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풍력 발전'으로 들끓는 남해바다
[심층취재] '풍력 발전'으로 들끓는 남해바다
  • 임명진기자
  • 승인 2019.11.05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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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욕지도 인근 대규모 해상발전단지 추진
경남도 신재생에너지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
어민 “여의도 60배 면적…생태계 교란” 반대
통영, 남해, 사천, 고성. 한려해상공원과 천혜의 황금어장을 갖춘 남해안 지역이 지금 ‘풍력발전’ 문제로 들끓고 있다. 지금 이곳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남해안 지역 어민들은 통영 욕지도 해상에 추진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을 결사반대하고 있다. 어민들의 반대는 점차 통영을 넘어 바다를 끼고 있는 사천과 남해, 고성 등 도내 시·군 전체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 어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설 경우 황금어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욕지도 해상에서 계획 중인 풍력발전단지는 3곳이다.

이중 처음으로 도내 민간업자 욕지풍력㈜이 통영시 욕지면 동항리·서산리 외항 3㎞ 앞 해상에 추진하는 해상풍력 사업은 352㎿ 1조 6566억 원 규모다. 지난 3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전기사업 허가를 받고 관련 절차를 앞두고 있다.

어민들은 “현재 허가가 떨어진 욕지도 서쪽 해역과 향후 계획된 욕지도 남쪽 해역까지 다 합하면 총면적이 60㎢로 서울 여의도의 60배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욕지풍력㈜ 측은 아직 사업 규모에 대해 확정된 사안은 없다는 입장이다.

◇진행 경과

풍력발전은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로 꼽히지만 어민들은 풍력발전단지 조성 자체가 삶의 터전인 어장을 파괴할 수 있는 새로운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8월에 이어 9월 30일, 도내 각 수협 등 어민 2000여 명이 통영 한산대첩 광장에 모여 욕지도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했다.

어민들은 “해상풍력단지가 통영 욕지도에 들어설 경우 조업 구역 축소, 생태계 교란 등으로 황금어장이 상실돼 어민들의 생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경남도는 전국 지자체로는 가장 먼저 2012년 해상풍력 발전단지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 도비 2억 원을 들여 남해안 해역 6개소에 대한 풍황 여건, 수심 조건, 어업권 등의 해상풍력 자원 타당성 조사 용역을 진행한 결과 거제 장승포지구와 통영 욕지도 지구 등이 여건이 우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통영 욕지도는 연평균 풍속 7.2㎧로 거제 장승포(풍속 6.3㎧)보다 풍력 자원이 우수했다. 풍황 계측 결과 풍속이 6㎧ 이상일 때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남도는 도내 첫 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될 경우 신재생에너지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것으로 기대했다.

◇황금어장 상실 우려…첨예한 대립

해상풍력단지가 들어서는 대상 해역은 사실상 남해안에 남은 마지막 황금어장으로 꼽히고 있다. 멸치 등 각종 어종의 이동 통로로 황금어장이 형성돼 연중 내내 어로작업을 하는 곳이다.

어민들은 풍력발전이 들어서게 되면 건설과정 등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가동에 따른 산란 및 서식지 훼손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어민 대표단체인 수협은 지난 4월 말 대책협의회를 열고 도내 9개 수협이 참여하는 경남대책위를 구성해 집단적인 반대 움직임에 나섰다.

박태곤 통영해상풍력반대대책위원장은 “통영은 예부터 수산으로 먹고사는 도시다. 그런 이곳에 여의도의 약 60배라고 하는 엄청난 면적의 풍력발전이 들어오면 조업지가 송두리째 없어지게 된다”면서 “이대로는 다 죽는다. 절대로 해상풍력이 들어와서는 안 된다는 게 어민들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욕지도는 2000년대 들어 바닷모래 채취사업으로 홍역을 치렀다. 당시 경험을 떠올린 어민들은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에 일말의 여지도 주어선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해양수산부와 경남도가 지난 9월 발표한 ‘경남 및 경남 인근 EEZ 해역 해양공간계획’에서도 통영 욕지도 앞바다는 바닷모래 채취와 해상풍력단지 조성 추진에 따른 갈등을 겪고 있는 주요 현안 지역이다. 이에 따르면 멸치, 고등어 등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는 욕지도 앞바다의 바닷모래 채취 허가 및 연장에 대해 어업인 환경단체가 반대하는 등 갈등이 지속하고 있으며 통영 해상풍력단지 대상 후보지는 멸치 어획량이 높은 해역에 걸쳐 있어, 해양생태계, 어업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향후 전망

갈등이 갈수록 첨예화되자 통영시는 2015년 갈등관리조례를 제정한 이후 한 번도 열지 않았던 갈등관리위원회를 지난 5월 처음으로 개최했다. 더 이상 수수방관해서 안 된다는 여론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해상풍력 사업은 통영시만의 문제가 아닌 신재생에너지 확대 차원에서 시작됐지만 어민들은 더 이상의 개발로 인한 피해를 원치 않고 있다. 갈등의 해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마땅한 중재 기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민간업자인 욕지풍력㈜ 측은 “지금까지 토론회 등에서 어민들과 대화가 잘 안 된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대화를 해나가겠다.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사업에 선정된 ‘통영 100㎿ 이상 해상풍력 실증단지 설계 및 해상풍력 자원 평가기술 개발사업’에 대한 용역이 진행 중이다. 이 사업에도 어민들의 반대가 극심했다. 용역비를 두고 진통을 겪었지만 통영시는 일단 용역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내년 5월께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임명진·백지영기자 sunpower@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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