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되는 거짓말과 독이 되는 거짓말
약이 되는 거짓말과 독이 되는 거짓말
  • 경남일보
  • 승인 2019.10.2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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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경상대학교 교수)
김진석교수
김진석교수

학교에서 두 아이가 다투고 있었다. 이걸 본 선생님이 다가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한 아이가 대답했다.“저희가 만원짜리 한 장을 주웠는데요. 둘 중에서 거짓말을 더 잘하는 사람이 갖기로 했거든요.”선생님 왈 “한심한 놈들. 창피한 줄 알아라. 내가 너희들 만할때는 거짓말이 뭔지도 몰랐다.” 이 말을 들은 아이들은 체념한 듯 말했다. “이 만원 선생님께서 가지세요.”

정녕 그러하다. 세상은 거짓말로 넘친다.“어머 너 왜 이렇게 예뻐졌니?(여자들)”, “방금 출발했어요(중국집)”, “정말 밑지고 파는 거예요(장사꾼)”, “딱 한잔 목만 축였어요(음주운전자)”…, 누구나 언제든 쉽게 거짓말을 한다. 정직을 생명으로 하는 의사들도 빠지지 않는다. 눈 하나 꿈쩍않고 태연히 위약(placebo)을 처방한다. 이러한 대부분의 거짓말은 무해할 뿐더러 그러려니 하며 웃어 넘길 만하다. 거짓말은 인간관계를 유연하게 만들고 유지시키는 윤활유 역할도 한다.

동물도 거짓말을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고릴라 코코는 ‘말하는 고릴라’라고 불린다. 인간의 단어 약 2000개를 이해하고, 이 중 1000개 정도는 수화로 표현까지 한다. 코코는 애완용 고양이와 같이 지내고 있는데 종종 자신의 잘못을 고양이에게 뒤집어 씌운다. 한 번은 고양이가 벽에서 싱크대를 뜯어냈다고 거짓말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코코는 예외 중의 예외일뿐 지구상에서 거짓말 챔피언은 단연 인간이다. 거짓말 능력은 지능과 전두엽 크기에 비례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하루에 10~200번 거짓말을 하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 간에는 첫 10분동안 평균 3번의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일상에서 행해지는 대부분의 거짓말은 선의의 거짓말(white lie)이다. 선의의 거짓말은 적절하게 잘만 하면 고래도 춤추게 한다. 하지만 절대로 해서는 안될 악의의 거짓말(black lie)도 있다. 그것은 거의 범죄다. 특히 높으신 분들의 거짓말은 개인, 회사, 공동체, 나아가 국가전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적자인데도 이익이 났다고 뻥치고, 돈을 받았으면서도 안 받았다고 오리발 내밀고, 청탁을 했는데도 안 했다고 잡아떼는 통에 우리 사회가 그동안 얼마나 몸살을 앓아야 했는가.

거짓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진실된 세상! 그런 세상은 있지도 않겠지만 듣기에는 참으로 좋다. 거짓말은 인간의 본성에 가깝다. 선의의 거짓말은 메마른 세상을 부드럽고 기름지게 한다. 그러나 독이 되는 거짓말은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사람의 마음을 피폐하게 한다. 그래서 독이 되는 거짓말을 나쁜 의도를 가지고 하는 것은 절대로 피해야 할 금기이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일상화되면서 거짓말의 전파 속도와 범위가 무한정 빨라지고 넓어졌기 때문이다. 거짓말로 인한 폐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고, 아울러 거짓말이 들통날 확률도 그만큼 높아졌다는 말이다.

그나저나 내년에는 총선이 있고 대선도 가까워 오고 있다. 벌써부터 아찔해진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어느 때보다 팽배해 있다. 이것은 정치인들의 잘못만은 아니다. 잘못 뽑은 우리 국민 모두의 탓이다. 보나마나 내년에도 정치인들의 말과 표정은 하나같이 그럴싸할 것이다. 누가 진실인지 무엇이 거짓인지를 잘 따져야 한다. 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다. 다음 선거부터는 우리 진주말로 ‘에나’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비전과 전략을 갖고,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사심없이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하지 않겠는가.

 
/김진석·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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