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바다에 감성을 묻다[14] 여자만 보물 창고
쪽빛바다에 감성을 묻다[14] 여자만 보물 창고
  • 박도준
  • 승인 2019.10.28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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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보고’ 여자만의 불타는 노을처럼
우리들 고운 사랑 꼭 이루어 주소서

순천·여수 여자만갯가길
코스: 와온해변~장척마을~가사리습지생태공원~여자만전망대(23㎞)
오션뷰 전망대: 오온해변전망대, 여자만전망대, 여수갯가마을전망대
명소: 와온해변, 장척마을, 가사리습지생태공원, 가사리습지생태공원 방조제
문의: 관광안내 순천 1577-2013, 여수 1899-2012
여수 대곡마을 앞 생태습지에서 바라본 여자만갯벌노을. 습지에서 보이는 검은 점들은 먹이활동을 나온 게들이다.
여수 대곡마을 앞 생태습지에서 바라본 여자만갯벌노을. 습지에서 보이는 검은 점들은 먹이활동을 나온 게들이다.

여의도 9배에 달하는 광활한 여자만의 갯벌은 전혀 훼손되지 않은 생태계의 보고이다. 시계방향으로 서쪽 고흥, 북쪽 보성·순천, 동쪽 여수 땅이 둥그렇게 감싸 안고 있는 거대한 갯벌 내해이다. 갯가와 갯가로 이어지는 여자만갯가길에서 바라보는 노을은 섬과 갯가가 어우려져 환상적인 자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 길은 날물 때를 맞춰야 갯가의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곳은 60리 중 10여리를 제외하고는 갯가로 이루어져 드라이브로 갯가와 노을을 즐길 수 있다. 단 갯벌의 생태계를 보려면 썰물 때에 맞춰 가야 한다. 습지를 뒤덮고 있는 갈대들의 하늘거림은 덤이다.

뒷산이 소가 따뜻한 햇살을 받고 누워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붙여진 순천 와온마을의 공원.

여자만갯가길의 첫 들머리인 순천 와온마을은 평온하다, 뒷산이 배를 채운 소가 따뜻한 햇살을 받고 누워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는 마을 유래처럼. 와온해변은 생물다양성과 경관적 가치가 뛰어나고 갈대 등 염생식물이 넓게 분포되어 있다. 또 수많은 갯가 생물이 서식하는 소중한 자연자원으로 보전가치가 뛰어난 연안습지보호구역이다. 해안도 내만 중의 내만이라 바람도 잔물결들을 비껴가고 있다. 해안가에는 람사르 습지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반겼으나 만조 때라서인지 갯벌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썰물이 갯벌로 밀려오면서 바닷물이 뻘물로 변해 있었다. 바닷물도 이 해안가에선 뻘색으로 동화되는 모양이다. 와온공원에 올라서니 전어잡이 체험을 11월 초까지 한다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갓난아기 볼만한 사기섬(솔섬)을 지키고 있는 소나무들 너머로 봉화산이 서 있고, 파란하늘을 배경으로 흰 구름들이 왈칵 품에 안겨온다.

일몰 촬영지로 유명한 이곳은 구름이 밀려오면 구름을 사이에 두고 빛올림과 빛내림이 교차하면서 황홀경에 빠져들게 한단다. 그래서 연인과 부부들의 데이트 장소로 안성맞춤이라고.

알록달록한 낙엽들이 물드는 산과 해안가에 설치된 데크로드 사이에 난 해안도로를 따라 도착한 곳은 여수 장척마을. 함부로 갯벌에 들어가지 말라는 안내판이 서 있는 이곳은 갯벌에 그물을 쳐 놓고 물이 빠지면 갯벌에서 바둥대는 숭어, 전어, 양태를 주워 담는 개매기체험장으로 유명하단다. 쉼터에서 바라보는 복개도와 장구도, 모개도 사이에서 어선이 가물거린다. 물이 빠지면 모새의 기적이 일어나 섬까지 걸어서 갈 수 있다고 한다. 길게 뻗은 데크로드와 도로, 자전거길이 잘 단장되어 있지만 사람들의 왕래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절간처럼.

