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도 가을 속으로
이별도 가을 속으로
  • 경남일보
  • 승인 2019.11.0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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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수필가)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면 서로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또한 언젠가는 이별하게 된다. 온갖 사물이 그렇듯 맑고 깨끗한 어린 시절이 있었는가 하면 성년기를 지나 나이 들고 마침내 병들어, 일생에 종말을 고할 수밖에 없는 깊고 무거운 시절도 있다. 그래서 이별은 슬프고 아프겠지만, 그러나 아름다운 이별에는 사랑이 동반되지 않을 수 없을 듯, 사랑에 대한 사람의 소망은 인생을 얼마나 향기롭게 해주는가.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이건 간에 늘 이별이 염려 되며 이별의 불안을 떨칠 수는 없으리라. 그래서 우리가 늘 이별하는 마음으로 이별을 생각하고 살아간다면 가까운 사람에게도 낯선 이들에게도 좀 더 너그러워지고, 측은해지고, 가엾게 생각되고, 좀 더 진실해질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좀 더 따뜻이 사랑할 수도 있지 않을까?

왠지 모르게 예감되는 이별, 그 슬픔의 시간이 언제 닥쳐올지 사랑에는 언제나 불길한 예감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때로는 그 불길한 예감을 떨치기 위해 그것을 부인하고 부정하고 싶어서 마침내 사랑은 절정에 이르러 마지막이 가까웠음을 예고하게 되는 건 아닐까. 이별을 예감하는 초목들도 그 푸른 잎새를 붉게 불태우고, 푸른 열매를 붉게 농익혀 가듯이, 사랑도 이별이 예감될 때 더욱 불타오르리라.

누구나 이별에 이르면 정직한 모습이 되며, 그 정직과 진실로 인해서 이별의 아름다움을 어찌 부정할 수 있으랴. 붉으나 붉은 단풍을 보면 이별이 예감되듯, 서리치는 가을에는 핏빛 단풍 같은 불타는 참회 처절한 웃음 속에서 이별의 예감을 떨치고 싶은 걸까. 아니 가을도 저 나름의 특색을 가졌을 뿐인데, 사람들은 왜 가을에 자기들의 의식 속에 또 하나의 불을 밝히려 한단 말인가.

모든 삶에 심각한 결과를 가져왔을지라도 그 시작은 결국 만남에서부터 비롯되는 것. 사랑을 영원히 추억하게 되는 건 아름답고 지순한 이별이 되지만, 사랑의 절정은 언제나 이별이 아닌가. 서리치는 어느 가을날 가랑잎 쌓인 길 위에 발걸음 놓아 가며 다시 못 볼 이름을 불러보며, 우리는 언젠가 이별로 가슴을 적실 것이다. 가을비에 젖어 든 핏빛 단풍처럼 흥건히 가슴을 적시면서….
 
/이석기(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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