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통령의 기념 식수 ‘후박나무’
[기고] 대통령의 기념 식수 ‘후박나무’
  • 경남일보
  • 승인 2019.10.2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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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갑철(경남과기대 산림자원학과 교수)
추갑철교수
추갑철교수

양정훈의 ‘그리움은 모두 북유럽에서 왔다’ 중에 이런 글이 있다. “아무리 사람을 믿지 못해도 그의 가슴에 나무를 심을 수 없다고는 말하지 마라. 사랑이 다 지고 아무것도 남을 게 없다고 슬프지도 마라. 당신이 사막이 되지 않고 사는 것은 누군가 당신의 가슴에 심은 나무 때문이다.”

지난 9월 17일부터 시범 개방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경남 거제시 저도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리겠다는 2017년 대선 공약의 하나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저도를 방문했다. 그리고 한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이때 필자는 저도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님과 함께 둘레길 탐방 안내를 했다. 청와대의 요청을 내가 기쁘게 수락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곳은 산림 보전이 비교적 잘 되어있어 산림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지역을 방문한다는 사실 자체가 여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기념 식수한 나무는 녹나무과의 후박나무(Machilus thunbergii S.&Z.)다. 본 종은 주로 경상도와 전라도의 해안과 도서 그리고 제주도, 울릉도에 주로 자생하고, 수직적으로는 표고 700m 이하에 분포한다. 최근에는 남해안과 제주도 및 남해도서 지방에서 공원수, 풍치수, 가로수로 심어 아름다운 장관을 자아내고 있다. 높이 20m, 가슴높이 직경 80㎝까지 자라는 상록활엽교목으로 수피는 회백색이고, 노목이 되면 작은 인편으로 떨어진다. 대부분 가지가 주간보다 굵게 발달하고 수형이 넓게 퍼지는 것이 특징이다. 잎은 어긋나지만 대부분 가지 끝에 모여서 달리고, 표면은 녹색, 뒷면은 회록색으로 광택이 나고 도난형, 도난상장타원형으로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으며, 길이는 7~15㎝, 너비 3~7㎝, 잎자루는 2~3㎝의 붉은빛이 돈다. 새잎은 처음에는 아주 붉은색으로 나오므로 마치 꽃이 붉게 핀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새 잎이 나올 때에는 마치 나무에서 총알이 하늘로 불꽃놀이 하듯 발사되는 모양새가 그리 어여쁠 수 없다. 그래서 필자는 이 후박나무를 개인적으로도 참 좋아한다.

꽃은 양성화로 5~6월에 새잎과 함께 황록색으로 피고, 다음 해 8~9월에 많은 열매가 흑자색으로 결실하는데, 이는 성숙된 열매가 다음 해 새 열매가 맺은 것을 보고 떨어져 후대의 탄생을 보지 않고는 선대가 사라지지도 없어지지도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영구히 존속하고 번영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수피는 위장병 치료 등 약용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향기가 좋아 잎과 같이 가루로 선향이나 향료로 이용하기도 하고, 목재는 가구재, 건축재 등으로 이용한다.

울릉도 호박엿은 이곳에 흔하게 자생했던 후박나무가 재료로 이용되어 후박엿이 육지로 전해지면서 발음상 후박엿 하다가 호박엿으로 변해버려서 지금은 울릉도 호박엿이 되었다. 이것이 우리 몸에 이로운 약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러다가 후박나무의 재료가 부족해지면서 호박이나 감자 등으로 호박엿을 만든다고 전해진다.

대한민국 최초의 사립수목원을 세운 미국계 귀화 한국인 천리포수목원 설립자 민병갈 이사장은 이런 말을 남겼다. “내가 좋으려고 수목원을 차린 것이 아니다. 적어도 200~300년을 내다보고 시작했다. 나는 어떤 목련 한 그루가 꽃을 피우기까지 26년을 기다린 적이 있다. 아무리 공을 들여도 나무의 나이테는 일 년에 한 개만 생긴다. 천리포 수목원은 내가 제2의 조국으로 삼은 한국에 길이 남을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나무를 심은 사람은 기억하게 된다. 그리고 나무에게 배우게 된다.

후박나무가 기념식수로 선택된 것은 이 나무가 상징하는 다산의 열매와 다음 세대를 계승하는 나무의 속설을 우리나라의 융성과 영원한 발전을 상징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추갑철·경남과기대 산림자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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