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보다 조선을 더 사랑한 일본인(3)
조선인보다 조선을 더 사랑한 일본인(3)
  • 경남일보
  • 승인 2019.10.2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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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서울대학교재외동포교육 자문위원장)
지난 7월, ‘NO 일본’ 운동과 함께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어느새 100일이 지났다. 그 일환으로 정부의 산하기관에서 소속 공무원들의 출장, 수학여행, 일본과의 교류협정 등을 자제하라는 권고 공문을 산하 기관, 단체 등에 하달했었다. 이에 따라, 일선 학교에서는 교류협정은커녕, 이미 교류를 해 오던 학교들마저도 취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심지어는 민간단체 교류까지도 지방자치단체의 급작스런 행사경비 지원 중지로 행사가 취소될 뻔한 경우도 있었다.

창원시의 진해근대문화역사보전회가 주최한 다케구니도모야스 선생(‘진해의 벚꽃’이란 책으로 진해를 일본에 알리는 데 적극 앞장 선 친한파 인사) 초청강연회의 경우도, 취소 직전에 회원들이 행사경비를 마련하고, 강사도 여비의 반을 자비부담으로 하는 등, 행사 경비를 절감하여 어렵사리 강연회를 치렀다고 한다.

한국 내의 이런 상황을 전해들은 요시이 선생은 어떻게 하면 이 난국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를 함께 찾아보자면서 필자의 지인에게 전화를 주었다. 또한 연구회의 간사를 맡고 있는 야스다츠카사(치바현 가시와이고교 國語 교사) 선생과 함께, 일본 국내의 분위기와 자신들의 의견을 전하는 편지까지 보내주었는데,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언론 보도만을 보면, 많은 일본인들이 한국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싫어한다 해도 그것은 극히 일부의 사람들로, 정치관계가 좋을 때에도 그런 사람은 있었습니다. 지금 도쿄 신오쿠보 한인타운은 많은 젊은이들로 붐비고 있으며, K-POP의 인기도 여전합니다. 이것이 현재 일본의 일상 모습입니다. 하물며 일본인이 한국인에게 직접 위해(危害)를 가한다는 일 등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저희들(일한관계사연구회)도 예전과 변함없이 꾸준한 풀뿌리 교류 활동을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도 12월 26일부터 30일까지 한일 학생교류 방문을 위한 고교생 모집을 시작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대체로, 인근 국가들끼리는 교류도 활발했지만 때로는 관계 악화나 단절되는 적도 있었습니다. 도리어 정치관계가 극도로 악화되어 있는 이 때가, 한일의 어두운 역사, 특히 종군위안부나 강제 징용(강제 연행, 노동)이 왜 문제가 되고 있는지, 일본의 가해 사실이나 전쟁 책임을 분명하게 하지 않았던 점 등을 일본의 젊은이(청소년)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그리고 이런 때일수록, 양국의 관계사, 예를 들면 에도시대에는 국교가 맺어져 활발한 교류를 하였던 것 등을 배우고, 적극적으로 교류를 진행하여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공생·공존을 촉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올해는 12월 26일부터 나흘 동안, 학생 교류에 동행하여 방한할 예정입니다.” (치바현 일한관계사연구회장 요시이아키라)

“젊은 세대인 청소년들의 교류는 더욱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합니다. 직접 눈으로 보고,몸으로 느낀 사람의 의식이나 말의 무게는 전혀 다릅니다. 기대로 반짝이고 있던 눈의 반짝임은 교류를 통해 희망을 향해 2배 이상의 강력함을 나타냅니다. 사물을 바라보는 사고방식도 2배 이상 넓어져, 점점 더 한국이나 한국인에게 흥미를 갖게 됩니다. 진정한 의미로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양국의 관계가 좋을 때만 교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런 때야말로 양국의 강한 유대가 시험되고 있다고 봅니다. 학생들은 좋아하는 친구를 절대로 질책하지 않습니다. 설령 다른 사안들이 있다 하더라도,서로 이해하고,다가서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그런 학생이 어른이 되었을 때, 진정한 의미로 양국의 유대가 한층 더 강하게 연결되어 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양국의 다리는 이미 놓여 있습니다. 그 다리를 한쪽이 갑자기 폐쇄할 것이 아니라, 당연한 일로서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우리 교원들은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학생들에게, 일·한 양국이 어떠한 관계로 오랜 기간 지내왔는가에 대한 정확한 역사를 꼼꼼하게 전달해야 할 것이며,나아가 사명감을 굳게 지니고 그 다리를 건너려는 학생(청소년)들의 마음을 길러 줄 의무가 있습니다.” (치바현립가시와이고등학교 교사 야스다츠카사)

두 사람 모두, 양국의 정치관계가 악화된 이때야말로 한일 학생교류를 오히려 더 늘여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청소년 교류가 이전보다 더욱 활발해져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여, 양국 사이가 더욱 두터워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아무쪼록 우리 교육당국에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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