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 엿보기[15] 갈잎 가랑잎 늦잎 거두기 갈무리
토박이말 엿보기[15] 갈잎 가랑잎 늦잎 거두기 갈무리
  • 경남일보
  • 승인 2019.10.1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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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 알려드렸던 아람이 불은 밤을 보고도 ‘아람’을 떠올리지 못한다거나 밤을 깎을 때 ‘보늬’를 벗기면서도 ‘보늬’를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지난 이레끝(주말) 시골집에 다녀왔는데 주렁주렁 감을 달고 있는 감나무도 있었지만 감도 잎도 다 떨어진 감나무도 있었습니다.

아직 감이 익을 때도 아니고 잎이 떨어질 때도 아닌데 그런 감나무를 보니 서글픈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침저녁에 춥다는 말이 나올 만큼 쌀쌀해진 날씨를 살갗으로 느끼면서 이제 그럴 때가 다 되어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가을’ 하면 무슨 낱말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는지요?

가을하면 ‘낙엽’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그런데 ‘낙엽’과 비슷한 뜻을 가진 토박이말 ‘갈잎’을 아시는 분들은 많지 않으실 것입니다. 말모이 사전에 ‘갈잎’을 찾으면 ‘가랑잎’의 준말, ‘떡갈잎(떡갈나무 잎)’ 비슷한말로 ‘낙엽’이 있다고 풀이를 해 놓은 것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는 많은 분들이 ‘낙엽’과 함께 ‘갈잎’도 떠올려 쓰시게 되길 바랍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가랑잎’은 ‘넓은잎나무 활엽수의 마른 잎’을 뜻합니다. 또 ‘제철이 지나도록 지지 아니한 잎’을 뜻하는 ‘늦잎’이라는 말도 덤으로 알려드립니다. 우리가 잘 아는 ‘마지막 잎새’ 이야기에 나온 것이 바로 ‘늦잎’이라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

흔히 가을을 ‘수확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저는 ‘가을은 갈무리하는 철’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두어들인 온갖 곡식과 과일들을 잘 갈무리해야 하는 철이기 때문입니다. ‘갈무리하다’는 ‘물건 따위를 잘 정리하거나 간수하다’는 뜻도 있고 ‘일을 처리하여 마무리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정리하다’ ‘정돈하다’는 말을 많이 쓰는 데 이 말을 갈음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고 ‘저장하다’는 말을 갈음해 쓸 수도 있습니다.

이런 말을 쓰는 사람들이 적고 가르치고 배우지 않기 때문에 나날살이에서는 “이것 세이브(save)해 놓았다 먹어야지.”와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곳에서 이런 말을 제가 알려드려서 알게 된 분들이 “‘수확’과 ‘저장’이 아니라 ‘거두기’와 ‘갈무리’ 참 좋습니다.”라고 말씀을 해 주시기도 합니다. ‘가을’ 하면 ‘수확’과 ‘저장’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앞으로는 ‘거두기’와 ‘갈무리’를 떠올려 써 보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가을이 깊어가고 있는 요즘 가을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을 잘 알아 두셨다가 제 때 쓰시는 분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창수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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