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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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9.11.0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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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인제대 김성리교수의 ‘다시 봄이 온다…’-1

성심원 한센인들 삶 기록한 책
‘다시 봄이 온다, 우리들의 봄이’
간호사 출신 저자의 ‘치유시학’
섬 속에 살아가는 그들의 삶 그려
인제대 김성리교수의 성심원 한센인들의 삶을 기록한 ‘다시 봄이 온다, 우리들의 봄이’ 출간되어 눈길을 끈다. 이 책은 성심원 기획으로 산청 성심원 설립 60주년을 기념해 나온 것인데 이 책과 함께 60년 사진집 ‘성심원 산마루에 애기 똥풀꽃이 지천이다’가 출간되었다. ‘다시 봄이 온다, 우리들의 봄이’를 지은 김 교수는 참 특이한 이력을 지닌 연구교수이다.

김 교수는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7년간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다. 그런데 문학을 공부하면서 문학이 지닌 치유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두 전공을 융합하여 자신이 명명한 ‘치유시학’을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지원을 받아 인제대학교 인문의학연구소에서 10여년간 연구했다. 지금은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의예과에서 문학과 글쓰기를 강의하며 삶, 행복 등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 영역을 ‘온전한 삶’으로 넓혀가고 있다.

그동안 김 교수는 성심원을 방문하고 한센병 환자들에게 글쓰기를 지도하여 시집을 내는 등 치유와 시라는 차원의 영역에서 보인 환자들의 시짓기와 그 일차적 결실을 한 권의 시집으로 내보인 바 있다.

김 교수가 성심원을 드나들면서 봉사의 시간을 가진지 7년여에 다시 성심원 60주년이 되자 상기의 책을 내기에 이른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된 성심원을 찾아 본다. “지리산을 뒤로 하고 앞으로는 경호강이 흐르는 작은 마을 성심원은 1959년 6월 18일 산청군 내리에서 첫 터전을 일구었다. ‘예수 성심 대축일’을 기해 설립되었기에 성심원이라 이름지었고 이후 60년간 한센인의 삶의 희망이 되어 왔다. 현재 재속 프란치스코회가 운영하고 있는 이 성심원은 한센생활시설인 성심원과 중증 장애인 거주 시설인 성심인애원 그리고 산청인애노인통합자원센터로 구성된 사회복지시설이다.

산청 성심원은 지난 60년간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받은 한센인을 한 가족으로 받아들여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아주며 복지 증진을 통한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어왔다.현재의 성심원은 한센인들의 행복한 노후를 위한 편안한 가족 공동체, 지역사회와 지역 주민이 함께 하는 열린 복지시설로 진전해 가고 있다.

김성리 교수는 ‘에필로그’에서 서문에 대신하는 글을 다음과 같이 쓰고 있어 주목된다.

“많은 시간을 버렸고 수없이 많은 원고를 지웠습니다. 처음에는 이분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 적었습니다. 참으로 쉬운 글쓰기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글쓰기가 싫어졌습니다. 마치 이분들의 삶을 진열대 위에 올려 놓는 것 같아서 싫었습니다. 모두 삭제했습니다. 훗날 내가 그 글들을 불온하게 사용하고 싶은 욕망이 일어날까 봐 모두 지웠습니다. 그리고 속수무책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시 글을 썼습니다. 작은 주제들을 정해서 그 주제에 맞는 이야기들을 써나갔습니다. 이제는 제대로 되는구나 싶어서 혼자 신이 났습니다. 이 글들도 지웠습니다. 이분들의 그 지난한 삶을 내가 멋대로 재단하는 것 같아 부끄러워 지웠습니다. 이분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왠지 내 자신이 초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열 손가락이 멀쩡하여 이 글을 쓰는 그 자체가 미안하고 또 미안했습니다.”

김성리 교수는 이까지 쓰고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이분들의 삶이 흘러온 대로 그렇게 글을 쓰자고 다잡았다는 것이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내용도 미화하지 말고 그렇게 글을 쓰자고 스스로 다짐했다는 것이다. 책 서두에 세분의 축사를 실었다. 산청 성심원성당 유의배 알로이시오 주임신부님, 시인 이해인 수녀님, 신현재 라이문도 산청 성심원 통합 부원장님이 그분들인데 통합 부원장 수사님의 ‘발간에 부쳐’를 한 대목 보자.

“이 책은 이곳에서 생활하고 계신 한센인들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들의 삶을 조심스럽게 세상에 처음으로 내놓은 자신들이 살아온 삶 이야기입니다. 한센인들은 스스로를 섬에서 살아간다고 말합니다. 밖으로는 타인들로부터 고립되고 안으로는 스스로를 고립하는 삶으로 살아간다고 말합니다. 한생을 살아오면서 아무에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없었던 그들입니다. 그런 그들이 생의 마지막 자락에서 가슴에 꼭꼭 숨겨두었던 이야기를 조용히 들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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