한창 전원주택을 짓고 있는 궁항마을 큰길에서 내려 새섬과 달천도가 그려내는 해안가 모습을 감상하다 다다른 곳은 달천도. 다리로 연결되지 않을 시절엔 200m도 안 되는 이 섬을 방문하려면 섬들을 돌고 돌아 다섯 시간이나 걸린 곳이란다. 달천어촌계까지 갔다가 되돌아 나와 한 500m를 달리니 이름 모를 쉼터에 도착했다.

‘붉은노을과 만나는 자전거여행길’에 있은 사진 찍기에 좋은 곳인 쉼터에서 상징탑 ‘염원’을 통해 바라본 섬과 관광객

‘붉은노을과 만나는 자전거여행길’에 있는 이곳은 ‘염원’이라는 화강석으로 만든 상징물이 두 손을 모으고 있다. 하트모양을 하고 있는 이 상징물은 ‘여자만의 불타는 노을처럼 우리들 고운 사랑 꼭 이루어 주소서’라는 작품해설이 붙어있다. 하트공간 사이로 운두도가 보인다.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사진에 담기 좋은 곳이다. 정사각형에 자전거바퀴를 달아놓은 포토존에서도 사진을 찍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이다. 옆에서는 색소폰으로 버스킹공연을 하고 있다. 노을 질 때 이곳에서 색소폰 소리를 들으며 빈 소라고둥에서 나는 바닷소리처럼 사랑을 속삭인다면 녹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으랴. 관광객들이 몰려오자 연주자는 신명이 났다.

노을 질 때 다시 오기로 약속하고 한참을 헤매다가 겨우 가사리습지생태공원을 찾았다. 내비게이션에 여수YMCA생태교육관를 쳐야 한다. 습지와 바다가 어우러진 생명의 땅인 이곳은 갈대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데크 산책길에서 연인과 분위기 잡기도 그만이다. 여수YMCA생태교육관에서 자전거를 빌려 하이킹하기도 그만이다.


여자만전망대로 가는 길, 관기리쪽으로 내려가다가 바다가 자꾸 멀어져 생태교육관을 찿아 물어 여자만전망대를 물었다. 얼마 가지 않아 ‘이곳 여자만은 갯벌과 낙조가 어우러진 천혜의 갯노을 경관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라는 사진찍기 좋은 명소라는 안내문구가 적힌 쉼터를 발견했다. ‘이곳 여자만’이라는 문구에서 여자만전망대로 단정했다. 오도와 간도, 대운두도가 그림같이 전개되는 풍경을 감상하면서 섬영(섬의 그림자)와 윤슬, 빛번짐 현상이 일어나는 광경을 눈부시게 바라보다가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해는 바다 건너 서산으로 기웃거리는데 어디서 노을을 맞이해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다 ‘염원’이 있는 곳이 최적이라 판단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왔다.

되돌아 온다가 가사리습지의 갈대들이 햇살 받아 은빛으로 빛나면서 ‘청산리 벽계수야…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하리’라는 싯귀가 생각나 갈대들과 사진찍기를 한동안 즐겼다. 최적의 사진을 찍기 위해.

‘염원’쪽으로 달리다가 소라면 아름다운 꽃밭 인근 갯벌에서 민물이 흘러내리면서 작은 내를 만들고 있었다. 여자만 갯벌을 처음 만나는 터라 이곳에서 갯벌과 노을을 찍기로 했다. 화면에 들어있는 사진들을 보면서 명작품을 찍느라 셔터를 눌러댔지만 마음에 드는 장면을 포착하지 못해 수백번 셔터를 눌려야만 했다. 구름이 바다와 섬, 육지에 내려앉아 빛올림과 빛내림현상은 보지 못했다. 대신에 갯벌에서 수천만 마리들의 게들이 노을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갯벌의 무수한 점들의 주인공이 게들이었다. 다가가면 발자국 소리만 듣고 구멍 속을 숨는 게들.

여자만 인근에 덤으로 꼭 들러 보야야 할 곳이 있다면 순천만습지와 순천만국가정원이다. 순천만습지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한 연안습지로서 생태계의 보고이다. 광활한 갯벌의 데크로드를 따라 걷다보면 농게, 칠게, 짱뚱어 등과 같은 다양한 갯벌생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세계 각 나라의 정원과 테마별 정원을 가꿔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탐방할 시점에 한평정원페스티벌이 열렸는데 한 평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도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순천만습지와 국가정원, 이 두 곳은 시간을 가지고 느긋하게 즐겨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글·사진=박도준·김지원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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