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는 곧 인(仁)이다
배려는 곧 인(仁)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11.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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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전 서진초등학교 교장)
박상재
박상재

‘배려’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더듬어 보면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는 마음 씀’이라 나온다. 즉 나와 다른 사람 그리고 환경에 대하여 ‘사랑과 관심을 갖고 잘 관찰하여 보살펴 주려는 마음’이라고 하는 게 좀 더 쉬운 해석이 될 것 같다. 배려는 만기가 없는 저축이다.

세상은 주고 받는 것, 받은 다음에 주려고 하면 기다리는 사람은 없다. 어쩌면 살아간다는 것은 책임질 일이 늘어난다는 것과 세상과 조화를 이루는 연결고리의 의미리라.

배려의 고사를 더듬어보면 주문왕과 이성계는 “홀아비, 과부, 독거노인과 고아를 먼저 챙겨라”고 했으며, 밀레의 이삭줍는 그림에도 허름한 세 여인을 배려하는 지주(地主)의 연민을 엿볼 수 있다.

조선의 정치가 권근은 ‘옛날의 임금들은 백성이 추위나 기아에 허덕이면 내가 그들을 그렇게 했다며 자신의 부덕함을 마음 아파했다. 그런데 지금 수많은 백성이 떨고 굶주리고 있는데 아무렇지 않게 여기면 그 많은 걱정과 근심 원망이 누구에게로 가겠느냐?’ 며 선정을 베풀기를 간청한다.

주나라 성왕은 어린나이에 즉위하여 장난으로 동생에게 오동나무 잎을 주면서 “너를 오늘부터 제후로 임명한다”고 말한다. 이때 옆에 있던 섭정인 숙부가 “경하드린다”고 하자 “농담으로 했다”라고 한다. 그러나 숙부인 주공은 “천자(天子)에게는 장난이 없다”며 이를 강행한다. 이것을 변명한 글이 동엽봉제변이다. 통치자 말이 온당치 않으면 비난을 감수하고 직언(直言)이 옳으냐? 아니면 더 큰 재앙을 알면서 지당대신이 될것이냐? 심각히 생각하고 고민할 문제다. 지엽적인 문제와 명리에 연연하면 우리사회의 모순과 제도를 아무리 바꾸어도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 될 것이다.

자기 생각과 다르면 서로 적폐로 몰아가며 국민들의 마음을 두 동강내는 그들의 위선적 언행들을 보며 절망하는 민초들을 위해 깊어가는 이 가을! 한 잎의 낙엽처럼 더 낮은 곳에 서서 경건하게 자신을 성찰하는 모습이 최소한 그들을 선택한 국민들에게 대한 예의와 배려가 아니겠는가?

‘위에서 물이 새면 아래에서 안다’ 는 평범한 진리와 ‘충(忠)은 위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 향해야 한다’는 영화 ‘명량’ 속 이순신의 사자후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그들이 입만 열면 ‘국민’을 외치지만 국민들은 안다. 우리들은 국민이 아니라 ‘궁민(窮民)’ 임을!

/박상재(전 서진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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