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논란, 부끄러움은 지역민의 몫이다
막말 논란, 부끄러움은 지역민의 몫이다
  • 문병기
  • 승인 2019.11.0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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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기자(서부취재본부장)
문병기(서부취재본부장)
문병기(서부취재본부장)

여상규 국회의원의 ‘막말’논란이 또 한 번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법제·사법에 관한 국회의 의사결정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법제사법위원장이란 의원이 툭하면 막말과 욕설로 공분을 사고 있다. 그럴 때마다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는 그의 몫이었다. 우수한 의정활동이나 국위를 선양한 공로로 그 자리에 올랐다면 축하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여 의원은 ‘버럭 상규’란 수식어가 말해주듯, 늘 가벼운 입으로 인해 여론의 도마에 오른다. 그런 그를 지켜보는 지역민들은 부끄럽고 황당하기 그지없다.

여 의원이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지난달 7일, 국정감사장에서다. 자신이 피고발인에 포함된 국회 패스트트랙 사건과 피의사실 공표죄 등에 대해 ‘수사하지 말라’고 검찰에 요구해 외압 논란이 불거졌다. 여당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며 여 위원장 자격을 문제 삼았다. 여 위원장은 분기탱천했고, 주특기인 ‘버럭’이 터져 나왔다.

자신의 의사진행에 항의하는 여당 의원에게 ‘웃기고 앉았네. 진짜 X신 같은 게. 아주…’라며 혼잣말을 했다. 이 말은 공교롭게도 한 인터넷 방송에 고스란히 담겨 전국적인 망신을 샀다.

여 의원의 막말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작년 1월에도 영광(?)스럽게 포털사이트 1위에 오른 적이 있다.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 도중 ‘웃기고 앉아있네. 이 양반 정말…’이란 발언이 전파를 탔기 때문이다. 1980년 간첩사건과 관련해 당시 재판장이었던 여 의원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으나, 이후 무죄를 받은 것에 대해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 것이다.

여 의원 입장에서는 이 모든 것들이 억울할 것이다. 과정은 생략한 채 결과만으로 몰아붙인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나중에 밝혀지는 진실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현실을 더 신뢰하고 받아들인다는 데 있다.

공인이라면 아니 법사위원장이라면 일반 국민보다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품격 있는 말과 행동은 기본중의 기본으로 거론할 가치조차 없다.

하지만 그는 그러질 못했다. 말이란 한번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인데, 순간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하지 말았어야 할 막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아무리 탁월한 능력과 인격을 갖춘 존경받는 인물이라 할지라도, 때론 경박한 말 한마디가 평가의 잣대가 된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막말은 누구나 할 수도 있고,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들의 돌출 언행이 국민의 피로감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이 같은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여 의원은 이번 사태로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 그는 내년 4월이면 또다시 국회로 보내달라고 할 것이다. ‘4선을 만들어주면 국회부의장이 되어 지역과 지역민을 위해 이 한 몸 불사르겠다’며 표를 구걸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런 그가 막말과 욕설논란에 휩싸인다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지역민들은 4년 전의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3선을 시켜주면 법제사법위원장이 되어 지역을 위해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믿은 지역민들은 그에게 당선이란 선물을 안겼다. 그는 법제사법위원장에 올랐지만 지역민들과의 약속은 헌신짝 버리듯 했다. 4년여 동안 그가 한 일은 고작 국비 3억 원 확보해 놓고, 추종세력들을 동원해 30억 원 확보란 거짓 플래카드를 도배한 것 외엔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권력을 쥔 자의 언행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거짓이 반복되면 진실도 거짓이 된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그를 지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 내년 4월이 궁금하다.


문병기기자(서부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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