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경남의 백년가게(1)하동집
[창간특집] 경남의 백년가게(1)하동집
  • 강진성
  • 승인 2019.10.14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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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청경남지역본부-경남일보 공동기획

복비빔밥 탄생시킨 진주 최고 역사 복국집
맛집으로 통하는 노포 식당은 식객의 안식처이자 지역의 자랑이다. 주인이 대를 이어가듯 손님도 대를 잇는다. 노포는 지역경제의 흥망을 함께 한다. 노포가 살아남아야 동네도 산다. 중소벤처기업청은 30년 이상 운영된 음식점과 도소매 점포가 백년 이상 이어갈 수 있도록 ‘백년가게’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경남일보가 창간 110주년을 맞아 경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과 공동으로 경남지역 백년가게를 응원하고자 지면에 소개한다. /편집자주

아침 7시. 어둑한 진주 중앙시장에 불이 켜진다.

주현숙(68) 사장은 복어 손질에 분주하다. 직원들은 콩나물과 미나리를 다듬는다.

하동집은 진주에서 가장 오래된 복집이다. 1955년 중앙시장 건어물 골목에서 문을 열었다(일부에서 1953년 개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주사장은 1955년으로 소개했다). 1966년 중앙시장 대화재로 잠시 문을 닫았다. 2년 뒤 새롭게 차려진 지금의 먹자골목으로 옮겼다.

아버지(故 주시봉)가 일제강점기 홋카이도 탄광 노동자로 일했다. 거기서 복요리를 배웠다.

해방 후 돌아왔다. 부부가 함께 문을 열었다. 아버지는 복을 다듬고 어머니(故 변순악)는 요리를 맡았다.

아버지는 하동 옥종, 어머니는 하동 북천이 고향이다. 그래서 하동댁이라 불렸다. 하동집 상호가 그렇게 만들어졌다. 간판에는 하동복집으로 표기돼 있다. 복집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복’자를 넣었다. 정식 상호는 하동집이다.

간판에 적힌 ‘일명 할매복집’은 어머니로 인해 생긴 별명이다.

아버지는 1991년에 작고했다. 어머니 혼자서 직원과 함께 이어갔다.

1998년 어머니가 가게 다락방 계단을 오르다 굴렀다. 노인 몸이 성할리 없었다. 골절로 몸져누웠다. 수십일 나오지 못했다. 평생 쉬는 날 없었던 가게를 말이다. 직원들만으로 가게가 운영됐다. 주변에서 서로 인수하고 싶다는 소리가 들렸다.

주 사장은 중앙시장의 산 증인이다. 어릴때부터 학교를 마치면 가게로 왔다. 설겆이며 잡일을 도왔다. 식당일을 이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될수록 자신의 발을 묶는 가게가 싫었다. 심지어 가게와 멀어지려고 대학을 졸업하고 부산대병원 간호사로 일했다. 어른이 되어서는 가게에 발걸음을 끊었다.

다친 어머니도 가게를 맡아 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자신처럼 자식이 고생하는 걸 원치 않았다.

어머니가 계속 병상에 있자 큰딸 주씨가 고민에 빠졌다. 윤양병원 간호과장인 그가 식당을 한다는 것을 상상하니 부끄러웠다. 하지만 부모님이 힘들게 이어온 가게를 외면하기도 어려웠다. 가게는 자신과 두 동생을 키우게 한 원천이었다.

어머니가 다친 지 2개월이 지날 즈음, 주씨는 앞치마를 두르기로 결심했다. 하동집 2대 사장은 그렇게 시작됐다.

평소 요리를 좋아했다. 어머니가 알려주는대로 복국을 만들기 시작했다.

단골손님은 낯선 사장이 의심스러웠다. 딸이라고 해도 믿지 않았다. 가게에 얼굴 한번 안보이던 사람이 딸 맞냐는 소리가 돌아왔다.

단골은 훈수꾼이 되었다. ‘어머니는 이렇게 했다. 저렇게 했다’ 원래 맛을 알려줬다. 주 사장은 그렇게 어머니 손맛을 닮아갔다.

