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용복의 세계여행[20] 그리스
도용복의 세계여행[20] 그리스
  • 경남일보
  • 승인 2019.11.1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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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에즈 운하, 파나마 운하와 더불어 세계 3대 운하 중의 하나인 코린트 운하. 성경에 나오는 고린도 지역이 바로 이곳이다.
신화와 유적의 나라이자 유럽 문명의 발상지면서 고대 민주주의가 시작된,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 많은 여행자들이 그리스의 수많은 설화와 신화 등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전을 따라 여행하게 되는 곳이다. 지금은 그 의미가 달라졌지만 10년 전에는 그리스에 미국사람들이 정말 많이 방문을 했다. 니코스 카찬스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영향인데, 요즘은 청와대부터 유치원까지 강연을 다니며 오페라, 음악회 해설가, 시인, 합창제 조직위원장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나를 보며 ‘한국인 조르바’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세계인의 철학책이었다. 정신적 쾌락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그리스인’들과 그리스인임에도 즉흥적이고 당장의 쾌락을 가장 중요시한 ‘조르바’ 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부류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이 조화를 이루어가는 과정이 흑백논리를 없애고 ‘목적지만 아름다운 여정’이 아닌 ‘여정이 아름다운 여행’을 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자 그러면 한국인 조르바가 소개해주는 그리스로 함께 떠나보자.

에게 해의 에메랄드빛 바다와 햇빛으로도 다 보여지지 않는 숨겨진 장소들, 곳곳에 숨겨진 스토리텔링은 2500여년 전에 벌써, 도시국가를 형성했다. 여러 도시와 섬에 고대 유적들이 건재하다. 정말 놀라운 것은, 그리스는 섬 하나가, 도시 하나가 여전히 역사를 만들어간다. 세계적인 영화나 오페라, 뮤지컬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모든 세대를 아우른 영화 ‘300’에 나온 스파르타와 페르시아의 전쟁 등 아직도 곳곳에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는 ‘현재진행형’의 나라 그리스를 소개한다.

 
아크로폴리스. 서쪽의 올라가는 입구를 제외하고는 3면이 가파른 절벽으로 되어 있다.
먼저 그리스의 가장 지혜로운 도시 아테네로 가보자. 그리스 신화 속, 지혜의 아테나 여신이 올리브를 처음 전한 곳으로 기름진 풍요의 도시로도 불린다. 현대 아테네는 아크로폴리스를 중심으로 북부와 동부까지 넓은 시가지를 형성했다. 아크로폴리스 주변을 제외하고는 현대화가 이루어져 그 모습이 잘 보존되어있지 않다. 그리스 인구의 약 40%가 밀집해 있지만 교통이나 주택, 일자리 등의 문제들이 해결이 되지 않아 세계적인 경제불황이 오기도 했다. 고대 아테네부터 이어온 역사는 그리스를 다시 일어서게 했다. 고대 그리스를 보존한 모습을 보며 눈앞에 펼쳐진 에게해와 서양과 중동의 문화가 뒤섞여 있는 아테네는 신의 축복을 받은 도시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아테네 시내에는 눈에 띄는 두세 개의 언덕이 있다. 그 언덕중 가장 높은 곳을 바로, 아크로폴리스 라고 부르는데, 그리스어로 ‘높다’라는 뜻을 가진 아크로와 도시국가 폴리스를 합쳐 부르는 이름이다. 그 언덕중 고대 아테네인의 유적지가 밀집해 있는 곳의 아크로폴리스가 가장 대표적이다. 아크로폴리스는 고대 그리스 곳곳에 세워졌는데 고대 그리스 도시의 방어용 요새이자 군사적 요충지의 역할을 했다.

아크로폴리스에서 조금 더 올라가다 보면 거대한 대리석 기둥들이 보인다. 그곳을 지나면 세계문화유산 제1호인 파르테논 신전이 거대한 위용을 과시한다. 수천 년간 웅장한 자태를 보여주며 아테네 시가지를 내려다보고 있는 파르테논 신전은 지혜의 신이자 아테네의 수호신인 아테네 여신을 모시던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균형 잡힌 건축물로 불리는데, 규모면에서 아크로폴리스에서 최고로 크다. 현재 유네스코 고적 1호로 지정되어 있는 곳으로 그 의미가 특별하다. 역사의 흐름과 함께 이곳은 신전에서 교회가 되고, 그 이후에는 사원으로 사용되다가 급기야 터키인들의 화약고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1687년 베네치아인들이 쏘아 올린 대포로 인해 파괴되어 천정이 날아가 버린 비통의 역사를 가진 곳이기도 하다. 수천 년을 이어져 내려온 신과 인류의 유적이 한순간에 파괴되는 것을 보면 정말 안타까운 정도가 아니라 화가 나기까지 한다.

