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감선사탑비 두전 첫 글자
진감선사탑비 두전 첫 글자
  • 경남일보
  • 승인 2019.11.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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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하동 쌍계사 대웅전 아래 진감선사탑비가 있다. 거북받침대에 비신을 세우고 머릿돌을 얹었다.

비면의 좌측 위쪽에서 아래로 길게 떨어져 나갔으며, 비스듬히 금이 가고 끝 부분이 깊게 파손되었다. 흉터 자국이 여러 곳에 있다. 조각을 짜 맞추고 비신 좌우에 스테인리스 판을 대고 아래 위에 각각 철봉을 끼우고 너트로 고정시켰다.

비신은 해서체로 되고 비의 이름은 머릿돌 중앙을 네모나게 다듬고 돋을새김의 두전(頭篆·비석 몸체의 머리 부분에 돌려가며 쓴 글씨)을 볼 수 있는데 전서체의 글씨이다.

비신을 목판에 모각(摹刻·그대로 본떠 새김)한 비문을 한글로 번역한 자료에 의하면, 서문은 최치원이 왕명을 받들어 글을 짓고 전자(篆字)의 제액을 쓴다는 것을 밝힌다.

본문은 진감선사의 생애와 활동을 기록하였다. 선사의 법휘는 혜소(慧昭), 속성은 최씨, 금마사람이다. 생선 장사를 벌여 부모 봉양을 하다 부모상을 당하여 흙을 져다 무덤을 만들고는 “내 어찌 덩굴에 매달린 조롱박처럼 한창 나이에 지나온 자취에만 머무를 것인가!” 하고서 804년 세공사에게 뱃사공이 되기를 청하여 바다를 건넜다.

810년 숭산 소림사에서 구족계를 받고, 종남산에 들어가 소나무 열매를 따먹고 지관(止觀)하며 지낸 것이 삼년이고 길에서 짚신을 삼아 보시하며 지낸 것이 3년이었다.

830년. 귀국하여 화개곡의 삼법화상이 세운 절의 남은 터에 당우를 꾸려내니 절의 모습을 갖추었다. 중국에 다녀온 사람들이 와서 머물게 되면 “혜원공의 동림사가 바다 건너로 옮겨 왔도다. 연화장 세계는 범부의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지만 ‘항아리 속에 별천지’가 있다 한 것은 정말이구나(壺中別有天地則信也)”하였다.

850년 정월 9일 새벽 “만법이 다 공(空)이니 나도 장차 갈 것이다. 一心을 근본으로 삼아 너희들은 힘써 노력하라. 탑을 세워 형해를 갈무리하지 말고 명(銘)으로 자취를 기록하지도 말라” 하고 앉아 입적하니 나이 77세요, 법랍이 41년이었다. 신라 헌강왕은 시호를 진감선사(眞鑑禪師), 탑명은 대공영탑(大空靈塔)이라 추증하고 전각(篆刻)을 허락하여 길이 영예를 다하도록 하였다.

선사는 범패를 잘하여 목소리가 금옥 같았다. 구슬픈 곡조에 날리는 소리는 상쾌하면서 슬프고 우아하여 천상계의 신불(神佛)을 환희하게 하였다. 배우려는 사람이 당(堂)에 가득 찼는데 가르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선사는 한다(漢茗?중국 차)를 공양하는 사람이 있으면 돌솥에 섶으로 불을 지피고 가루로 만들지 않고 끓이면서 말하기를 “나는 맛이 어떤지 알지 못하겠다. 뱃속을 적실 따름이다”라고 하였다. 참된 것을 지키고 속된 것을 꺼림이 모두 이러한 것들이었다.

머릿돌에 새겨진 글자는 난해하여 검색하니 해동고진감선사비(海東故眞鑑禪師碑)라 한다. 이는 우측 상단 글자를 포함하지 않았다. 다른 표현을 보면 ‘頭篆에서는 고운의 학식은 물론 정신의 폭과 깊이가 짐작된다. □해동고진감선사비(□海東故眞鑑禪師碑)라고 쓴 글자는 당시 당에서 유행한 균일한 점획과 대칭구도의 이양빙체 소전(小篆)도 아니고 7세기 말 태종무열왕비 두전과도 다르다’고 하면서 첫 글자를 ‘□’으로 처리하였다.

진감선사탑비 두전의 첫 글자는 敭으로 밝혀졌지만 학자 사이에 양(揚), 당(唐) 및 상(傷)의 古字로 보는 등 의견이 다르다고 한다.

비문은 최치원이 귀국한지 3년만인 31세에 문장을 짓고 글씨를 쓰고, 승려 환영(奐榮)이 글자를 새겼으며 1962년에 국보 47호로 지정되었다.

두전의 첫 글자를 빼거나 ‘□’으로 나타내고 있다. 敭자를 확정하여 완전한 전액이 되도록 하자. 이것이야 말로 한층 국보의 격을 높이는 것이다.

 

/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진감선 사탑비
진감선 사탑비 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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