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두려워하라
역사를 두려워하라
  • 경남일보
  • 승인 2019.10.2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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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전 진주서진초등학교장)
박상재 교장
박상재 교장

남북화해 무드에 힘입어 우리나라와 전 세계의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긴급 속보를 토해낸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대통령만 눈에 띄고 각 부처의 장관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과거 백악관 비서실장, 국방장관, NATO 대사 등 다양한 공직을 경험한 럼스펠드는 “대통령에게 욕이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직언 할 용기가 없으면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된다”며 따끔하게 일침한다. 세상을 우리와 그들로 나누지 마라. 언론 및 의회와 정적에 빠져들지 말고 원한을 품지마라. 당신이 동의 안했거나 대통령이 숙고치 않은 지시에 무조건 복종하지 말고 참모로써의 역할을 다하라는 외침은 지금 우리나라 장관·참모들이 새겨들어야할 바이블이다. 조선시대에도 지금처럼 장관인 판서와 차관인 참판, 차관보급인 참의가 있었다. 참의는 논의에는 참여하나 찬성 반대를 말하지는 않고 참판은 어떤 의견이 좋겠다는 의견은 내지만 책임은 지지 않았다. 판서는 지금의 장관으로 판단하고 논의하고 책임지는 가장 높은 자리다.

얼마 전 언론에 ‘우리나라는 참 장관하기 쉬운 나라’라는 칼럼이 떴다. 정권 바뀌면 혹시 책임져야 하니 “국민들이 심사숙고 하여 결정하라”는 식의 형태는 권세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얄팍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국민들은 다 안다.

충신은 자신도 죽임당할 위기에 처하지만 군왕은 악명을 듣기 십상이고 집안과 나라 모두 훼손할 위험에 빠지지만 자기는 후세에 이름을 남긴다. 양신은 자신도 세인들의 칭찬을 받지만 군주도 명군소리를 듣는다. 충신보다 양신이 필요함은 바로 이 때문이다.

위나라 의공은 너무나 학을 사랑한 나머지 학에게 벼슬을 주고 나라를 돌보지 않아 마침내 적나라의 침략으로 시체가 난도질 당하는 처참한 사태를 맞는다. 이 때 진나라에 구원을 청하러 간 광연이 들판에서 위의공을 찾다 절망할 무렵 소년병 하나가 위의공의 시체를 알려주며 죽는다. 마땅한 관이 없던 때라 광연은 자기의 배를 갈라 조각난 의공의 간을 자기 몸에 넣어 “훗날 나라가 안정되면 정식 장례를 치루라”고 유언하며 운명을 달리한다. 풍전등화인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외교를 펼치고 주군을 위해 자기 몸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참모는 우리시대에는 진정 볼 수 없는가? 지금 이 순간도 좌고우면하는 고위 공무원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대통령의 지지율에 편승하여 나라의 흥망성쇠에 관심없이 구차하게 녹봉을 축내는 자를 역사는 국적이라 기억함을 잊지 말라고. 정부를 평가하는 것은 지지율이 아니라 역사다. 왜냐고? 민심은 수시로 변하기 때문이다!

 
/박상재·전 진주서진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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