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斷想), ‘국정 파트너’
단상(斷想), ‘국정 파트너’
  • 경남일보
  • 승인 2019.10.2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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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 교수)
소통의 정부라면 있을 수 없는 국민 분열의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대한민국 수도 주요 공간인 광화문과 서초동에서의 시위가 그 중심에 있다. 역사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복원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 염려스러운 일 하나는 그 과정에 국민이 입을 수 있는 상처의 부분이다. 우리 국민들이 이리 저리 나뉘어지고 얽키고설킨 데에는 국정을 풀어 나가는 기본 원칙을 결한 데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국정 파트너인 야당에 대한 집권 여당의 몰이해에서 비롯되는 바가 크다.

견제와 균형을 기본으로 하는 현대 민주정치의 존재의미는 사회 다양한 이해관계 조정에 있다. 이해관계 조정은 이른바 제도권 정치인 구체적 입법활동에서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원리에서의 이해관계 조정은 건전한 비판세력으로서 국정을 감시하고 조언하는 국정 파트너, 야당 견제 비판활동의 긍정성을 인식하고, 그것이 현실 정치에서 작용할 때 가능한 일이다. 정부 출범 초기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를 아주 비정상적으로 만들었던 적폐들을 청산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것을 최우선적인 국정목표로 삼고 노동계와 정부 사이에 국정의 파트너로서의 관계를 복원, 다시 말해 노동계를 국정파트너로 인정하고 대우하겠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있었던 현실을 얘기하자면 국정 파트너에 대한 인식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물고 늘어지는 세력’이라는 범주에 머물고, 집권당이 사회특정세력과 결탁하는 경우 후진 정치를 면하기 어렵고, 그 실제인 경제가 잘 된 나라는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실제 사회주의 물결을 탄 1980년대 유럽의 경우 친 노동자를 표방하는 급진사회주의 정권이 속속 등장하던 시절이 있었다. 특히 복지 만능을 표방하는 북유럽 국가, 대표적인 나리가 그리스다. 그리스는 1980년대 당시 지난 50년 동안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5.2퍼센트를 기록하고, 실질 1인당 국민소득 세계 1위, 그리고 평균 경제성장률 2위를 기록했던 경제 우등생 국가였다. 그러나 그리스 파판데로우 정권은 보편적 복지와 공공부문 확대, 정부 개입을 강화했다. 그 과정에 건전한 국정 파트너를 대상으로 한 정치는 실종되었고, 온정주의 정책으로 국민을 유혹했다. 나랏돈을 받아 먹고사는 국민이 그리스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하게 되자 외국에서 돈을 계속 빌렸고 그 규모가 커지자 원금 상환은 고사하고 이자지불도 하기 어려운 난국을 빠졌었다. 이른 바 폭망이다. 보편적 복지와 높은 세금이 양립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듣기 싫은 국정파트너의 목소리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상에는 세상현실을 설명하는 수많은 이해관계의 논리가 있다. 국정파트너는 그 논리에 대한 우선순위와 앞뒤좌우 질서개념을 국정을 책임진 집권세력과 더불어 다듬어 가는 존재다. 근대 역사의 현실은 자산가의 등장과 공장의 대량 생산에 따른 시장개척과 가격인하가 중요한 역사 동인(動因)이다. 경제의 양 축을 이루고 있는 한 구성체인 이들의 존재와 그들의 세계와의 양립을 현실 정치는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통령이 노동계를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겠다는 것을 반대로 해석하면 기업인들의 영역에 어떤 변화를 주겠다는 의미다. 변화 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다양한 사회 이해관계를 특정세력과 결탁하여 그들 편향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국민은 적어도 새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은 흔히들 하는 말로 ‘끝내 줄’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러한 기대는 무너졌고 독단과 아집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 정부 지지의 중요한 한 자산이었던 북한카드는 이제 그 활용 여지는 넓지 않다. 그런 만큼 집권 반환점 전후의 이 시기, 이제 국정의 큰 논리는 국정파트너와의 만남에서 맥을 찾아야 한다. 야당이 반대를 하면 거기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재현·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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