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플러스[230] 고성 좌이산
명산 플러스[230] 고성 좌이산
  • 최창민
  • 승인 2019.10.31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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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은빛 항해 섬들이 따라오는 자란만 그 바다
좌이산(左耳山·415m)은 고성군 하일면 서남부 해안에 있는 아담한 산이다. 작지만 그 속에는 아름다운 길이 있고 재미 있는 이야기가 있다. 덜 알려진 이유로 별로 기대하지 않고 올랐다가 황홀한 풍광에 놀라 감탄을 보내는 이가 많다.

정상에서 동쪽으로 자란만과 여러 섬들, 남쪽으로 통영시 사량도를 비롯해 점점히 떠 있는 다도해를 볼 수 있다.

내륙으로는 무이·수태산, 삼천포 와룡산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산길은 해안을 배경으로 숲과 벼량길이 교차해서 나타나는데 아담하고 예쁘다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삼천포 와룡산(臥龍山)의 왼쪽, 즉 용의 왼쪽 귀라는 설이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지리적으로 오히려 향로봉에 가깝기 때문에 향로봉의 옛이름 와룡의 왼쪽귀라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산은 주로 육산형태지만 군데군데 암릉이 박혀있고 특히 정상에는 거대한 암반으로 이뤄져 있다. 그런 점에서 인근 한국의 마테호른이라는 거류산과 비슷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정상의 좌이산 봉수대(도 기념물 제138호)는 산 지형을 따라 자연스럽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지금은 봉수의 석축만 남아 있는 이 봉수대는 동쪽 우산(牛山)에서 신호를 받아 사천의 각산, 사량진봉수대로 보냈다한다. 산 아래 해안의 군영이 배치돼 있는 소을비포성에는 신속히 알려 대응토록했다.


 

△등산로: 가리미고개→임도→너덜지대 →전망대→좌이산 정상→청룡사 갈림길→전망대→철계단 벼랑길→전망대→진양정씨 묘원→명덕고개(골고개)

△고성군 하일면 학림리와 오방리를 연결하는 가리미고개가 들머리다. 삼천포 넘어가는 77번국도상이다. 차량 둘곳이 마땅치 않아 도로 옆 임도까지 올려세워야한다.

등산로는 단순하다. 가리미고개에서 출발해 정상에 오른 뒤 명덕고개로 하산하면된다. 중간에 청룡사로 바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하나 있을 뿐이다.

주행에는 3시간정도 소요되는데 주말에 편안하게 다녀올수 있는 등산로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리미고개 입구에 세워진 산행안내도 옆 외길 임도를 따른다. 헬기장을 지나면 조금 내려섰다가 다시 고도를 높인다. 인근에 돌탑이 세워져 있는 너덜지대를 가로지른다.

출발 30분만에 벤치와 집채만한 바위가 있는 쉼터와 전망대에 닿는다. 고성 앞바다가 보이는 지점이다.

내륙엔 벼논의 수확이 진행되면서 차츰 빈들이 돼가고 있는 모습이다. 그 뒤로 무이·수태산이 다가온다. 그 오른쪽이 거류산, 왼쪽에 삼천포 와룡산 상사바위 세섬봉 민재봉이 선명하다. 길은 아름답고 숲은 울창하며 해풍은 시원하다. 늦 가을 등산로에 핀 구절초와 들국화가 산상 화원을 이루고 있다. 인공적이지 않은 산국밭을 앞서가는 동행 산우의 뒷모습이 마치 구름위를 걷는 것처럼 가벼워 보인다.

출발 1시간만에 정자가 있는 전망대에 도착한다. 이 산에는 5개정도의 전망대가 있는데 그만큼 조망권이 좋다는 방증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성 앞바다의 다도해가 시시각각 형태를 달리하며 시선을 강탈한다.

숲속에 큰 벼랑이 보이는가 싶더니 곧 정상이다. 높은 지역임으로 파란 하늘색 철계단을 통해 올라갈수 있다. 천국 정상으로 가는길, 조심스럽게 계단을 밟고 올라서면 사방이 활짝 열린다. 감탄사가 터진다.


