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남 도시재생 2.0으로 진화 필요
[기고] 경남 도시재생 2.0으로 진화 필요
  • 경남일보
  • 승인 2019.10.1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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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환기(경남도 도시교통국장)
박환기 국장
박환기 국장

‘동피랑’이란 이름은 ‘동쪽에 있는 비탈’이라는 경상도 사투리로 원래 이순신 장군이 설치한 통제영의 동쪽 포대(동포루)가 있던 자리다. 당초 통영시는 낙후된 마을을 철거하여 동포루를 복원하고 주변에 공원을 만들 계획이었다. 그러자 2007년 10월 통영시청, 통영교육청, 통영RCE(현 통영시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 푸른통영21추진협의회 등 다양한 지역 단체들로 구성된 18개 팀이 주민들과 함께 낡은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에 벽화로 꾸며진 동피랑 마을에 대한 입소문이 나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마침내 통영시는 마을 철거방침을 철회했다. 이제 동피랑 마을은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통영의 새로운 명소가 되어 지역 거버넌스를 통한 도시재생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흐른 2017년, 도시재생뉴딜사업이 국정과제로 선정되었다. 도시재생뉴딜이란 현 정부의 국책사업으로 동네를 완전히 철거하는 재건축·재개발의 도시정비사업과 달리 기존 모습을 유지하며 도심환경을 개선하려는 사업을 말한다. 비록 국책사업으로 도시재생뉴딜사업이 선정되었다지만 혼자 마차를 타고 탄탄대로를 내달리는 그런 순탄한 사업은 결코 아니다. 주민과 행정이 함께 비탈 위의 수레를 마음을 모아 ‘끌며, 밀며’ 올라가야하는 그런 협업의 사업이다.

지금 우리 도내 각지에는 24개의 수레가 ‘도시재생뉴딜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비탈을 올라가고 있다. 수레의 숫자와 크기에서 단연 전국 최고 수준이다. 강력한 도구가 생겼다지만 제대로 활용하기까지는 앞으로 힘겹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주민의 참여와 행정의 노력으로 수레가 만들어 졌다면 비탈길을 넘어야 할 주체는 주민이다. 따라서 주민 스스로가 자기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을 만큼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행정은 그 수레가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전환점을 제시해야 한다.

첫 단계에서 정확한 방향 설정과 밀도 있는 계획 수립, 공모 선정을 통해 선명하게 씨앗을 심었다면 이제는 주민주도의 올바른 성장과 옹골찬 열매 맺기 단계로 도약해야 한다. 즉, 생산적 도시재생의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자생 가능한 역량을 가진 지역 공동체 주도의 사회적 경제조직을 육성하고 창업과 고용이 선순환하는 독립적 재생구조를 조기에 정착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정투자가 끝나고 나면 불필요한 공간만 덩그러니 남는 그저 그런 실패한 사업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행정에서는 ‘주민참여’, ‘주민주도’만 외칠게 아니라 이에 걸 맞는 조직으로 거듭나 스스로 융·복합화하고 민간전문가의 능력을 대폭 차용해야 한다. 50년, 100년 후에도 성공적인 모델로 살아남을 수 있는 탄탄한 미래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때로는 힘에 부쳐 비탈길의 수레가 뒤로 밀릴 때 든든하게 받쳐주는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 수레 안에는 지역의 문화가 있고, 희망이 있고, 지역민의 품격이 있기에 이제 경남 도시재생 2.0으로의 진화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

/박환기·경남도 도시교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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