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미디어시대와 전서구
첨단 미디어시대와 전서구
  • 최창민
  • 승인 2019.10.16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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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서구(傳書鳩)는 방향감각과 귀소본능이 뛰어나고 장거리 비행능력이 좋은 점을 통신에 이용하기 위해 훈련시킨 비둘기를 말한다. 주로 전쟁 때 통신용으로 활용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위험에 빠진 프랑스군의 상황을 알리는 통신수단으로 활약해 주목받았다.

▶국내에서는 백두산에서 촬영한 필름을 전서구에 매달아 언론사가 있는 서울로 날려 보내 이를 신문에 게재한 일이 있다. 1936년 8월 조선일보 사진기자 이종옥을 비롯해, 학자 33명으로 구성된 백두산 탐방단이 8월 13일 백두산 천지에 올랐다. 이 사실은 이틀 후인 15일자 신문 1면에 만세삼창 사진과 함께 보도됐다. 기사에는 ‘백두산정발 전서구편=삼장중계(白頭山頂發 傳書鳩便=三長中繼)’라는 바이라인이 새겨졌다.

▶15일 오후 한국과 북한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이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렸다. 그러나 우리국민들은 이 경기를 볼 수가 없었다. 북한이 선수 외 응원단과 중계진, 국내 외신기자들의 관람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무관중, 무중계, 깜깜이 축구, 세계에서 가장 기괴한 경기였다는 말이 나온다. 최첨단 미디어시대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생긴 것이다.

▶평양을 찾은 인판티노 피파 회장은 경기장이 가득 차기를 기대했으나 관중석에 팬이 없어 실망했다고 했다. 무엇보다 국내 축구팬들이 흥분했다. 최첨단 미디어 세상에 전 근대적인 유물이 떠오른다며 ‘전서구’나 ‘봉화’를 띄워서 소식을 들어야할 판이라고 풍자했다. 수십, 수 백번을 속아도, 또 기대 해야 하는 우리의 처지가 안쓰럽고 안타깝다.
 
최창민 편집국 부국장대우(취재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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