정상 조망은 고성과 삼천포쪽이다. 상족암 군립공원 공룡박물관과 삼천포화력발전소, 대형구조물이 치솟고 있는 공사현장, 멀리 태양 아래 황금색 물빛과 섬들이 눈부시다.

봉화대는 자연적인 지형을 그대로 활용해 쌓았다. 조형미는 떨어지지만 고대신전의 석물처럼 신비로운 느낌이다.

오래 전 이 봉화는 산 아래 하일면 동화리 좁은 해안가에는 있는 소을비포성(所乙非浦·도 기념물 제139호)에다 왜군의 동태를 신속히 알려 피해를 막았다. 현재 성 일부가 남아 있고 어선의 대피소로 사용되고 있다.

정상 봉화대를 내려선다. 이정표는 명덕고개 2.5㎞를 가리킨다.

이 산의 진면목을 볼수 있는 곳은 정상에서 20m 돌아서 내려온 지점이다. 등산로에서 약간 벗어난 곳으로 그냥 지나치지 말고 다가가보길 권한다.

바위암석과 억새 등이 어울려 서정적인 가을정취를 맛볼수 있다. 고성 앞바다 자란만, 자란도와 여러섬들이 베트남 하롱베이를 떠올리게 한다.

자란도에는 70∼80년대 ‘모래치’와 ‘고을개’ 2개의 자연마을에 주민들이 많이 살았다. 어느 순간 도시화와 탈어촌 러시로 사람들이 섬을 떠났다. 지금은 토박이 주민 10여가구가 산다.

섬에 붉은 난초가 많아 자란도(紫蘭島)다. 섬의 생김새가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과 같다 하여 한자 알란(卵)을 써 자란도(自卵島)로 부르기도 한다. 자란도를 비롯해 괴암섬, 솔섬, 문래섬, 만아섬, 누은섬, 죽도, 목섬, 밤섬, 보리섬, 나비섬, 소치섬, 윗대호섬, 아랫대호섬 등 올망졸망한 섬들이 떠 있다.

고도를 계속 낮추면 곧 갈림길이다. 오른쪽 1.2㎞ 지점에 청룡사가 있다. 다시 고도를 높여서 이름없는 암봉에 올라서서 건너편에 보이는 하늘아래 뫼가 지나온 좌이산이다.

출발 2시간만에 남쪽 전망대에 선다. 이때부터 오롯이 내림길, 그러나 험한 암릉이 연속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하산에 주의해야한다. 하산길이라고 얕봤다간 사고로 이어질수 있다. 하산 길 소나무그늘에 앉아 잠시 휴식하면서 내려다보는 바다와 하늘은 추억과 희망을 동시에 안겨준다.

바다와 구름, 푸른 하늘이 보이는 좌이산 하산 길, 팝송이 생각났다.

I am sailing, 〃, home again cross the sea. I am sailing, stormy waters, to be near you, to be free. (나는 항해하네, 〃, 저 바다를 너머 그곳으로. 폭풍우 치는 물결 너머로. 너에게로 가기위해서 자유로워지기위해서.)Iam flying, 〃, like a bird cross the sky. I am flying, passing high clouds, to be with you, to be free. (나는 날아가네,〃 , 새같이 저 하늘을 너머 나는 날아가네. 높은 구름을 너머 너에게로 가가위해서. 자유로워지기위해서.)-로드 스튜어트/Sailing-

10분정도 고도를 낮추면 이제부터는 편안한 육산이다. 피처럼 붉은 옷나무단풍을 비롯해 노랗게 물들어가는 단풍, 시들어가는 억새가 조화를 이룬다.

진양정씨 묘원 옆을 지나 조금 더 내려가면 명덕고개에 닿는다, 묘지는 부산지역 대형사학 설립자 남해인의 묘소로 알려져 있다.

명덕고개에서 가리미고개 원점으로 가는 택시비는 1만원 내외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좌이산 봉수대 오르는 길
들국화
들국화
암석사이로 난 등산로
관목과 어울리는 아름다운 정상부 암릉
베트남 하롱베이를 연상케 하는 자란만과 섬들
좌이산 정상에 있는 봉화대 오르는 길
  
소을비포성지가 있는 해안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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