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99] 지리산 대원사 계곡길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99] 지리산 대원사 계곡길
  • 경남일보
  • 승인 2019.10.2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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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관찰로 맹세이골

해발 1200m에 위치한 무재치기폭포와 조개골의 두 골짜기가 합류해서 형성된 계곡인 대원사 계곡, 자연과 생태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조성한 ‘대원사 계곡길’이 2018년에 완공되었다.

새로 조성한 대원사 계곡길은 대원사 주차장에서 유평마을까지의 3.5㎞, 왕복 7㎞ 구간이다. 천 년 고찰의 대원사, 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의 발자취, 맹세이골 자연관찰로, 옛 가랑잎초등학교, 생태의 보고로서의 자연 등을 트레킹하면서 만나보고 싶었다. 진주의 명품 걷기클럽인 ‘건강 하나 행복 둘(회장 이준기)’ 회원들과 함께 힐링여행을 떠났다.

대원사주차장 끄트머리 계곡길 초입, ‘대원사 계곡길’이라고 새긴 랜드마크를 지나 ‘대원사 계곡, 자연과 시간이 시작되는 곳’이라 써 놓은 문주 속으로 새로운 세계를 만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계곡길이 조성되기 전에는 포장된 도로를 이용해서 대원사 계곡으로 갔는데, 나무데크로 새로 조성한 계곡길을 걸어가니 기분부터 달랐다.

크고 힘찬 물소리가 탐방객들을 반겨 주는 나무데크길을 지나, 포장된 도로와 합류하는 지점에서 대원사까지는 도로를 따라 계곡길을 만들어 놓았다. 대원교 못 미쳐 오른쪽 가파른 골짜기는 옛날에 호랑이 등 무서운 맹수들이 살았다고 맹세이골이라고 하는데, 이 맹세이골에 자연관찰로를 조성해 놓았다. 맹세이골 안내 문주를 지나자, 가파른 돌길이 나타났다. 탐방객들을 위한 쉼터엔 그네, 시소 등의 시설을 마련해 놓았고, 쉼터를 지나 맹세이골 자연관찰로 종착지엔 숯가마터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돌아서 내려오자, 방 두 개와 부엌 한 칸으로 된 옛집 한 채가 있었다. 조릿대로 지붕을 인 이 집에서 13식구가 실제로 살았다고 한다. 집 오른쪽에는 큰 가마솥이 하나 돌아궁이에 걸려 있고, 집 오른쪽에는 요강이 하나 덩그러니 있었다. 스님들의 다비식을 치렀던 다비장터와 산촌마을의 일상을 상상할 수 있는 옛집을 뒤로 한 채, 대원사 계곡길을 트레킹하기 위해 서둘러 내려왔다.

 
 
◇역사와 전설이 서린 대원사계곡길

맹세이골에서 내려와 대원교와 일주문을 지나 대원사에 이르자, 계곡 위로 방장산교가 새로 놓여 있었다. 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이 신라군에게 쫓겨나면서 이 대원사 계곡에서 말과 소에게 먹이를 먹이고 쉬었던 곳이라고 한다. 산청 왕산의 구형왕릉, 수정궁이 멀지않은 곳에 있는 걸 보면 전해져 내려오는 얘기가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대원사 계곡길에는 또 다른 역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비행기 연료로 쓰기 위해 송진을 채취해서 기름을 뽑아가기 위한 공장을 이곳 소막골에 지었다고 하는데, 공장은 사라지고 아랫도리 패인 노송에서 송진을 채취한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었다.

역사의 아픔이 서린 계곡이라서 그럴까? 계곡 바닥에 깔린 바위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 위로 흐르는 물은 파랗다 못해 초록을 띠고 있었다. 참으로 맑고 깨끗했다. 나무데크와 야자매트가 번갈아 깔린 길을 걸어서 올라가자, 두어 개의 소가 연달아 나타났다. 붉은 빛이 도는 바위 아래 코발트색 물이 고여 있었다. 100년 된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고여 있는 소(沼)를 바라보면서 용이든 사람이든 모두 깨끗한 물을 좋아하는 것이 본심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탐방로 중간중간에 ‘굴참나무의 아픈 상처’, ‘숲이 주는 이로움’과 ‘숲이 변하고 있어요’ 등 생태 환경과 관련된 해설판과 ‘역사의 흔적을 찾아서’, ‘마을의 유래’ 등과 같은 대원사계곡의 역사와 관련된 설명을 곁들여 놓은 안내판들이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트레킹을 한다면 힐링과 더불어 생태, 역사에 대한 지식도 쌓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참 동안 계곡길을 따라 올라가자, 계곡 건너편에 옛 유평초등학교, 일명 가랑잎초등학교 건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부산의 어느 언론사 기자가 이곳에 와서 보니, 운동장에는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는데 가랑잎도 함께 굴러다니면서 놀고 있고, 교실에서는 가랑잎을 보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가랑잎초등학교’라고 이름을 붙여 주었다고 한다. 밀양 사자평 아래에 있었던 고사리학교와 더불어 참으로 이뿐 이름을 가진 학교다. 안타깝게도 1994년에 폐교되고 지금은 학생야영수련원 등으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가랑잎초등학교가 있는 곳이 유평마을이다. 유평, 새재 등 6개의 마을을 아우르는 행정구역 명칭이 유평이다. 1960년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산간마을과 화전민들이 살던 외딴집을 없애고 주민들을 한곳에 모아 살게 한 곳이 유평마을이라고 한다. 음식점, 민박, 사과 농사, 고로쇠와 약초 채취 등을 통해 생계를 잇고 있다고 하는데,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가게에는 탐방객들로 몹시 붐볐다. 유평마을 ‘만남의 장소’에는 굵은 나무를 썰어서 땔감으로 쌓아놓은 풍경이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아름답게 보였다.

 
 
◇계곡과 산, 하늘이 어울려 선계를 이룬 곳

유평마을을 떠나오면서 바라본 새재 쪽의 하늘, 탐방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계곡을 흐르는 물빛이 하늘에 가 닿았는지, 물빛과 하늘빛이 절묘하게도 닮아 있었다. 계곡물과 하늘, 지리산 자락이 서로 어울려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연상케 했다.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는 탐방객들의 얼굴에는 하늘과 물빛만큼이나 맑고 행복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대원사 계곡을 따라 흐르는 맑은 물은 우리나라 최고의 탁족, 탁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탁영탁족(濯纓濯足), 맑은 물에 갓끈과 발을 씻는다는 뜻이지만 속뜻은 세속의 삶에 연연하지 않고 그것을 초월하여 살아간다는 의미다. 계곡물에 발을 담가 보았다. 발을 오래 담글 수 없을 정도로 물이 너무 차가웠다. 필자처럼 세속적인 사람에겐 탁족을 허락하지 않은 대원사 계곡이지만, 물과 산, 하늘이 한데 어울려 선계(仙界)를 이루어 놓은 세상이 필자에게 하루를 허락해 준 것만으로도 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험한 계곡길이 비경길로 바뀐 지금, 대원사계곡길을 찾은 탐방객 모두가 신선이 되는 하루다.

/박종현 시인·경남과기대 청담사상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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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원 2019-10-23 09:57:22
첫 문장이 잘못 된것 같네요.
무제치기 폭포와 조개골이 합류해 형성된 계곡이 대원사 계곡이라 했는데
무제치기 폭포는 왼골로해서 장당골을 흘러 내원사 쪽으로
조개골은 새재 유평을 흘러 대원사계곡을 지나 내원사 입구 대포에서 무제치기 폭포물과 만나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