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은 신용사회의 원동력 (캐나다에서 보낸 네 번째 편지)
정직은 신용사회의 원동력 (캐나다에서 보낸 네 번째 편지)
  • 경남일보
  • 승인 2019.10.1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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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실(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날씨부터 체크한다. 날씨의 상태에 따라 하루의 스케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의 만남도 날씨로 대화를 열고 연설문을 작성하거나 편지를 쓸 때에도 맨 먼저 날씨로 글을 풀어 간다. 그만큼 날씨는 우리 삶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평소 알고 있는 캐나다 날씨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북극곰, 얼음, 눈의 나라 등 추운 나라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벤쿠버는 일반적인 캐나다 날씨와 달리 캐나다 안에서 가장 온화한 지역이다. 벤쿠버는 캐나다의 세 번째 도시로 동부에 토론토가 있다면 서부에는 벤쿠버가 있다. 각종 리서치 기관에서 조사하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를 수상한 경력도 있다. 한국보다 북쪽에 위치했음에도 불구하고 겨울에는 한국보다 춥지 않고 여름에는 한국보다 덜 덥다. 10월부터 우기(雨期)가 시작되어 4월까지 이어진다. 한 달에 절반 정도는 비가 오고 강수량이 많은 것은 아니고 우리나라 장맛비와는 달리 보슬비가 자주 내린다. 겨울인데도 눈보다 비가 자주 내려 레인쿠버(raincouver)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 오늘은 캐나다에서 보낸 편지 네 번째 이야기로 캐나다인들의 정직 의식에 대해 살펴볼까 한다. 캐나다 도시에는 우리나라 지하철처럼 기차가 운행되고 있다. 개찰은 하지 않는다. 개찰을 하지 않는다고 승차권을 끊지 않고 탑승하는 사람은 없다. 승무원들은 항상 승객을 믿는다. 절대로 승객을 불신하고 의심하지 않는다. 대형 쇼핑몰에도 마찬가지다. 물건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지만 종업원이 각 코너별로 특별히 물건을 지키지 않는다. 종업원은 항상 손님을 믿기 때문이다. 캐나다 고등학교의 중간고사 기간 중 한 학생이 몸이 아파 결시하면 학생이 원하는 날짜에 다시 시험을 치르게 해준다. 그런데 그 결시학생이 다시 치루는 시험 문제지는 중간고사 시험 문제지와 똑 같은 것으로 치르게 된다. 그렇게 한다고 시험 문제지 유출은 없다. 먼저 치룬 학생이 시험 문제를 가르쳐 주지도 않고 뒤에 치루는 학생이 먼저 치룬 친구에게 물어 보지도 않는다. 그만큼 정직이 체질화 되어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정직은 먼저 상대방을 의심하지 않는 믿음에서부터 시작된다. 승무원은 승객을, 종업원은 손님을, 선생님은 학생을, 친구는 친구를 절대 의심하지 않는 정직의 발로다. 얼마나 편안하고 아름다운가.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조국사태로 인하여 세상이 시끄럽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 자식의 명문대 진학을 위해 부모가 먼저 거짓말을 하여 자식을 진학 시키면 그 자식은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될까? 세종대왕 대에 청렴하고 강직 하면서 공사구분을 확실히 했던 정절공(貞節公) 정갑손은 자식 문제를 엄격히 처리한 일화로 유명하다. 정절공이 함길도 관찰사로 있다가 임금의 부름을 받고 서울 갔다가 돌아오니 함길도에서 시행한 향시 합격자 명단에 정갑손 아들의 이름이 적혀 있어 정갑손은 크게 화를 내며 사관을 꾸짖었다고 한다. 아들이 아직 공부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정갑손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합격 시킨 것이다. 정갑손은 즉시 아들을 불합격 처리 하고 아들을 합격시킨 사관도 파면 시켰다고 한다. 정갑손 아들 정오는 아버지께 큰절 올리고 감사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해 경상도 향시에서 장원으로 합격 했다. 아버지의 정직이 자식을 당당하게 장원으로 만든 것이다. “정직만큼 부유한 유산은 없다.”고 셰익스피어가 말했듯이 우리도 정직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어 정직한 신용사회를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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