는 육아가 아니라 함께 순간을 행복하게 교감하는 육아의 때를 보내자고. 아이가 자랄 때는 외부요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아이 고유의 기질과 이야기만 가지고도 충분하다고. 수직적인 질서보다 수평적인 조화로움을 느끼며 살도록 여성주의 (페미니즘) 감각이 삶에서 춤을 추게 하자고. 물질에 현혹되어서 이렇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 단정 짓고 미리 환경을 제공해 주는 엄마가 되지 말자고. 엄마가 행복하면 아이는 행복한 아이로 자라는 것은 만고의 진리라는 것. 그래서 엄마는 고정관념을 깨고 아이는 꿈을 꾸는 육아를 하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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