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삼성행복대상 가족화목상 수상 사천 김행자씨
[인터뷰] 삼성행복대상 가족화목상 수상 사천 김행자씨
  • 문병기
  • 승인 2019.11.0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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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 시동생 키워내고 시부모 병 수발에 반 평생
삼성행복대상 가족화목상을 수상한 사천시 곤양면의 ‘날개없는 천사’ 김행자(65)씨. 선한 얼굴과 조용한 말투 뒤엔, 자신의 삶 따윈 포기한 채 오롯이 가족이란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세월의 무게가 감춰져 있었다. 그는 누구를 원망하는 법이 없다. 오히려 자신이 부족해 더 잘하지 못했다며 후회를 했다.

그는 통영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태어났다. 찢어지게 가난한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를 다닌 게 전부였고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집안을 도왔다. 그런 그가 곤양으로 시집을 오게 된 것은 1972년. 스무 살의 꽃다운 나이에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공무원이었고 땅도 많은 부잣집이란 중매쟁이의 말에 부모는 ‘밥은 굶지 않겠다’며 떠밀듯 시집을 보냈다.

그런데 웬걸, 현실은 정반대였다. 다섯 살 막내를 비롯해 여덟 명의 어린 동생들을 둔 장남인 데다, 농사를 짓던 시댁은 시삼촌들이 분가해 나가면서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였다.

그는 “줄줄이 있는 시동생들의 학비를 내고 먹고 살아야 하는데 쥐꼬리만 한 남편 월급과 농사로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고 가족을 지킨다는 심정으로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으니 이 또한 보람”이라며 웃는다.

하지만 그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은 시부모의 병 때문이었다. 1987년 시아버지의 식도암으로 1년 넘게 하루도 쉬지 않고 병간호에 몰두했다. 이어 남편의 죽음에 우울증을 앓던 시어머니가 치매에 걸렸다.

그는 홀로된 시어머니를 모시겠다는 일념으로 시댁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치매환자를 돌본다는 것이 녹록지가 않았다. 심한 욕설과 구타에다 흉기로 죽이겠다고 위협한 일도 부지기수였다. 하루하루가 지옥과도 같았지만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그는 “대소변을 받아내고 목욕시키고 건강을 생각해 시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도 해드리고 맑은 정신일 때는 말동무도 해드리고…. 내가 한 것은 이것이 전부”라며 “자식 된 도리로 부모를 모시고 섬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오히려 더 잘해 주지 못한 것이 죄송할 따름”이라고 했다.

그는 2009년 노인보호요양사 1급 자격증을 땄다. 시어머니는 물론 동네 어르신들을 더 잘 보살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이후 동네 노인들을 내 부모처럼 돌보고 있으며, 마을 부녀회장에 각종 봉사활동들은 열거조차 어렵다.

그는 바쁘게 살다보니 그 흔한 여행도, 친정 부모 제사에도 한번 가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렇게 가정을 지키고 이웃을 위해 살다보니 정작 자신의 건강은 돌보지 못했다. 그 힘든 세월동안 가슴으로 삼킨 눈물과 서러움이 쌓여 최근 심부전증진단을 받았다. 그런 그는 자신이 아프면 시어머니를 돌보지 못할까 그것을 걱정한다.

그는 지금까지의 삶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철없는 나이에 시집와 숱한 일들을 겪으며 살았지만 형제간 우애 있고, 시어머니 살아계시고, 자식들 잘 키워 시집 장가보냈고, 남들에게 손가락질 안 받고 살아왔으니 이만하면 괜찮은 인생 아니냐”며 수줍게 웃었다.

문병기기자 bkm@gnnews.co.kr

 
삼성행복대상 가족화목상을 수상한 김행자 씨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정성껏 돌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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