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선생과 지역문화
남명선생과 지역문화
  • 경남일보
  • 승인 2019.10.1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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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혜(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최근 우리 진주지역에는 남명 조식선생을 새롭게 기리는 행사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창간 110주년을 맞은 경남일보가 경남의 정체성과 뿌리를 찾는 작업으로 남명선생의 발자취를 되짚으며 기획시리즈로 그의 사상적 여정을 순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경상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관계로 몇 년 전 우연히 남명학 연구를 접하게 되었고, 남명선생의 생애 및 사상과 함께 지행합일, 경의 사상 등을 통해 그가 매우 의롭고, 실천적인 조선유학자임을 알게 되었다. 특히 영남학파의 양대 산맥으로 남명과 퇴계선생이 있다는 것을 알고 매우 놀랐고, 우리지역사회에 그런 인물이 있다는 사실에 강한 자부심마저 느꼈던 적이 있어서 이번 기획시리즈가 무척 반가웠다.

사실 요즈음 우리사회는 가치관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아 국민 모두가 몹시 피곤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서초동 대 광화문 대립이라는 엄청난 국력소모전과 함께 공정, 정의 등에 대한 가치가 각자의 주관적 해석으로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점에 남명선생이 권력투쟁이 싫어서 임금이 주는 벼슬을 마다하고 초야에 묻혀 학문에만 정진하여 후학을 양성한 생애는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주는 것 같다.

진주를 비롯한 인근 지역사회에는 남명선생을 기리는 대표적인 연구소가 경상대의 남명학 연구소와 함께 산청에 선비문화연구원이 있고, 산청에서는 해마다 남명선비문화축제가 개최되고 있다. 올해로 제43회 남명선비문화축제가 산청에서 개최된다고 하니, 남명선생이 몸담았던 산청에서는 일찍부터 남명선생 인품을 흠모하여 기리는 축제가 있어왔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에 남명선생을 알리는 기획시리즈를 통해 일회성의 행사로 끝날 것이 아니라 지역문화의 뿌리로 설수 있는 위치를 갖도록 모두가 노력하면 좋겠다.

남명선생을 재조명하는 과정에서 학생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 ‘퇴계는 알아도 남명은 모른다’는 결과가 나와 안타까움을 주었고, 그만큼 우리지역사회의 정체성 및 뿌리인 남명선생을 모른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다시 말해서 멀리 있는 퇴계는 알아도 가까이 있는 남명은 모른다는 말과 같은 의미라고 생각된다. 이미 소개된 바와 같이, 남명선생은 임진왜란 때 일본을 쳐부순 의병대장들과 농민항쟁을 이끌었던 일반 백성들에게도 ‘경의사상’에 근거한 나라구하기 정신을 전수해 주었고, 형평운동의 정신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따라서 남명선생에 대한 연구를 학술연구로만 끝낼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를 통해 지역문화의 뿌리로 세우는 작업도 겸했으면 한다. 왜냐하면 지역문화란 그 지역사회의 정신적 뿌리로서, 지역민의 행동에 근거가 되는 가치관을 주는데, 우리지역의 남명선생 사상을 현대에 맞게 접목하여 우리 모두의 생활가치의 근간으로 삼는다면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특히 유치원 교육에서부터 지역사회 인물알기의 장으로서 이를 활용한다면, 도덕적 가치가 허물어져가는 현대인들에게 올바른 의에 대한 가치관 정립과 뿌리 찾기를 통한 정체성확립에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우리 지역사회의 유치원 교육에서부터, 초, 중, 고교의 학교교육에서 지역문화 알기라는 특별프로그램으로 활성화한다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도덕적으로 정의롭게 의를 실천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공동체 문화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최정혜·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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