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계절
잊혀진 계절
  • 경남일보
  • 승인 2019.10.2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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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전 서진초등학교장)
박상재
박상재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내 뱉는 말 중에 엔돌핀이 솟는 용어가 하나 있다. 바로 ‘처음’이란 용어다. 첫 사랑, 첫 만남, 첫 손주 등 단어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말들이다. 필자는 첫 사랑을 중학교 때 겪었다. 이미 50년이 더 된 사연인데…. 전번 김해교육청 강의를 가는데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장대비 속에 창원 북면을 지나는데 불현 듯 첫 사랑 여자 친구의 주소가 50년이 지난 이 시점에 또렷이 떠올랐다. 창원군 북면 마산리 ○○○! 어찌 이리 반 백년이 흐른 지금도 뇌리에 박혀 있는가! 아마 첫 경험, 첫 사랑이란 강렬한 충격 때문이리라. 송도삼절(松都三絶) 중 하나인 황진이는 사모하는 서화담을 못 잊어 애태우며 가슴앓이 하다 결국 가슴에 묻어 둔 아픔을 노래했는데 ‘동짓날 기나긴 밤의 한가운데를 베어 내어/ 봄바람처럼 따뜻한 이불속에 서리서리 넣어 두었다가/정든 님이 오신 밤이면 굽이굽이 펼쳐내어/ 그 밤이 오래~오래 새게 이으리라’ 노래했다. 연인에 대한 애틋하고 간절한 사랑을 이처럼 아름답게 표현한 글이 있을까?

책갈피 속에 고이 접어 넣어 둔 나뭇잎처럼 갈무리 해 둔 그리움의 시간을 한 점 흐트러짐이 없이 기다림의 아픔을 가슴 아리게 쏟아낸 이 안타까운 사랑의 언어를 우리는 지금도 기억한다.

영화 히말라야에서 박무택은 동료를 구하고 자기는 눈에 반사된 빛에 의해 시력을 잃고 만다. 앞 못 보는 상태서 동료를 구하느라 체력을 다 소비한 그는 워키토키로 마지막 애끓는 사랑의 대화를 사랑하는 수영이와 나눈다. “수영아~ 내가 가장 기뻤을 때는 너를 얻었을 때이고 내가 산을 내려가는 단 하나의 이유는 바로 니가 있기 때문이다. 가진 것 없지마는 니가 있어 행복했고 행복했다. 사랑 한다! 수영아~” 그리고 히말라야에 오늘도 황진이처럼 그리움을 가슴에 간직한 채로 만년설에 묻혀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다. 우리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이 세상에 소중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기에 오늘 하루 감사하며 오늘을 처음처럼! 내일을 인생의 마지막처럼! 절실히 사랑하고 사랑하며 살아야하는 이유다.

이용의 ‘잊혀 진 계절~’ 10월의 마지막 밤에 잊혀지지 못하는 기억 땜에 마음이 가렵다. 당신을 덜어내지 못한 마음을 조금 긁어내면 추억이 되고, 많이 긁어내면 후회가 된다. 술을 먹고 긁으면 눈물이 된다. 그래서 나훈아는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 노래했던가!

/박상재·전 서진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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