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둔(好遯)
호둔(好遯)
  • 정만석
  • 승인 2019.10.2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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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조국 전 장관의 사퇴장면을 보면서 ‘물러나는것도 때가 있구나’ 함을 절실히 느낀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물러날때는 용기있는 결단이 필요하고 시기를 놓치면 매사가 작아진다는 말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주역(周易)에는 적기에 물러나는 것을 ‘호둔(好遯)’이라고 했다.

▶군자는 호둔하기에 명예롭고 아름답지만 소인은 그렇지 못해 추하게 된다고 했다. 물러남의 시기가 적절하지 못하면 되레 그동안 쌓은 공적과 명예가 빛을 발하지 못하게 된다. 물러남에도 타이밍이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일부 권력자들은 집착과 욕심을 내려놓고 제때 물러나는 게 참으로 어려운 모양이다.

▶450년 전 퇴계 이황은 관직을 내려놓고 마지막 귀향길에 올랐다. 퇴계는 임금에게 벼슬을 사양하는 상소만 73번을 올린 끝에 자신의 의지대로 귀향했다. 혹자는 귀향하는 퇴계의 800리 길을 구도의 길이라고 했다. 벼슬을 마다하고 수양과 후학양성에 힘쓴 물러남의 정치를 보여준 퇴계는 구도의 길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부귀영화를 누리고 또 그것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그러나 무엇이든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한 법이다. 그래서 늘 지나침을 경계해야 한다. 공직자는 더 그래야만 한다. 영화나 소설도 끝맺음이 좋아야 박수를 받듯이 우리의 인생도 적절한 나아감과 물러남이 있어야 한다. 특히 공직자들의 경우 박수칠 때 물러난다는 가둔(嘉遯)의 마음을 덕목으로 삼았으면 하는 요즘이다.

정만석 창원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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