복국은 대중음식이 아니다. 술꾼에겐 최고의 해장국이지만 여성이나 아이는 쉬이 찾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단골은 50대 이상 남성이 대부분이다.

주 사장은 더 많은 사람이 복국을 즐길 방법을 고민했다.

그렇게 탄생한게 복비빔밥이다. 김가루가 담긴 비빔용 대접에 복국의 콩나물과 미나리를 옮겨담는다. 여기에 밥과 함께 고추장으로 비빈다. 복국 국물을 한 두 숟가락 넣어 비비면 더 맛있다. 여자 손님들이 좋아했다. 아이들도 곧잘 먹었다.

복비빔밥은 입소문을 타고 진주시내 복국집에 전파됐다. 복비빔밥은 그렇게 ‘진주 복국’ 차림의 특징이 됐다.

하동집은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주 사장은 온종일 가게를 지킨다. 휴일도 없다. 어머니가 새벽 4시에 문을 열었던 걸 생각하면 그나마 편해졌다.

주 사장의 가게 운영 방침은 좋은 재료로 지금 맛 그대로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다. 하동집은 시장 한복판이라 찾아가는 수고가 있지만 여전히 주당의 고향이자 안식처다. 단골손님도 2대, 3대로 이어지고 있다. 주말엔 외지 손님으로 북적인다.

그는 외국처럼 백년 역사의 가게가 진주에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침 일찍 가게로 나와주는 직원들이 그래서 더 고맙고 소중하다. 내일처럼 도와주는 직원이 없으면 백년가게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목표다.


강진성기자 news24@gnnews.co.kr



*하동집(하동복집): 복국, 복수육, 아구탕, 아구찜. 경남 진주시 중앙시장길 29-5(대안동, 진주 중앙시장 먹자골목) 전화 055-741-1410. 운영시간 오전 7시~오후 9시. 연중무휴. 주차불가



 
하동집은 진주에서 가장 오래된 복집이다. 과거에는 자연산 복어가 공수됐지만 현재는 복어 가격으로 인해 냉동복어를 사용한다.
하동집은 복국으로 유명하지만 아구요리도 인기 있다.
하동집 2대 사장 주현숙 대표가 아침시간 복국을 만들고 있다.
주현숙 하동집 대표는 부모님에 이어 2대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외국처럼 백년을 잇는 가게가 진주에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동집은 1955년 진주중앙시장에서 문을 열고 64년째를 맞고 있다.
 
하동집 복국은 비빔용 그릇이 나온다. 김가루가 있는 대접에 복국의 콩나물과 미나리를 옮기고 공기밥을 비벼서 먹으면 된다. 하동집에서 시작한 복국 비빔은 진주지역 복국집의 특징이 됐다.
하동집 복국은 비빔용 그릇이 나온다. 김가루가 있는 대접에 복국의 콩나물과 미나리를 옮기고 공기밥을 비벼서 먹으면 된다. 하동집에서 시작한 복국 비빔은 진주지역 복국집의 특징이 됐다.
하동집은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진주중앙시장 식당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열고 가장 늦게 문을 닫는다. 1대 사장이 운영할 때는 오전 4시에 문을 열었다. 시청 등 진주 구도심에 있던 관공서가 옮겨가고 새벽까지 술을 마시던 문화가 사라지면서 지금은 개점 시간이 늦춰졌다.
하동집은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진주중앙시장 식당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열고 가장 늦게 문을 닫는다. 1대 사장이 운영할 때는 오전 4시에 문을 열었다. 시청 등 진주 구도심에 있던 관공서가 옮겨가고 새벽까지 술을 마시던 문화가 사라지면서 지금은 개점 시간이 늦춰졌다.
하동집은 2대 사장 주현숙(가운데) 대표와 직원들이 이끌고 있다. 주 대표는 이른 아침부터 나와서 도와주는 직원들 덕분에 가게가 유지될 수 있다고 고마워했다.
하동집은 2대 사장 주현숙(가운데) 대표와 직원들이 이끌고 있다. 주 대표는 이른 아침부터 나와서 도와주는 직원들 덕분에 가게가 유지될 수 있다고 고마워했다.
하동집 2대 사장 주현숙대표. 1998년 1대 사장인 어머니에 이어 가업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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