파르테논 신전에서 10분 거리 정도에는 에렉티온 신전이 있다. 아크로폴리스에서 가장 신성한 장소 4 곳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데, 파르테논, 아테네, 니케 신전과 함께 그 이유가 신에게 제사를 드리는 진짜 신전의 역할을 한 곳이기 때문이다. 기원전 400년 경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아테네의 황금기 페리클레스시대에 모두 지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에렉티온 신전이 유명한 또 하나의 이유는 2m 남짓한 높이로 조각된 마치 살아있는 듯한 6명의 소녀상을 기둥으로 한 점이다. 아쉽게도 지금의 것들은 모조품이고 진품은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만 전시되어 있다. 언뜻 보면, 건물을 떠받들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힘들어 이를 악물고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아크로폴리스 언덕에는 4세기 무렵에 지어진 고대 극장 ‘에피다우로스’가 있다. 현재도 과거와 역사를 잇는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이 극장은 야외인데도 소리의 울림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바로 이곳에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발레로 표현한 공연을 보았다. 소리의 울림, 공명과 고대 분위기에 어울리는 분장이 극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만큼 깊은 몰입감을 선물해주었다. 수 천년 역사가 지금도 시민들 품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현장을 바라보면서 우리나라의 종묘제례악 등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수에즈 운하, 파나마 운하와 더불어 세계 3대 운하 중의 하나인 코린트 운하. 성경에 나오는 고린도 지역이 바로 이곳이다.
아테네에서 서쪽으로 80㎞떨어진 곳에 위치한 도시 코린트라는 곳은 성경에 ‘고린도’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지역이다. 이곳엔 세계 3대 운하 중 하나인 코린트 운하는 너나 할 것 없이 추천하는 꼭 가봐야 할 곳이다. 폭이 25m, 총 길이 6㎞로 아테네에서 이탈리아까지 320㎞나 되는 항로가 이 운하로 인해 단축되었다. 고대 로마인들은 이곳을 통행할 때 처음에는 배를 육지로 끌어올려 바퀴달린 수레를 이용하여서 건너편 바다까지 옮겼다. 그래서 옛날부터 운하의 필요성을 알고 있었다. 줄리어스 시저가 이 운하의 계획을 최초로 세웠지만, 암살당하면서 실현이 안됐고, 몇 번의 지도자가 바뀌고 세월이 흘러 수에즈 운하 개통 24년 뒤인 1893년에 와서야 완공이 되었다.

고대도시 코린트에는 오랜 세월의 무게를 묵묵히 견뎌온 아폴론 신전이 있다. 기원전 6세기에 세워져 몇 차례 지진이 발생해서 유적의 상당수는 폐허가 되었지만 과거 로마의 흔적은 제대로 남아있다. 이 코린트에는 운하 뿐 아니라 고대 문명을 보기 위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동서남북을 잇는 지리적 요충지였기 때문에 도시가 고대부터 아주 번성했다.

고대의 유적이 현대 사람들을 지킨다, 혹은 ‘신의 축복을 받는 국가’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아테네에 가면 모든 곳이 관광지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우리도 그런 유적과 유물들이 많다. 1995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의 우수성을 알리고 대장경에 담긴 지혜를 재조명하는 대장경세계문화축전의 홍보대사를 맡게 된 이후 국내의 문화유산 뿐 만 아니라 다녔던 나라의 유물과 유적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다. 다시 예전 여행의 자료를 정리하며 여행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과거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국회의사당 앞에 있는 무명용사의 묘비. 전쟁에서 전사한 무명용사의 넋을 기리기 위한 비이다.
그리스는 지형적으로 에게 해를 끼고 있는 나라여서 그리스 여행을 하는 방법 중에 가장 으뜸은 바닷길을 이용하는 것이다. 포로스 섬을 관광하는 관광객들
포로스 섬의 꼭대기에 있는 시계탑
지중해의 연인
부둣가의 노부부. 지중해의 햇살이 눈부시다.
아테네 시내 전경
아테네 시내 전경
아테네 시내 전경
코린트 유적지. 거의 폐허가 된 들판에 아폴론 신전과 박물관, 고대 극장터가 남아있다.
코린트 유적지. 거의 폐허가 된 들판에 아폴론 신전과 박물관, 고대 극장터가 남아있다.
코린트 유적지. 거의 폐허가 된 들판에 아폴론 신전과 박물관, 고대 극장터가 남아있다.
그리스는 지형적으로 에게 해를 끼고 있는 나라여서 그리스 여행을 하는 방법 중에 가장 으뜸은 바닷길을 이용하는 것이다. 포로스 섬을 관광하는 관광객들
고고학을 전공하는 학생인 듯 관광객들 틈에서 자료조사에 열중이다.
코린트 운하를 지나는 배들.
코린트 운하를 지나는 배들.
코린트 운하를 지나는 배들.
헤로데스 아티쿠스 야외음악당. 2세기 무렵에 지어진 극장으로 현재도 공연이 펼쳐진다.
파르테논 신전. 아테네의 수호신 아테나를 모시던 곳으로 아크로폴리스 최대의 신전이다.
에렉테이온 신전. 규모는 작지만 건물을 떠받치고 있는 6명의 소녀상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있는 소녀상은 모조품이고 진품은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 있다고 한다.
아크로폴리스 위로 무지개가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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