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양자컴퓨터 시대가 다가온다
[과학칼럼] 양자컴퓨터 시대가 다가온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10.2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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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홍(전 김해교육장)
성기홍(전김해교육장)
성기홍(전김해교육장)

기원전 약 3000년전 고대 메소포타미아 인들이 계산을 하는 도구로 주판을 사용했다고 추정된다. 17세기까지는 계산을 하는 도구로는 주판이 유일하였으나, 1642년 프랑스의 파스칼이 톱니바퀴를 이용한 수동계산기를 고안하였다. 이 최초의 기계식 수동계산기는 기어로 연결된 바퀴판들로 덧셈과 뺄셈만을 할 수 있었다. 1671년 무렵 독일의 라이프니츠가 이를 개량하여 곱셈과 나눗셈도 가능한 계산기를 발명하였고, 십진법보다 기계장치에 더 적합한 1과 0만을 사용하는 이진법을 창안했다.

컴퓨터라는 말의 의미는 1897년부터 기계적 계산을 수행하는 기계를 일컫는 말로 사용되었으며, 이후 전자회로를 이용하여 자동적으로 계산이나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계로 프로그래밍이 가능하게 되었다. 컴퓨터가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명령어로 구성된 프로그램의 지시에 따라 입력한 데이터를 분석·처리하여 결과를 사용자에게 제공하는데, 입력·제어·기억·연산·출력 등의 다섯가지 장치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야만 종합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1946년에 포탄의 궤적을 계산하거나 수소폭탄의 폭발을 예측하는 등 주로 정부에서 군사적 목적으로 미국에서 개발된 에니악(ENIAC)은 오랫동안 최초의 프로그래밍 가능한 범용 컴퓨터로 알려져 있었다. 에니악은 18,000개의 진공관을 이용하여 무게가 30톤에 이르렀고, 가격은 50만 달러에 달했기 때문에 일반에서는 사용할 수가 없었다. 이후 IBM사의 대형컴퓨터 위주로 컴퓨터 시장이 발달하였다. 컴퓨터의 크기는 반도체 기술과 전자기술의 발달로 점점 작아지고 연산속도도 피코초(ps) 단위로 빨라졌다. 컴퓨터는 제1세대인 진공관, 제2세대인 트랜지스터, 제3세대인 IC, 제4세대인 초 LSI와 같이 대략 10년마다 집적도를 높여 고속화, 대용량화하였고, 슈퍼컴퓨터가 출현하였다. 초LSI의 출현에 의한 하드웨어의 대폭적인 원가 절감은 필요한 하드웨어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1980년대 IBM이 개인용컴퓨터(PC)를 내놓았고, 마이크로소프트사(MS사)가 개발한 윈도 제품의 성공으로 컴퓨터의 대중화가 시작되었다. 개인용 컴퓨터는 소프트웨어가 다양해지고, 가격은 저렴해짐에 따라 급속도로 사용자에게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인텔 창업주인 고든 무어는 1965년 반도체 트랜지스터 수가 미세화 공정에 힘입어 2년마다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는 ‘무어의 법칙’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반도체 공정이 10㎚ 이하로 진화하면서 더 이상 트랜지스터 크기를 줄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무어의 법칙은 이제 ‘벽’에 부딪히게 되었다. 더 작게 만들면 트랜지스터가 전자를 막아도 그냥 통과하는 ‘터널링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기존 컴퓨터의 발전이 한계에 봉착하였기에 과학계에서는 양자 컴퓨터의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양자컴퓨터란 얽힘(entanglement)이나 중첩(superposition) 같은 양자역학적인 현상을 이용하여 자료를 처리하는 컴퓨터이다. 기존 컴퓨터는 비트단위로 정보를 읽기 때문에 1비트라면 0과 1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8비트는 0과 1의 256개 조합이 가능하지만 실제 그중 하나의 값만 선택하며 이를 처리하게 된다. 그렇지만 양자컴퓨터는 정보를 큐비트(양자비트) 단위로 읽는다. 큐비트는 0과 1의 값을 동시에 가질 수 있으므로 2큐비트는 4개의 조합된 정보(00, 01, 10, 11)를 동시에 선택한다. 이런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슈퍼컴퓨터로 수십 년을 풀어야 하는 250자리 암호체계가 몇 분 만에 무력화되므로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을 다시 짜야 할 정도이다. 양자기술은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선정한 2019년 10대 전략 기술 중 하나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부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매년 수천억 원을 투입하여 양자컴퓨터 개발에 뛰어들었고, 일부 기업은 벌써 상용화에 성공해 활용 사례를 쌓아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양자 산업 시장 규모는 2035년 400조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먼 미래의 일로 여겨졌던 양자컴퓨팅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는데, 세계 주요국의 양자정보통신 분야 지원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거의 최하위권인 17위를 기록했다. 반도체의 뒤를 이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는 양자기술 개발에 우리 정부도 로드맵을 짜고,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 개혁을 비롯한 지원에 만전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성기홍·전 김해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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