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없이 사랑하자
후회없이 사랑하자
  • 경남일보
  • 승인 2019.11.0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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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전 서진초등학교장)
박상재
박상재

중국 진(晉)나라 때 손초라는 사람은 “바위를 베개 삼고 흐르는 냇물로 양치질 한다” 즉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고사를 “냇물을 베개 삼고 바위로 양치질 한다”로 고사를 잘못 인용해 친구가 이를 지적하자 억지로 지지 않으려고 궤변을 늘어놓는다. “흐르는 물로 베개 삼은 것은 귀를 씻기 위함이고 바위로 양치질하는 이유는 이를 갈고 닦기 위함이다”라고. 이렇게 억지를 부려 남에게 지지 않으려고 하는 마음을 우리는 ‘호승심’ 이라고 하는데 예나 지금이나 이 호승심이문제다.

서경 ‘중훼지고’ 편에는 “알아서 배우는 사람은 왕 노릇을 하고 내가 남보다 낫다고 여기는 사람은 망한다”라고 했다. 우월감과 열등감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강한 자에게 한없이 약해지고 약한 자에게 한 없이 강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월감과 열등감은 모두 남과의 비교를 통해 나의 가치를 판단하려는 생각에서 나온다. 나의 가치는 내가 스스로 평가해야지 남과의 비교로 나를 평가한다면 항상 내 자신이 초라하고 열등감에서 헤어나기가 어렵다. 내가 남보다 낫다는 생각도 잘못이고 내가 남보다 열등하다는 생각도 잘못이다.

오만과 편견도 마찬가지다. 오만과 짝을 이루는 것은 인색인데 공자는 ‘논어’에서 “아무리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라도 오만하고 인색하면 더 이상 볼 것이 없다”라고 한다. 즉 넘치는 오만과 모자라는 인색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가린다는 뜻이리라! 유인석은 이를 “인색은 작은 그릇과 같고 오만은 그 그릇에 담긴 물과 같아서 그릇이 작은 사람은 조그만 권력이라도 잡으면 쉽게 오만해지고 반대로 그 그릇이 크면 웬만한 권력이 있어도 좀처럼 오만해지지 않는다”라고 한다.

조선 중기 과거시험에 ‘사람이 느끼는 칠정(七情)중 후회가 빠졌는데 그 이유를 설명하라’는 문제에 장원급제한 김종일은 이렇게 답안을 제출한다. “후회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가지는 감정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없을수록 좋은 것인데 사람들이 칠정을 잘 억제하고 조절하지 못하니 후회가 생긴다”며 넘치거나 모자람 없는 칠정 속의 삶을 강조한다. 죽음을 앞 둔 사람들이 후회가 한 두가지 뿐이겠는가마는 가장 많은 후회가 ‘좀 더 사랑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것이다. 인간은 죽음 앞에 무력한 존재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살아 있는 동안 매사 상대를 억지로 이기려 하지 말고 그저 물 흐르듯~ 구름 가듯 후회 없이 사랑하는 것 뿐이다.

 
/박상재(전 서진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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