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정책, 경남의 산업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다
탈원전 정책, 경남의 산업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10.20 15: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민국 (경남도의회 건설소방위원장)
강민국도의원
강민국도의원

중국 고전 ‘한비자’에는 한쪽 귀로만 진실을 들으려고 한 어리석은 초나라 왕의 일화가 나온다. 어느날 위(魏)나라의 왕으로부터 미인을 얻게 된 초나라의 회왕은 그 여인을 매우 좋아하게 되었다. 부인 정수는 왕이 그녀를 아끼는 것을 알고 자신 역시 그녀를 더 좋아하는 체하며 그녀가 가지고 싶은 대로 가지도록 하였다. 이러한 모습에 왕은 부인이 새로운 여인을 질투하지 않는다고 믿게 되었지만 간사한 부인은 새로운 여인에게 왕이 여인의 코를 싫어한다고 말하며, 코를 가리고 다니게 하였다. 부인의 말을 믿은 여인은 코를 가리고 다녔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왕이 부인에게 왜 여인이 코를 가리는지 묻자 여인이 왕의 냄새를 맡기 싫어서라고 대답했다. 부인의 말만 믿은 왕은 이를 노여워하며 새로운 여인의 코를 잘랐다고 한다. <한비자>의 내저설 하편에 나오는 이 일화는 편견의 어리석음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지 너무도 잘 비유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탈원전 정책을 보면, 한쪽 귀로만 세상을 담으려고 한 초나라 회왕의 우(愚)를 보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이후 ‘원자력 제로’를 목표로 신규 원전 건설계획 백지화, 노후 원전 수명연장 중단을 주장하며, 월성1호기 폐쇄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시작으로 탈원전 정책을 본격화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각계각층의 수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 식 일방적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결과는 심각한 부작용으로 돌아오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 되었던 2017년부터 2018년까지 8개 에너지공기업 중 6개 기업이 적자를 기록하였고, 한전을 비롯한 6개 발전사의 신재생에너지사업 자회사 10곳 중 4곳은 이미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한전 등 발전 공기업의 손실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지난해 한전의 순손실액만 1조 1755억 원, 부채비율은 176%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까지만 해도 매분기 1~4조원의 영업이익을 낸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7년 만에 최악의 영업적자를 기록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 최고 기술을 자랑하는 국내 원자력 산업의 생태계마저 완전히 무너질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현재 국내 원자력 산업에 종사하는 인력은 약 5만 여명으로, 연간 26조원의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숙련된 기술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경우, 해고된 인력은 다른 분야 또는 외국의 원전업체로 빠져나가게 될 것이며, 원자력 인력을 공급하던 국내 10개 이상 대학의 관련 학과는 문을 닫게 되어, 그동안 일궈놓은 세계 일류의 기술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러한 탈원전 정책으로 가뜩이나 조선경기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도내 산업 전반에 심각한 영향이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원자력 주기기(원자로·증기발생기·터빈발전기) 관련 협력업체는 대략 800여개로 추산되고 있다. 이중 경남에는 300여 개의 원전 관련 중소협력업체가 몰려있어 종사자 수만 1만 2000여 명에 달한다. 특히 원전산업의 메카라 불리고 있는 창원시는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생산업체인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부품·설비 등을 납품하는 협력업체의 대부분이 위치해 있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의 영향으로 두산중공업의 주가는 2년 새 3분의 1로 줄어들었고, 직원 2400여 명은 순환휴직에 들어가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285개의 원전 협력업체들은 일감 부족으로 고사될 위기에 처해 있다. 여기에 최근 창원시정연구원의 보고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2030년까지 창원의 지역내 총생산액은 1조 5597억 원이 감소하고, 원전업체들의 이탈로 인해 2110명에 달하는 청년인구 유입기회가 상실될 것이라고 한다.

탈원전 정책으로 시작한 태양광 보급으로 인한 아름다운 산림의 파괴면적이 지난해만 2445ha로 축구장 3000개 규모라고 하는데 그 많은 환경단체들는 지금 어디서 무얼하는 지 안부가 궁금하다. 귀가 두 개인 이유는 양쪽 귀로 세상의 진실을 잘 듣기 위함이라고 한다. 우리가 지금의 안녕을 누리는 것은 에너지의 발전이 초석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쪽 귀로만 진실을 들으려는 어리석음의 결과는 참으로 혹독하다는 것을 정부는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며, 이제부터라도 두 귀를 열고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강민국·경남도의회 건설소방위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