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부터 깨닫는 교훈
과거로부터 깨닫는 교훈
  • 경남일보
  • 승인 2019.10.2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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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중(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항공기계과 교수)
이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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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안경을 닦는 중에 렌즈를 둘러싸고 있던 테두리가 끊어져 버렸다.아침 출근 준비 중에 일어난 일이라 참 난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시력이 매우 좋지 않은 터라 운전을 해서 출근하고 학생들을 상대하며 강의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루를 큰 탈없이 지낼 수 있을까? 염려했는데 다행히 이전에 사용하던 안경을 버리지 않아 불편하긴 하지만 임시로 사용하며 절망적인 상황은 면하게 되었다.

필자의 안경테 소재는 플라스틱으로 유연성이 매우 좋은데 렌즈를 감싸고 있는 부위가 어떻게 끊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끊어진 부위의 파단면을 육안으로 살펴보니 피로균열로 인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보통 구조부재의 파단은 부재가 견딜 수 있는 하중의 최대치보다 큰 하중을 받게 될 때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이보다 크기가 작은 하중이라도 반복해서 부재에 가해지면 파괴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현상을 피로라 부른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가는 철사를 공구없이 끊으려 할 때 철사를 구부렸다 폈다 하는 동작을 반복하게 되는데 피로파괴를 실생활에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반복되는 하중의 크기가 크면 파괴 시까지의 반복수가 적어도 되고 상대적으로 하중의 크기가 작으면 매우 많은 반복수가 필요하게 된다. 렌즈를 감싸고 있는 안경테의 경우 사용 중 렌즈가 빠지거나 움직이면 안되므로 렌즈가 안경테에 꽉 끼워진 형태로 결합되어 있다. 꽉 끼워진 상태라 안경테는 인장하중을받게되고 사용 중 이 하중은 계속 작용하는 것이라 피로하중의 형태가 아니기에 피로파괴의 원인은 아니어서 왜 이런 일이 발생하였을까? 하는 고민에 잠시 잠겼다. 안경을 사용하는 동안 안경테에 부가되는 피로하중이 어떤 것이 있을까? 필자는 아침에 세면 후 수건으로 렌즈를 닦는데 렌즈를 닦으면서 렌즈 주위의 안경테가 비틀림하중을 받을 수 있고, 이러한 행동이 반복적으로 누적되면서 결국 피로파괴된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와 같은 피로 파손은 우리가 사용하는 각종 구조물에서 발생하고 심각한 경우 인명피해를 유발하는 사고로 이어지곤 한다. 항공기의 경우 기체구조 파손으로 인한 사고 원인대부분이 피로파손으로 밝혀졌다. 피로하중으로 인해 날개가 떨어져 나가기도 하고 동체가 터져 추락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있었다. 여러 종류의 사고를 겪으면서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원인 분석을 하고 적절한 대비책을 강구해 오면서 설계기술과 제작기술이 발전하여 이전과 같은 유형의 사고는 줄일 수 있었다. 잘못된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고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함으로써 보다 나은 내일을 향유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이다.

요즘 세상이 다양화되고 복잡해지면서 혼란스러워지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사회에 대한 적절한 대비를 하기도 버거운데 우리 사회는일련의 정치적 이슈로 국론이 분열된 모습이다. 자신과 동일한 의사를 표현하는 사람들과는 의기투합하고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상대들을 향해서는 무차별한 공격까지도 서슴지 않고 퍼부어 대는 모습을 접할 때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자신들의 주장만을 내세우며 상대를 무시하던 시기에 들이닥쳤던 역사적 어려움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지나온 일들로부터 값 비싼 댓가를 치르고 얻은 교훈이무용지물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하루 속히 화합할 수 있도록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힘을 합쳐 지혜롭게 대처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여 밝은 미래사회를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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